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DENTAL COMPOSITION

深遠의 構成   김순향의 조각보展   2006_0913 ▶ 2006_0920

김순향_명주바둑판무늬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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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13_수요일_06: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전력홍보관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우리 민족의 선험적 조형의식을 담아낸 공간, 조각보 ●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한전프라자 갤러리에서는 주천 김순향의 조각보展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클레(Klee)나 몬드리안(Mondrian) 만큼 현대적 멋을 지닌 주천 김순향의 조각보 작품들로 구성된다. 김순향의 조각보는 전통 침선법과 우리 민족 고유의 색채 및 조형의식을 바탕으로 세모꼴과 네모꼴의 불규칙한 배치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잇닿을 것 같지 않은 면들의 연속, 닮은 듯 다른 각각의 조각들, 크고 작은 면들의 중첩은 부분이면서 전체를 이루는 유기적 구조이자 하나하나에 숨결이 담겨있다. 이렇게 생성되는 조각보의 면들은 계획이나 계산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순향의 작품은 한국의 미를 '무계획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던 고유섭의 말을 떠올리게 하면서 곧바로 자연(自然)의 생성원리가 바로 이러한 무작위적 작위임을 선험적으로 체현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이 이루어내는 세계는 우리에게 작가 개인의 미의식을 초월한 '深遠의 構成(transcendental composition)'으로 다가온다. 유물 재현을 넘어 새롭게 창작된 그녀의 작품들은 조각보라는 하나의 형식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을 총체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조각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더욱 발전된 예술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생성시키고 있다.

김순향_갑사풍차형조각보
김순향_모시오행보
김순향_모시조각보

조각보는 색채와 공간구성 면에서 클레(Paul Klee)나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작품과 비견되곤 한다. 그만큼 아름답고 훌륭한 조형미를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일견 돌이켜 보면 이것은 잘못된 비교이다. 오히려 클레나 몬드리안의 작품을 우리 조각보의 멋에 비견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의 두 설명은 언뜻 보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인식의 차원에서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이다. 이렇듯 하나의 사물을 놓고 그것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활동이 작품에 또 다른 의미와 생명력을 부여하게 된다.

김순향_갑사목단수조각보
김순향_모시조각보2

조각보는 물건을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사용하는 생활용품인 보자기의 일종으로, 정성스럽게 예절과 격식을 갖추는 의례용품이자 여성들의 솜씨를 담아내는 예술품으로 만드는 행위자체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천 조각을 마르고 꿰매어 잇는 정성스러운 작업을 통해 복을 비는 염원을 담았으며,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가는 것으로 장수를 상징하였는데, 양식에 한정되지 않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신선하고 독창적으로 제작되었다. 용도나 재료, 구조 등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매우 다양한 조각보는 우리 민족의 생활 전반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활발하게 제작되었으나 19세기 말 이후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버린 듯 했다. 이러한 조각보를 오늘날 되살린 이가 주천 김순향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배운 전통 바느질법으로 평생 동안 조각보를 짓고 있는 작가가 가느다란 바늘과 실로 이루어내는 향연은 침선법이라는 말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조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주천의 작품은 대부분 모시조각보가 주류를 이루는데, 이는 홑보로 일반적인 조각보와 달리 안과 밖이 동일한 모습을 지니도록 쌈솔법으로 제작된다. 쌈솔법은 한 번 접어 홈질해서 넘기고, 접은 곳을 감치고, 다시 접어 감치는 기법으로 하나의 선을 만들기 위해 세 번의 침선이 따르는 정교한 작업이며, 조각보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노고와 최상의 숙련을 필요로 한다. 오랜 기간 동안의 유물 재현을 통해 우리 민족 고유의 미의식과 색채감각을 축적해 온 주천은 옛 것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의식에 따라 새로운 창작으로 나아감으로써 조각보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더욱 발전된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생성시키고 있다.

김순향_모시조각보5
김순향_모시조각보3

주천 김순향이 이루어내는 조각보의 세계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형성된다. 첫째는 동일한 크기의 단위조각들을 규칙적으로 반복시키는 전통적 형태구성법에 자신의 미적 의도를 색채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다. 둘째는 불규칙한 크기와 형태의 조각 천들이 중앙으로부터 바깥쪽을 향해 확산되는 화면구성을 통해 자연의 생성원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후자는 특히 '자율보'라 한다. '자율보'를 포함한 주천의 작품에 나타난 세모꼴과 네모꼴들의 불규칙한 배치가 만들어내는 화면의 색다른 규칙성, 오방색을 이용한 원색과 무채색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색상 배치, 잇닿을 것 같지 않은 면들의 연속, 닮은 듯 다른 각각의 조각들, 크고 작은 면들의 중첩 등은 부분이면서 전체를 이루는 유기적인 구조이자 하나하나에 숨결이 담겨있다. 이렇게 생성된 조각보의 면들은 계획이나 계산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의 미를 '무계획의 계획'이라고 했던 고유섭의 설명을 떠올리게 하면서 곧바로 자연(自然)의 생성원리가 바로 이러한 무작위적 작위(無作爲的 作爲)임을 선험적(transcendental)으로 체현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담아내고 있다. 더욱이 독창적 화면구성과 함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천의 작품들은 조각보라는 하나의 형식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을 총체적으로 표현해 냄으로써 물건의 보관과 운반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현대적인 생활공간에 품격을 더하는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조하면서 가리고, 덮고, 씌우고, 받치고, 장식하고, 상징하는 등 다양한 쓰임새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 변청자

Vol.20060916c | 김순향의 조각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