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찬양함

2006 아르코미술관 독립ㆍ신진 큐레이터 공모展   2006_0906 ▶ 2006_0930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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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06_수요일_05:00pm

박진희_이부록_이수영

전시기획_김태현

아르코미술관 제3전시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602 art.arko.or.kr

질병을 찬양함 ●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생로병사生老病死이다. 질병과의 대면은 인간의 숙명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와 마주하게 되는 질병은 질병 그 자체라기보다는 은유라는 옷을 덧입은 질병이다. 또한 질병은 사회가 타락했거나 부당하다는 것을 고발하는 은유로 사용되어 왔으며 질병의 은유는 개인과 사회의 불안정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서 질병의 은유, 그에 따른 질병의 과민은 우리의 일상과 문화예술을 지배해오는 코드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 근대 이후 질병은 의학적 관점을 뛰어 넘어 사회의 문화적 현상을 관리하는 조작의 도구로 재현되고 권력이 신체를 길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문학작품을 비롯해 대중문화에 비쳐진 질병은 상투적이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 향유와 찬양의 대상이 되어왔다. 예를 들면 『러브스토리』로 대표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낭만적인 사랑은 백혈병과 같은 불치병으로 은유되고, 근대소설에서는 우울한 지식인이나 예술가의 고뇌는 결핵으로 그려졌다. 또한 힘든 삶과 역경을 이겨온 사람들에게는 암선고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질병은 질병일 뿐이며, 세균일 뿐이다. 특별한 질병이란 없다.

이부록_X(-ray) man_디지털 프린트_각 120×90cm_2006
이부록_X(-ray) man_디지털 프린트_각 120×90cm_2006

이번 전시는 질병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박진희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여러 질병의 세균들의 전자현미경 사진 등 아카이브 작업과 질병에 대한 해석을 뒤트는 해석으로 해석에 반대하는 이부록과 이수영의 작업들로 구성된다. ● 먼저 이부록의 작품은 우리 사회의 질병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표현한다. 패션(신체 외부)과 질병(신체 내부)은 자아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미 그는 '문자'실험에서 문자를 상징성 보다 유사성에 의거해서 작업했듯이, 에서도 역병, 유행병을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유행병으로 뒤틀어서 보여준다. 즉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 유행을 투시한다. 우리는 욕구의 충족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소비한다. 다시 말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상표를 소비하고 달리기를 위해 운동화를 신는 것이 아니라 패션의 완성을 위해 나이키를 소비한다. 이런 소비문화는 우리를 공격하지만 도리어 우리 사회는 소비문화를 부추기고 찬양하고 있음을, 그의 작품은 폭로하고 있다.

이수영_질병의 힘 Power of Disease_가변크기, 설치_2006
이수영_질병의 힘 Power of Disease_가변크기, 설치_2006
이수영_질병의 힘 Power of Disease_가변크기, 설치_2006

신체를 낯선 것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질병이라는 점에서 현대에서 신체를 낯설게 바꾸는 성형이나 손톱장식 등은 다른 의미에서 질병이라고 하겠다. 이수영의 작품은 권력이 신체를 특정한 목적에 맞도록 길들이는 점에 주목하고 개념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X-ray라는 질병 내부의 검사기록과 질병검사에 대한 의료기록, 그리고 질병의 외부기록으로 표현된 낯선 신체의 기록들은 서로 연결되어 질병과 대면하게 한다. 여기서 신체의 검사는 '기록하는 권력'으로, 개인의 은밀한 자료는 분류, 기록, 관리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박진희_Medicine-Scape_디지털 프린트_5×7"_2006
박진희_Medicine-Scape_디지털 프린트_5×7"_2006
박진희_Medicine-Scape_디지털 프린트_5×7"_2006

박진희의 사진과 전자현미경사진은 질병의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이들 사진은 질병을 투명성으로 접근함으로써 질병의 은유를 걷어내고 직접 대면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진희의 사진에서는 질병에 대한 히스테리적으로 과민한 우리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매스미디어는 건강담론을 부추겨 식탁을 바꾸고 생활습관을 바꾸고 사회적 관습을 바꾸라고 한다. 질병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다. 이제 질병은 이데올로기이며 종교처럼 찬양되고 있다. 세포병리학은 우리 몸의 침략자는 질병이 아니라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임을 알게 했다. 이런 질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인간과 세균의 투쟁이라는 이미지를 낳아 질병을 악으로 규정하는 종교적 은유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투명한 이미지의 무균실처럼 연출되어 전시된 전자현미경사진은 질병이 단지 세포활동임을 보여준다. 어떤 선입견도 없이 본다면 이것은 훌륭한 추상화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어떤 은유도 해석도 없다. ● 이처럼 이번 전시, 『질병을 찬양함』은 질병을 신비화하는 언어, 신체에 가해지는 해석에 반대함으로써 삶과 죽음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고 나아가 은유를 부추기는 사회와 대면하고 비판한다. ■ 박수진

Vol.20060910f | 질병을 찬양함-2006 아르코미술관 독립ㆍ신진 큐레이터 공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