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o사항

박기열 개인展   2006_0914 ▶ 2006_0927

박기열_h'ero_ 조합토, 흑유, 사진인화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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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14_목요일_04:00pm

오프닝공연_2006_0914_목요일_06:00pm

얼터너티브 라이브하우스 리디안 서울 마포구 창천동 4-73번지 B1 Tel. 02_6080_7772

에로티시즘을 통한 세상 보기 ● 「공중 화장실 문 밑으로 누군가의 다리가 보인다. 호기심에 그 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같은 영웅들이 칸마다 들어가 있고, 영웅들은 정사를 벌이고 있다가 훔쳐보는 관객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그 장면을 엿본 관객들은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입가에는 보일 듯 말듯 미소가 흐른다.」 ● 박기열의 대학원 시절 작품 중 필자가 관심을 갖고 보았던 한 작품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관음(觀淫)적 에로티시즘(eroticism)을 통해 영웅의 가면 뒤에 감추어진 이중성을 밝히려 하는 작가의 노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러한 영웅 시리즈 이후에 제작된 동물 형상의 작품들에서도 다양한 에로티시즘적인 내용들이 다루었는데, 이 작품들에서는 인간이 지닌 욕망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억압 사이의 괴리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박기열이 대학원 시절 이후 꾸준히 에로틱하고 섹슈얼리티(sexuality)한 소재를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이유는 그에게 있어 에로티시즘이 내면에 감추어진 여러 가지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임과 동시에 창조의 영감을 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지배 이데올로기에 따라 그 주체가 달라지긴 하지만 성(性, sex)은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사회적 구조에 대한 해방의 도구로서 종종 사용되었다. 따라서 많은 작가들은 작품에서 개인의 성에 대한 자각과 무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성에 대한 사회의 통념을 반박하곤 하였다. 이는 예술작품에 나타난 성이 단순한 선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살피고 진단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기열의 신작들은 과거 그가 다루었던 성적인 주제와는 달리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기열_h'ero_조합토, 흑유, 테라시즐레타, 철_70×20×63cm_2006
박기열_h'ero_조합토, 흑유, 사진인화_50.3×39cm_2006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의 에로티시즘적 진화이다. 사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말의 형상들은 이전의 작품과 형태상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크기도 손 안에서 주무르기 딱 좋은 사이즈이고, 그것의 형태나 표면 역시 부분적인 왜곡과 실사(實寫)적 표현을 적절히 혼용하여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동물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서 말은 항상 혼자 또는 여러 마리가 함께 등장하는데 사실 그것들이 시각적으로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했다고 여겨지지는 않을 만큼 사실적인 부분들도 있다. 따라서 흙으로 제작된 말들이 연출하는 장면은 현실 그 자체의 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부분 나체 사진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말들은 우선 그 장면만으로도 초현실적이다. 여성의 다리가 산처럼 보이고, 둔부가 언덕이 되며, 배꼽을 물웅덩이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작가의 의도는 분명 현실이 아닌 꿈 혹은 상상 속에서의 애욕의 행위를 환기시키거나 암시하여 더욱 에로틱하게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에로티시즘을 표현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러한 사진 속에 등장하는 말들은 관객들의 심리를 조종하여 다양한 사고의 결과를 초래하는 진정한 에로티시즘적인 요소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박기열_h'ero_2006
박기열_h'ero_조합토, 흑유, 사진인화_가변설치_2006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 때문에 끊임없이 성에 관심을 쏟지만 사회나 문화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러한 욕망들은 인위적으로 통제된다. 따라서 인간은 점점 본능적인 욕구를 금기시하게 되고 사회는 성의 완전한 개방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이 없다. 따라서 인간들은 음성적으로 이러한 본능을 해결할 장소를 찾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박기열이 전시 공간으로 어둡고 퀴퀴하며 다소 퇴폐적이고 끈적이는 느낌의 클럽을 선택한 것은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에로사항을 해결하기에 적당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미장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있어 대중적인 장소가 아닌 언더그라운드의 클럽은 그가 표방하는 에로티시즘의 적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가 관객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철저하게 이 공간에 어울리도록 계획되었고, 관객은 그가 만들어낸 환경 속에서 직접 들어오게 됨으로써 일종의 거대한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보여주는 것 하나에도 끝까지 에로티시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작가의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박기열_h'ero_조합토, 흑유, 사진인화_가변설치_2006
박기열_h'ero_조합토, 흑유, 사진인화_가변설치_2006

일반적으로 예술작품 속에 나타나는 성은 그 시대의 풍속과 시대정신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성을 통하여 다양한 사회의 모습과 현상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스의 토기에 그려진 신들의 성애장면을 통해서 완성된 신의 세계에 도달하려 했던 그리스인의 모습이나, 화면 가득히 여성의 성기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 성에 관한 사회적 억압에 정면으로 도전한 구스타프 꾸르베의 '세계의 기원'은 그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들이다. 필자는 박기열의 작품에서 인간의 억눌린 욕망을 대안 없이 자제하기만을 종용하는 현대사회를 읽어낼 수 있었다. 비록 그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다소 진부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에로티시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인식의 범위가 넓어짐으로써 작가의 독자적인 예술형식을 마련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예술과 외설이 갈린다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에로티시즘은 점점 더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그것은 에로티시즘이 인간 본능의 표출이고 가장 원초적인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더 많은 장소에서 그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 김진아

Vol.20060914a | 박기열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