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일탈의 방법

손경환 회화展   2006_0919 ▶ 2006_0927

손경환_100% fun-revolv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4×12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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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19_화요일_05:00pm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1층 Tel. 02_910_4465

재미있게도 총과 칼 등의 무기는 남자아이들에게 폭력과 즐거움이 조합된 형태로 접해져 왔다. 그것은 그들에게 어릴 적부터 주입되는 가부장적 국가 이데올로기에 부합되어 놀잇감으로써 일방적으로 제공되기도 했으며, 상업주의와 결부되어 더욱더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조작되었다. 합리와 과학이 파괴의 목적으로 만들 낸 총은 그것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제공되고 그의 실제 기능이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더라도, 모든 이들이 파괴적 기능을 가진 그 물건을 온 마음을 다해서 갖고 싶어 했던 어릴 적의 흥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손경환_I gotta 120 poin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cm_2006

로망... ● 작가에 의하면 남자는 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흔히 구어체로 많이 쓰는 '나의 로망'은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상을 객관화시키기보다 자신의 상상에 의거한 환상에 종속시켜 대상을 특질화 시키는 것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혹은 영원히 취득할 수 없을 것에 대한 환상과 열망이 대상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여 공포나 애정의 대상으로 만든다. ● 어릴 적 장난감 총을 가지면서 진짜 총을 열망한다. '총을 가진 자'라는 환상은 내가 아닌 혹은 우리가 아닌 모든 공간, 타인을 타자로 구분하고 그것을 파괴하고 지배할 권리를 갖는다. 인간의 주체형성에 있어서 주체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던 정신분석학자 라캉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를 습득하고 사회 질서 속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자기 소외의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언어를 배우기 이전의 상상계 속의 아기는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세계를 연속적으로 인지하여, 자신과 자신의 욕구, 그것의 만족 -어머니에 의해- 만이 있을 뿐이다. 이후 언어를 배우면서 사회라는 타자 속으로 자신이 들어가게 된다. 언어는 기표와 기의가 상징적으로 엮여진 체계로써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법칙에 의거하기 때문에, 상징계에 들어서는 아기는 이미 정해져 있는 기표들을 통하여 말하고 사고하게 된다. 그로인해 언어적으로 명료화 되는 사회의 질서에 부합하면서 사회속의 주체로 정립되는데 이때 상징적인 체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나머지들이 무의식으로 남아 억압되어 존재하고, 사회적 주체는 상상계적 온전히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했던 자기로부터 차가운 소외의 과정을 겪는다.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는(타인을 제거하려는 시도)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는 상징계 이전의 상상계적 주체로써 합일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그 순간 상징의 세계(언어로 체계화 되는, 질서의 세계)와 상관없이 온전히 살아있는 주체가 되는 꿈을 키워왔을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군대에서 진짜 총을 일시적으로나마 가지게 되지만 그것은 나의 욕구와 상관없이 규율과 법칙에 더욱 더 부합된 훈련이라는 것에서 총의 로망은 성인이 되고 군을 제대한 후에도 계속 된다.

손경환_Don't Shoot!!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00×75.5cm_2006

라캉에 따르자면 근본적으로 결핍된 상태인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모체에서 떨어져 나오는 분리를 겪고, 상징계로 진입한 후에서 자기소외의 과정에 의해서- 언제나 그 결핍을 채워줄 욕망의 대상을 찾는다. 하나의 대상을 욕망하다, 그것이 실현되면 대상은 허구가 되어 사라지고, 욕구는 그대로 남아 또 다시 다른 대상을 찾아 욕망하는 단계가 된다. 언제나 결핍된 상태에서 대상을 찾고 대상을 향하여 욕망하는 순환이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인데, 게임은 이러한 순환의 논리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작가는 보글보글 이라는 게임부터 테트리스 등의 게임에서 조차 파괴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둔하고 귀여운 주인공 캐릭터가 몬스터를 거품 속에 가두고 그것을 터뜨려 죽이는 것, 테트리스에 각 퍼즐의 칸이 끼워 맞춰지면 줄이 파괴되는 것 등을 보며 오락의 도구인 비디오 게임에서 성취와 소멸, 파괴의 구도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게임의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의 FPS, 1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에서는 총을 쏘는 사람(자신)의 시점만을 보여 줌으로써 캐릭터의 동일시와 폭력성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또한 전쟁을 운용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공간의 파괴나 살상에 대해 거리가 생겨 잔인함에 대해 무감해 진다. 더욱이 이런 게임 안에서는 그 행위의 주체인 자신도 가상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손경환_kill mark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61cm_2006

초기의 작업들은 게임 화면에서 대상을 향해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는 1인칭 시점의 장면 중 파괴의 대상이나 무기 등을 모니터의 RGB컬러 출력 형태로 색을 분해하여 한 점 한 점을 손으로 그렸다. 작가는 이 폭력적 장면의 재현이 단지 가상이라는 모니터 화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RGB 출력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 손경환의 작업은 개인적인 욕구와 사회적인 관심의 두 가지의 코드가 충돌하는 것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내면에서 열망해 온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기계로써의 무기에 대한 로망과 현실에 있어서 원격으로 살상이 가능하게 된 이 시대에 전장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비실제성과 무감각에 대한 반성이 그것이다. 두 가지의 관심은 작가 안에서 게임이라는 예로 들어진 가상현실에서, 폭력과 살인이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깔끔한 외관 안에 폭발의 가능성을 지닌 미사일의 아름다움, 폭력적 기능이나 맥락은 모두 지워낸 단순한 원색 배경의 장난감 무기들은 자못 심각하고 현실적인 소재들을 개인의 관심사 안으로 끌어들여 가볍고 재치 있는 결합물을 만들어 내었다.

손경환_이것이 일탈의 방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210cm_2006

손경환의 작업 '이것이 일탈의 방법' 에서 보이는 총의 경우에 이러한 팔루스의 치환적 이미지가 보인다. 팔루스는 상상적인 남근으로 가장 큰 남근, 프로이트가 원초적 자아를 성적 주체인 리비도로 상정 하였을 때, 그 에너지의 원천이면서 그것이 결핍된 자(여성)에게 충족을 줄 수 힘이다. 다시 말해, 주체가 욕망하고, 얻으면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상상적인 남근이며, 하나의 기표로 환원될 수 없는, 결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제나 열망하게 되는 상징적인 남근이다. 팝 적이며 가벼운 느낌으로 표현한 장난감 총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탑재된 유탄발사기의 정성스럽게 표현된 입체감에서 발기된 남근, 힘의 상징, 긍정적 에너지이면서 공격을 가할 준비가 되어있는 팔루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장난감 총에 대해 작가가 말하는 남자의 로망이 여기서 느껴진다. 또한 가상이라는 것을 환기시키기 위한 도구로 나타낸 RGB의 색분해 이미지는 그가 도덕적 행동주의로 나서지 않고, 혼자만의 공작소에서 그 자신의 쾌에 집중함으로써 은연중에 가지는 트라우마가 나타나는 듯이 보인다. 게임의 재현으로 쉽게 읽혀지는 그의 그림은 상황을 제시하는 것까지 만을 의도하지만, 거기에서 분명히 느껴지는 힘은 작가가 표현한 분열되고(색분해) 부서질 듯한(망점) 이미지의 사회적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

손경환_Ghost Raccoon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12×64cm_2006

팝 적이고 쉽고 재미있게 그리려 했다는 그의 의도와 다르게 우스운 가운데 생뚱맞게 초라한(고스트 리콘), 마치 증오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묘한 분위기는 그가 말하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드러나는 듯하다. 굳이 페인팅으로 표현된 작업들에서 맥락을 은폐하는 원색의 배경 뒤에 한톤 가라앉은 색이 겹쳐있고 작가의 분열을 추측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단순한 제시를 넘어 작가의 심경을 대변해 준다. ■ 김은영

Vol.20060919f | 손경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