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없는 자화상

오샛별 개인展   2006_0913 ▶ 2006_0920

오샛별_이중자화상_영상설치, 아크릴판도자기, 마스크 부착 그 뒤로 영상_00:07:18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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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13_수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작가노트 ●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매일 보지만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머리의 한 면인 얼굴은 사람의 감각적인 도구가 집합되어 있어서 일까, 인체의 어느 부위보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들을 잘 보여준다. 또한 얼굴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것을 생생히 기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얼굴에 더욱 더 집착한다. 현대인들은 얼굴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세수, 화장, 마사지 그리고 성형수술까지... ● 나는 획일화 되어가는 사람들의 감수성과 표정을 보았다. 이런 일상적인 행동들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가면을 씌어주었다. 이 가면은 투명한 막처럼 사람들의 얼굴을 감싸고 있다. 딱딱한 플라스틱은 꼭 사람을 질식하게 만들 정도로 답답한 느낌이 든다. 가면은 단지 외형적인 것 만을 가려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오묘한 감정의 변화들을 숨겨 준다. 나의 투명가면을 쓴 사람들은 서로 닮았다. 나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면은 투명해 어느 누구도 선명하지 않다. 자신이 없는 형상들은 너도 아닌 나도 아니다. 그것은 특별한 존재이고 싶은 우리의 욕망과는 반대로 동시에 아무도 이지 않기 원하는 현실적인 모순인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가면을 쓴다. 하지만 나의 주인공 없는 자화상들은 가면을 쓴 얼굴인지 얼굴을 쓴 가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것은 주체가 없어지므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이면서 이 공간과 시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 오샛별

오샛별_이중자화상_부분
오샛별_투명가면_설치, 거울, 플라스틱 투명가면_29.7×21cm_2005

우리는 흔히 자신을 속이고 타인의 구미에 맞게 언행 하는 사람들을 두고, '가식적(假飾的)인 사람' 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자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벌거벗겨 보여줄 용기를 가진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누가 누구에게 가식적이라는 평가를 홀가분히 내릴 수 있단 말일까? 4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주옥 같이 시대를 밝히고 있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를 기억해보라. 이 단호한 꾸짖음을 어찌하면 좋은가? 그러나 현대인의 획일화된 감수성과, 미(美)를 향한 맹목적 추구, 꾸며진 교양과 허례, 아첨과 술수, 기교와 위장술을 이 한마디로 내몰아 '가라' 한다고 쉽게 물러갈만한 상황은 결코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껍데기란 우리들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말았다. 아마도 위장술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내지 못할 것이다. 서로에게 부끄럽지만 우리는 매일 위선하고 있다. ● 이 세상에는 [가면현상(假面現象) imposter phenomenon] 이라는 병적 사회 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존경 받는 지위에 있는 자들이 '이것은 나의 참 모습이 아니다. 이 가면이 언제 벗겨질지 모른다' 라는 망상에 시달리며 불안함에 고통을 겪는 현상이라고 한다. 약 2억 5천만 개의 근섬유로 이루어진 인간의 얼굴 표정은 우리의 신체 가운데 내면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 영역이다. 동물의 경우 피부 밑 근육이 몸 전체에 발달된 데 비해, 인간의 그것은 유독 얼굴에 집중적으로 발달되어 있어 우리는 인종과 국가를 초월하여 미세한 표정의 변화만으로도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 인가부터 우리들의 표정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친 망설임과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적절한 포커페이스 능력'을 꼽는 것은 이미 현대인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는 암묵적 계약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 오샛별은 이렇듯 날마다 위선을 범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틀에 박힌 시스템에 탄식하고, 어쩌면 우리 현대인들이란 참으로 가여운 존재가 아닌가 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위선의 탈을 쉴새 없이 쓰고 벗어야 하는 현대인의 가볍고, 가여운 얼굴 위에 투명한 막을 덮어 그들의 표정을 비밀스럽게 은폐시키기로 한다. ● 가면이란, 본래 그것의 가장 오랜 기능으로 주술(呪術)의 역할을 꼽는다. 가면은 기본적으로 '은폐'와 '신비화'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미 우리들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위선의 가면 위에 다시 한 차례 은폐 처리를 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샛별이 제조한 가면들은 딱딱하고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딱딱한 플라스틱 투명가면을 얼굴에 씌우면, 이제부터 가면을 쓴 자들의 얼굴은 이것이 가면을 쓴 얼굴인지, 얼굴을 쓴 가면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특수성과 자율성을 가진 개별자의 모습으로서의 인류는 비밀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이 가면의 착탈(着脫)은 가면을 쓴 얼굴의 의지로부터도, 얼굴을 쓴 가면의 의지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가면은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이것을 착용하고 나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다른 몸짓과 목소리, 사고를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오샛별이 제조한 투명 가면들은 잠시간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획일화되고 무표정한 것으로 만들지만, 질식할 것처럼 얼굴에 덮인 이 투명가면 덕에 우리는 다시 용기 내어 거짓말처럼 내면의 목소리와 표정을 상기해내고, 가면 바깥으로 그것들을 터뜨려 되살릴 수 있을 동기를 얻어가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 유희원

Vol.20060912d | 오샛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