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하는 집

이솝 개인展   2006_0923 ▶ 2006_0930 / 월요일 휴관

이솝_개집_2003 / 나비집_2005 / 새집_2005 / 박쥐집_2005 / 오징어집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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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23_토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작가 이솝은 여러 종류의 작고 가벼운 모형물을 만든다. 그런데 이솝이 만들어 내놓는 이 조그마한 크기의 모형물들을 들여다보자면, 그것은 한 눈에 아기자기하다 라거나 귀엽다, 재미있다, 라는 감탄사로 대략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가도 고개를 다시 갸웃거려 그 모양새를 꼼꼼히 살펴보게 하고, 또 다시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려 이 작은 모형물들에 드리워진 변화무쌍한 작가의 심상을 공감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도록 하는 과정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도록 만들고는 한다. 이 기이한 모형물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 눈길을 붙들어 놓고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도록 고안되기라도 한 것 같다. 그가 조물 조물 만들어낸 이 많은 종류의 모형물들은 당췌 무엇을 그려낸 것이며 어디에 쓰여질 물건일까? ● 처음 이솝 이라는 작가와 만났을 때, 거짓말 조금 보태 그가 '산더미 만큼' 들고 온 포트폴리오 속에는 '하늘을 향하는 집' 이라는 제목의 곤충들을 위한 모형물 전개도와 스케치들이 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주로 나비나 잠자리, 비둘기, 거미, 개, 딱정벌레를 위한 집과 의자, 또는 모자 등을 설계한 이 자료들을 보고, 나는 작가에게 "이것들이 실제로 곤충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이 결과물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그들을 '위한다' 는 거죠?" 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시간이 넘도록 작가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좀처럼 궁금함이 풀리지 않아 참으로 답답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한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작가의 첫 개인전을 면전에 앞둔 지금 비로소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그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원한 것은 실제로 곤충들을 마루타로 의자에 앉히고, 모자를 씌우고, 집 속에 가두고자 했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어린 아이가 블록 쌓기 놀이에 집중하며 만화 속에나 등장하는 고양이를 위해서 어설픈 손놀림으로나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집을 지어주고 싶어하듯, 목적과 수단 자체가 '사람'을 향한 것이 대부분인 이 세계의 거대한 건축물들로부터 벗어나, 우리가 평소 '하등' 하다고 여기는 이 땅 위의 무수한 생물들을 위하여 상상의 집을 만들고, 메마른 종이의 질감 속으로 자연물의 영상이 오롯이 담겨지기를 소망했던 것이리라.

이솝_멍게의 의자_2006 / 딱정벌레 의자_2003~6 잠자리를 위한 의자_2003~5 / 애완 비둘기를 위한 모자_2003~6
이솝_1인유람선_종이_2005
이솝_무제2_종이모형_2006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줄 최근 작업은 그 동안의 '만들기' 행위에서 확장되어 이 만들기 과정이 커다란 캔버스 드로잉과 공간을 부유하며 이루어내는 삼각 구도에 관한 연구 과정이다. 서로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 안에 함께 놓여 지면 그것은 마치 커다란 조형물들의 합창처럼 각각의 악기와 소리와 생김새들이 저마다의 연주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작가의 지휘봉 아래 놓여지게 될 것이다. 이솝은 주로 종이나 나무를 활용하여 반 추상적인 형태의 집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일상적 감각이 담긴 이미지들을 출력하여 모형물 위에 덧붙이기도 한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우리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느 소년의 방에 들어 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삐죽삐죽 기둥이 많아 동화에 나오는 궁전이나 성 혹은 먼 행성의 마을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나의 집은 가슴에 검은 연기를 새기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십자가나 미소 짓는 아이와 얼음의 집과 추억, 날개 같은 것들을 담고 있다. 나라와 나라가 만나기도 하고 시절과 개인이 만나기도 한다. 사람들도 저마다의 생김새가 있고 다양한 성격을 갖는 것처럼 내가 만든 집 속에도 나쁜 캐릭터가 있고 순한 것과 열정을 가진 것도 있다. 그것들이 모여 시대의 박물관이나 현재의 합창이 되었으면 좋겠다. 긍정의 힘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상적인 감각이 덧붙여진 반추상적인 집들을 만들고 저마다의 생김새가 새로운 형식들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 우리의 유년기를 설레게 하던 동화 『오즈의 마법사』속에서, 도로시가 꿈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집이 하늘로 붕 떠 낯선 세계를 탐험하고 또각또각 구두를 두드려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듯, 작가 이솝은 자신의 상상의 집과 도구들을 작고 가벼운 모형물들을 통해 만들어 나가며, 아직 알지 못하는 불안한 내일에 대한 예감에 작은 소망의 날개를 달고 한 동안은 바람이 되어, 또 한 동안은 나비나 비둘기가 되어 이 세계에 잠시 머물다 떠나기를 말 없이 반복하려나 보다. ■ 유희원

Vol.20060923a | 이솝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