Outsider

원동화 드로잉展   2006_0907 ▶ 2006_0924

원동화_룰,넘기_싸인펜, 수성판화_35×4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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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7_목요일_06:00pm

책임기획_오숙진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군걱정으로 지어낸 허구의 세계-원동화의 세상보기 ● 원동화의 드로잉을 관람하는 분들에게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 우선 그의 작품보기에 넉넉한 시간을 할애해 달라는 것이다. 왜냐면 그의 작업은 보여지는 것만큼 쉽고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드로잉을 주 메뉴로 상위에 올리는 작가들의 작업은 내러티브하기 마련이다. 원동화의 작업이 그러하다. 지면위에 연필 싸인펜 등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로 대충 그려진 듯 한 드로잉은 외형적으로 가볍고 쉽게 그려낸 작품 같아 보이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아리송한 텍스트를 읽어내는 몫은 고스란히 관자에게 돌아온다. 텍스트는 계몽적이거나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적이며 단편적으로 표시된 상형적 단서들은 원동화가 지어논 허구의 코드를 읽어낼 수 있는 열쇠이다.

원동화_아! 병환도_싸인펜, 수성판화_55×50cm_2005
원동화_상 받는 잠_싸인펜, 수성판화_30×25cm_2005
원동화_곤난의 브이_싸인펜, 수성판화_30×25cm_2005

원동화는 얼핏보아 낯빛이 희고 선이 가냘픈 청순가련형의 여자이다. 그러한 그의 외모와 어울리게 그는 스스로 '심약'하고 '예민'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감각기관(sensory)이 과대하게 민감한 장애(disorder)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으로 신경질적이며, 웅크린 레이다를 곧추 세울때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그의 성격은 '의심과 걱정의 싸인펜'으로 그려낸 그의 작업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때 반짝인다. 원동화 스토리의 베이스에는 항상 현실세계의 사건과 사물이 있다. 문제발생은 원동화가 사건, 사물의 껍데기를 벗겨낸 뒤 원동화식의 의문과 냉소를 가하면서부터 시작이다. 원동화의 '걱정의 레이다'에 포착된 사건, 사물의 본질과 내용은 원동화식으로 분석되고 그 위에 덧입혀진 허구의 옷은 원동화가 지어논 허구의 세계에 초대될 때 선사하는 날개옷이다. 그런데 그 허구의 스토리라는 것이 어찌 보면 귀여울 때도 있고, 어떨때는 황당스럽거나, 기발하게 반전하거나, 잔인하거나, 혹은 순간 웃음은 나지만 정작 우끼진 않는 블랙 코메디로 종종 이어진다. 예를 들자면 잠을 잘 자고 일어나서 '잠'에게 "잘했어요" 하고 상을 준다는 내용의 '상 받는 잠'이라는 작품은 귀엽다 못해 깜찍하기까지 하다. 반대로 잘리워진 손가락 두개가 승리의 브이를 그리고 있는 드로잉의 제목은 '고난의 브이'인데,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이러한 내용이 원동화식의 위트이며 냉소이다. 또, 줄넘기가 사람들의 목을 치는 흉기가 되는 '룰,넘기'라는 드로잉은 "단지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라는 선전 문구가 생각나듯이 상황을 조금 뒤틀어 보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전혀 다른 결과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퀴가 달린 병풍으로 산을 분리시킨 작품은 '자연을 소유할 수 있는 대문'이라는 제목으로, 그 옛적 카우보이들이 서부로 서부로 달리며 땅에 표시만 해놓으면 다 그들의 땅이 되었던 황당무개한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자연에 주인을 만드는 자체가 얼마나 황당한가에 대한 원동화의 해석이다.

원동화_그와 그녀는 옮겨지고 있다._종이에 연필, 아크릴채색_60×80cm_2006
원동화_드로잉 인물놀이_싸인펜, 수성판화_80×70cm_2005

그리다 망친 듯한 싸인펜 자국이 여기저기 남발하는 그의 드로잉은 치밀하게 계획된 원동화의 그리기 테크닉이다. "내가 작은 공장이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하는 싸인펜 판화들도 하나만 찍어 낼 수 있는 특성이 있기에 원동화에게 선택되었다. 불완전하고 비전문성을 띤 초보적인 겉모습에 성공적이라 스스로 생각하는 원동화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일부러 미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수성 유성 싸인펜등으로 담담하게 조용히 그려내겠다는 그녀의 배짱은 요란한 겉모습보다 내용(개념)으로 그림을 완성시키겠다는 그의 메시지이다. 이렇게 원동화는 그림을 위한 그림이 아니며,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며 재치와 유머와 냉소와 반전을 머금은 살아있는 예술을 원한다. 존재를 파악하는 조용한 시선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남아있고 그러한 존재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새로이 재탄생 시키는 원동화의 작업은 외형적 발랄함과 텍스트의 위트와 맞물리어 '신선한 진중함'으로 다가온다. ● 시를 읽는 듯 간단명료하고 작지만 알맹이가 꽉 찬 밤톨과도 같은 그의 드로잉은 비록 비쥬얼하지도 스펙터클하지도 않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선사받는 뒷맛은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이제 새내기 엄마가 된 원동화이다. 생활의 무게에 눌려 그만의 날카로운 감수성이 무디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오숙진

Vol.20060910a | 원동화 드로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