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06

이선재 한국화展   2006_0913 ▶ 2006_0919

이선재_DRAMA 06_2006

초대일시_2006_0913_수요일_05: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인물의 표정을 통해 본 삶의 극적인 순간들-이선재의 드라마 ●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예술적 행위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질적 생산에 기여하지 않으며, 때론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인 창작의 고통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 그것은 아무래도 우리 삶을 이루는 세계의 은밀한 내면의 비밀을 엿보는 기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물질적 조건 아래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보고 인식하며, 느끼는 세계는 서로 다르다. 같은 공상(共相)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의 진정성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그 세계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이 지닌 진정한 가치이지 않을까?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삶의 드러나지 않은 부분과 논리적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을 그려내는 것이야말로 모든 예술이 지향하는 점일 것이다. ● 우리가 지향하는 모든 가치는 삶 안에 있으므로, '살아감'은 그 자체로 모든 가치의 원천이 된다.

이선재_DRAMA 06-전성기 그리고 몰락_장지에 채색, 석분_180×70cm_2006 DRAMA 06-정열이 있기 때문에..._장지에 채색, 석분_180×70cm_2006
이선재_DRAMA 06-소용돌이 인생_장지에 채색, 석분_122×82cm_2006

이선재의 작업은 그의 삶을 둘러 싼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그는 때로는 주변인들을 관찰하면서, 때로는 그 삶 속에 뛰어들어 그들과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인물의 표정을 통하여 '삶'에 관한 드라마를 그려낸다. 그는 인물 하나의 표정에 그 인물이 겪어온 수많은 인생 역정을 담는다. 물론 한 순간의 모습에 한 인물이 살아온 인생 모두를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한 인물이 내보이는 극히 찰나의 모습 속에서 그 인물이 지나온 인생의 역정을 상상해 볼 수 있으며, 그 상상을 통하여 그의 삶에 들어가 그의 인생에 동참한다. 때로는 예술적 상상의 세계에서 이러한 직관을 통해본 세계가 더 진정(眞情)을 내보일 수 있다. ● 은 어두운 삶을 지나온 들풀 같은 인생을 보여준다. 길쭉하게 찢어진 눈, 한쪽 눈초리는 치켜져 올라가고, 허공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눈매, 꼭 다문 입과 미간 사이에 접히는 갈매기 주름살, 볼 깊이 팬 주름의 선에서 우리는 그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온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지 이렇게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가 적자생존의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느꼈을 두려움과 삐딱하게 사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냉소적 태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제는 무덤덤하게 볼 수 있는 일말의 여유를 동시에 느낀다. ● 는 어느 한 순간 무너져 내릴 듯 살얼음의 외줄타기에 내던져진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두운 핑크빛 배경이 암시하는 우울은 그녀의 위기가 어느 방향을 향해 있는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삶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할 때 그녀의 발걸음이 향할 곳은 탁한 도화 빛의 세계이다. 그녀를 이토록 힘들게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무엇인가? 어쩌면 그녀와 교유했던 몇몇 사람들일 수도 있고, 가정의 불행일 수도 있으며, 혹은 사회적 제도의 희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제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선재는 그의 주변의 인물에 대한 드라마를 하나하나 그림으로 기록해 나간다. 좋은 시절 전성기를 지내고 이제는 몰락의 길로 들어선 중년,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고 모든 소통의 끈을 놓았다가 다시 어우러짐의 세계로 나오려는 사람, 그저 순박함만으로 이 험한 세계를 살아가는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이선재는 때론 공감의 시선으로 때론 연민의 눈빛으로 그의 그림이야기 속의 인생들과 하나가 된다.

선재_DRAMA 06-검은 고양이_장지에 채색, 석분_122×245cm_2006 DRAMA 06-빗방울 소리_장지에 채색, 석분_122×245cm_2006
이선재_DRAMA 06-거울_장지에 채색, 석분_162×130cm_2006
이선재_DRAMA 06-위기..._장지에 채색, 석분_162×130cm_2006

이선재는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우 특색 있는 선을 구사한다. 그의 선은 모필에 의해 농담의 변화가 드러나는 동양화의 전통적 선묘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선은 목판에 파인 선처럼 매우 강인하며 힘이 있는 그리고 절제된 선으로 표현된다. 물론 농담의 변화도 없다. 농담의 변화가 없는 만큼 화면위에 분명한 경계를 남긴다. 목판의 질감을 화면 전체에 걸쳐 배치함으로써 필선의 강렬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장지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색은 검정색의 강한 선과 대비를 이루며 시적 은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 이선재는 그가 느끼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목판의 형식을 이용한 장지기법을 통하여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우리 삶의 포지티브가 보여주지 못하는 이면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단지 하나의 화면, 한 순간만이 포착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 뒤에 숨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 드라마를 상상할 수 있다. 그의 작업에는 순간이 영원이 되는 순간 포착이 존재한다. 이것을 통해 그의 그림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의 그림은 예술적 상상을 통하여 삶을 노래하고, 삶의 궤적을 기록한다. ● 우리 모두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기실 삶이 무엇인지,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삶이란 무엇인가? 껍질을 벗겨도 벗겨도 여전히 껍질만을 보여주는 양파 껍질처럼 삶은 쉽게 그 속살을 내보이지 않는다. 이선재는 양파껍질 같은 삶의 속내를 그려내며, 순간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일상의 장면에서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은 순간순간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 극적 상황은 바로 일상이다. 극적 상황이 따로 설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상을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일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의 원천은 삶이며, 이선재는 삶의 일상에서 극적인 드라마의 세계를 그린다. ■ 김백균

Vol.20060913a | 이선재 한국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