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신라의 꿈

박대성 개인展   2006_0908 ▶ 2006_1001

박대성_천년신라의꿈-원융圓融의세계_종이에 먹_250×44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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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08_금요일_05:00pm

가나아트갤러리 1,2,3전시장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02_720_1020 www.ganaart.com

몸으로 부딪혀 한국화를 익힌 작가, 박대성(1945-)의 6년만의 국내개인전 ● 가나아트센터는 한국화가 박대성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 박대성은 제도권 정규교육을 받거나 특별히 사사받은 스승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70년대 국전에 8번 수상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동양화단에서 이변을 일으켰던 작가이다.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6.25 발발로 부모님과 왼쪽 손마저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림이 좋았던 작가는 10살에 붓을 들어 묵화부터 고서(古書)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살아있는 교본들을 몸으로 느끼고 내 것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리는 고된 독학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80년대와 90년대에 겸재와 변관식, 이상범에 이어 실경산수의 맥을 잇는 작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지금까지 우리네 자연을 통해 전통한국화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한국화를 지나간 과거의 예술이 아니라 이 시대의 생동하는 그림으로 만들기 위한 조형적인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 이번 신작들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키는 창의적인 실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절제된 구도와 시선, 먹 소재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져, 산수 이외의 주제와 소재를 폭넓게 선택하거나 파격적인 화면 구성을 도입하고 기법을 다양화하는 등 기존 작업의 성격과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박대성_법열法悅_종이에 석채, 흙, 먹_191×191cm(석굴암본존불), 각 192×97cm(십대제자상)_2006
박대성_현율玄律_종이에 수묵담채_178×383cm_2006

전통의 뿌리에서 꽃피는 현대성 : 전통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도전 ! ● 이번 신작들은 주제와 소재, 구성과 기법 면에서 신선한 조형 특징들을 보여준다. 경주의 유적들을 500호 화폭 위에 집약시킨 「천년 신라의 꿈 - 원융의 세계」는 석가탑과 다보탑 등 실제 유적물의 모티브들과 전설 속 사라진 황룡사 9층석탑이 구현되고, 신라벽화에서 나온 듯 사슴이 뛰어노는 장대하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은 물리적인 의미를 너머, 천년의 시간 속에서 경주가 품은 문화의 혼과 역사의 흔적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기법면에서도 붓 외에 탁본을 이용하여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다. ● 12m에 이르는 대작 「법열」은 석굴암 본존불과 십대제자상을 그린 작품으로서 먹을 머금은 바탕위에 색채를 전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작품이다. 작은 색점들로 이루어진 화려한 화면은 미묘한 농도변화로 은은하게 번져나가는 먹의 화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선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바탕에 색점들을 채워 여백의 흰 선을 부각시키는 실험적인 방식으로 불교목판에서 보는 투박하지만 강한 선의 효과와 선이 색채 속에 융화되어 부드럽게 그려지는 이중의 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전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있는 「현율」의 공간 구성은 왜곡되어 보일 정도로 과감하고 긴장감이 넘치며, 원근법을 벗어난 시선의 각도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현대적인 구도 속의 산수는 있는 그대로 재현된 풍경 이상의 산수의 정수, 자연의 본질과 기운을 전하고 있다. 박대성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조형감각과 공간구성능력은 옛 동양의 미학에 기인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림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그 기본을 '글씨'에서 찾는다. 그는 예서와 초서 등 글씨 연구를 통해 이미지를 구성해내는 능력과 속도감, 붓을 놀리는 감각을 익혔다고 한다. 서구적인 것이 곧 현대적인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뒤로하고, 한국화의 기본을 꾸준히 탐구하는 가운데 변화의 원천을 찾고 있는 작가 박대성. 이러한 박대성의 작업은 진정한 의미의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박대성_분황사2_종이에 수묵담채_40×70cm_2006
박대성_불밝힘굴_종이에 수묵담채_236×143cm_2006

문화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 경주에서 작업 : 경주 산수 속에서 숨쉬는 예술가의 사색과 명상 ● 그 동안 한국과 북한, 중국 등 명소들을 여행하면서 작업해왔던 작가는 이번 신작들을 통해서는 장소의 새로움보다는 경주에서의 오랜 호흡을 담아낸다. 경주는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도시이다. 분황사나 안압지, 석굴암 등 경주 명소들을 지척에 두고있는 작가는 그곳의 자연과 문화역사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림 속에서 경주는 긴 세월의 명상을 통해 때론 왜곡, 과장되거나 비현실적 구도로 구성되는 등 자유롭게 표현되고 있으며, 풍광 속에 녹아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사와 시간의 요소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각화되어 드러난다. 박대성의 정신과 혼을 담고 있는 경주의 자연과 문화. "나의 그림은 내 마음속에 갖고 있는 것을 시각화한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신라의 도시 경주 속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너머에 숨겨진 역사, 문화와 대화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박대성_생음1_종이에 수묵담채_190×97cm_2006

옛 한국화 정신의 구현 : 한국화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 온 작가의 관록의 힘 ● 소나무 숲을 곁에 두고 있는 박대성의 경주 작업실에는 넓은 자연정원이 있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담장과 개구리와 오리가 헤엄치는 연못, 수련과 꽃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는 모두가 작가가 직접 시간과 기력이 허락될 때마다 조금씩 가꾸어서 만든 것들이다. 계획적으로 잘 구획된 도시 정원의 모습은 아니지만 자연의 생리에 충실해서 더욱 자연의 기운을 물씬 풍겨주는 풍요로운 뜰이다. 동양화는 물감이 아닌 인격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들 한다. 그리는 대상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정화해 야하고 나의 근본이 자연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붓을 잡을 수 있는 그림 동양화. 살아있는 문인화 속에 서 소나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생활은 그의 예술의 깊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자연을 예술의 주제이자 삶의 근원으로 삼으며 한국화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박대성의 예술행보는 '예술이 선 (禪)의 행위이며 예술가는 수도자'라는 옛 문인들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박대성_생음2_종이에 수묵담채_190×97cm_2006

한국 미술계에서 박대성의 작업이 갖는 의의 ● 현재 한국미술계에서 한국화의 입지는 어렵다. 20세기 초 이상범과 변관식으로 이어지던 한국화의 맥은 가지를 찾아보기가 힘드며, 김기창 이후 대중적인 인기도 감소한 게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신진작가의 산실인 대학에서도 한국화의 인기는 타 전공에 비하여 낮은 편이고 그나마 현재 미술계에서 한국화가라고 불리는 젊은 작가들은 먹과 장지 등 동양화의 소재적인 측면을 이용할 뿐 전통적인 한국화의 정신을 탐구하는 작가들은 드물다. 이러한 미술계에서 한국화에 대한 한결같은 박대성의 예술혼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업적이지만, 그 열정이 동시대인과 호흡할 수 있는 현대적 조형언어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관록의 진정한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대성의 이번 전시가 한국화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을 수 있는 재조명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 가나아트갤러리

Vol.20060915b | 박대성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