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이샛별展 / LISETBYUL / painting   2006_0926 ▶ 2006_1018

이샛별_1_프린트에 아크릴채색_각 40×4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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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홈페이지_www.lisetbyul.com

초대일시_2006_0929_금요일_06:00pm

10월 5,6,7일(추석연휴)은 휴관입니다.

아트스페이스 휴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4-41번지 미진빌딩 1층 Tel. 02_333_0955 www.artspacehue.com

"이샛별의 헌화가 또는 봄날은 정말 갔는가?" ● 대부분의 경우 원하는 시간을 또 그 시간에 보냈어야했던 것들을 재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비록 구성했다 하더라도 매번 뒤늦었다는 것을 다시 인지할 뿐이다. 어린시절부터 나를 둘러싼 풍경은 그저 본래부터 그러했다는 안정감을 어느 순간 상실하며 아주 우연한 풍경이 나를 둘러싸고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을 작가의 그림에서 느껴야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마치 누군가 네 엄마는 사실은 네 진짜 엄마가 아니었다고 일러준다면, 그때 일어나는 현기증과 공포와 같은 기분은 또 어떨까. ● 매순간 우리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 또는 사건들을 기억하고자 노력한다. 그런 노력은 그러나 매번 노력했다는 자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 경우가 허다하다. 작가의 그림이 주는 인상은 그러한 눈부시도록 화사하고 또 코가 찡하도록 향을 발하는 꽃과 꽃보다 아름답다던 사람들 또 그 사람들보다 더 진한 향기와 매력을 발휘하는 계급장들 권위들. 꽃과 사람과 계급장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곧 우리의 기억 한줄기를 점하고 있던 세계이다. 꽃으로 가득한 세계는 일종의 무속적 염원의 세계거나 이상향으로 해석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뿌리칠래야 뿌리칠 수 없는 강렬한 추억과 회상의 파도 앞에 좋았던 호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물론 그 시절은 결코 실재하지 않았던 세계였고 다만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리워하던 곳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답게 채색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 시절을 예찬하거나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 시절은 자신이 만들어 낸 허구의 세계임에도 너무도 선명하게 실존하게 된다.

이샛별_2_프린트에 아크릴채색_각 40×40cm_2006
이샛별_3_프린트에 아크릴채색, 콜라주_70×300cm_2006
이샛별_3_프린트에 아크릴채색, 콜라주_70×300cm_2006_부분
이샛별_4_프린트에 아크릴채색, 콜라주_300×56cm_2006

우리가 보내온 시절과 현실들을 찬찬히 기억하고 기록하고 형상화하면서 우리 자신도 어떤 참된 인식과 모습에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작가의 그림이 주는 미덕은 바로 우리가 보내온 한국의 최근세사를 강렬하게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또 그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세계를 바라보고 또 우리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를 준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고 색상은 처연할 정도로 강렬해서 마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각과 청각에도 어른거리게 하는 형상의 힘을 보여준다. 꽃은 더 이상 꽃으로서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의 얼굴은 작가 자신의 초상이자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과 공포의 권위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자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또 계급장들은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상한 질서와 권위가 요구되던 시절의 유산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매순간 시큼하게 코를 찌르듯 꽃과 사람과 군사문화가 어울려있던 호시절(?)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는 과정이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전달된다. 그 누군가는 아마도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시절의 풍광을 눈앞에 펼쳐 보이며 사계절을 순환하며 지침 없이 흘러가는 생의 물길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 어떠한 권위도 권위로서 생사여탈권을 발휘하는 세계, 우리는 그런 세계를 기억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한때의 혈기 방장한 자유의 시절을 범접할 수 없는 힘과 이미지로 사방이 꽉 막히고 사지가 꽁꽁 묶여버렸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꾸만 되돌아보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는 꽃만 보지 말 것을 또 사람만 보지 말 것을 아니 힘과 권위만을 보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그럼 무엇을 보란 말인가? 작가가 환기시키려는 것이 무엇인가? ● 어린시절 성장기에 보아온 동두천 미군기지와 하늘에 그려놓은 전투기의 비행들, 그리고 거리에 나선 군복에 예쁘게 반짝이는 계급장들. 꽃보다 더 예쁘게 눈길을 끌었던 계급장들에 대한 좋았던 기억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 성인의 문턱에서 점차 불길한 죽음의 힘을 상징하는 것들로 변해버린 이 군사문화의 별들. 우리 주위에서 무의식으로 그러나 자주 마주할 법한 사람들의 초상들.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봄날의 화려한 외출. 그리고 군인들. 사람들. 사람들. ■ 아트스페이스 휴

Vol.20060926b | 이샛별展 / LISETBYUL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