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책(廢冊)에서 '종이결 풍경'으로

이승오 개인展   2006_0920 ▶ 2006_1022

이승오_Layer_캔버스에 종이, White Painting_118×91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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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20_수요일_05:00pm

갤러리 진선 기획초대展

협찬_진선출판사

작가와의 만남 1차_2006_0924_일요일_03:00pm 2차_2006_1015_일요일_03:00pm

갤러리 진선 서울 종로구 팔판동 161번지 Tel. 02_723_3340 www.galleryjinsun.com

폐책(廢冊)들을 가져와 작업을 하면서 / 나는 소멸(消滅)과 탄생(誕生)이 공존(共存)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 / 책은 지식을 전달하던 본질(本質)에서 자유로워지고 / 다른 표현(表現)을 위한 하나의 변신을 가진다. / 변신한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고 / 하나의 선(線)이 되고 색(色)이 된다. / 그러한 선과 색이 모여 하나의 형태(形態)를 가질 때 / 형식(形式)에 연연해하지 않은 그림을 발견한다. / 시간과 사건들이 쌓여서 역사를 만들듯이 / 나의 작품들은 그런 과정을 겪으며 탄생한다. ■ 이승오

이승오_Layer-풍경_캔버스에 종이_81×172cm_2005
이승오_Layer_보드에 종이_45×90cm_2005

이승오의 작업과정은 매우 독특하다. 그의 작업에서 만나게 되는 '집적(集積)시리즈'들은 단순히 종이의 물성만으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폐책들을 자른 다음 화면에 붙이고 쌓아가는 수많은 단편들을 통해 '낯설게하기'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잘 것 없던 폐기된 책들을 수집하여 생명을 불어넣고 이를 통하여 다시금 조형언어로 탄생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독자성을 주목한다. ● 먼저 그는 오래된 잡지, 교과서 등의 책이나 종이폐품 등을 수집한 후 본드성분의 액체에 책이나 종이들을 담그게 된다. 다음에는 본드성분이 배인 종이들을 건조대에 올려 말리게 되는데 어느 경우는 6개월이 걸리는 지질도 있다. 상당 시간동안 건조하게 되면서 책이나 종이들은 이미 교과서나 잡지 등의 기능으로부터 단지 조형적인 매재(媒材, medium)로서의 의미로 변화된다. ● 이 같은 사전작업을 거친 후에 많은 책이나 종이들은 단단히 고체화되어 이를 잘라 화면에 붙여나가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이승오_Layer_보드에 종이_122×38cm_2005
이승오_Layer_보드에 종이, 황토, 백토_81×172cm_2005

흡사 나뭇결이나 태고의 신비로부터 비롯된 지층의 역사 한 부분을 차용한 듯한 작가의 장인적 노력에 대한 감응은 그 매재가 책이라는 점에서 보다 이색적이다. 양식의 집합체라는 상징도 그러하지만 폐책자들을 이용한 그의 아이디어에 대한 설득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 이번 전시에서는 방법의 차별화, 그 낯설게하기의 신선함과 가능성을 확보한 이승오의 작업들이 민화나 전원풍경, 자연의 재해석 그리고 새로운 산수화의 독자성으로 선보인다. 일상의 도시풍경이나 전원의 낮은 언덕, 작은 길 등에 대한 작업들은 거창한 관념이나 역사성 대신 보다 솔직한 근거리의 생활이 녹아있는 일상의 전경들로 표현되고, 치밀한 수놓기와 같은 종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낸 자연의 재해석작업은 수묵화의 그 기운생동의 생명력을 갖는 먹선과 같은 감동처럼 새로운 '종이 산수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 이제 기존형식의 틀로부터 독자적인 해체를 통하여 자신을 찾아 나선 그에게 보다 파격적 관점과 선언이 요구된다. 급기야는 엽기적작업들이 설득력을 가질 정도로 충격적인 작업들까지 명멸하는 이 시대에 보다 쉼 없이 변화해 가는 이 '시대의 화두'를 찾아나서는 선두주자로서 좀 더 거시적인 관점과 채널확보는 글로벌시대의 언어획득의 매우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 최병식

Vol.20060921b | 이승오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