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학

곽현정 개인展   2006_0927 ▶ 2006_1003

곽현정_관계Ⅰ_한지에 먹, 채색_24×19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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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27_수요일_06:00pm

갤러리 가이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5번지 Tel. 02_733_3373 www.galerie-gaia.net

사랑과 예술 - 초극(超克)의 기쁨 ●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많은 철학자들이 '성'과 '사랑'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남녀의 에로티시즘의 분석 틀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플라톤이 처음으로 '사랑(eros)'에 대해서 관심을 쏟았다면, 프로이트는 '성'을, 라캉은 '욕망'을 연구하는 식으로, 그 연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것들의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이러한 연구들은 몇몇 특징들이 닮아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 사랑은 자기에 대한 사랑이 있고, 타인에 대한 사랑이 있다. 우리는 흔히 후자를 사랑으로 이해하지만, 실은 자기애로부터 타인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은 사랑을 바탕으로 상호 감정 또는 생각을 교류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이다. 성은 기본적으로 육체적 쾌락을 동반하고, 욕망은 속성상 이루어져야만 해소된다는 점에서 항상 어떤 '이룸'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열락(悅樂) 내지는 초월의 기쁨을 맛본다는 점에서 욕망이나 성은 예술의 기본 성격과 유사하다. 이러한 유사점에서, 본 작업은 예술과 사랑을 인체에 접목함으로써 상상력을 한 층 더 고조시키려고 했다. 에로티시즘에서 인간의 인체는 개인과 개인이 접촉하는 최초의 지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매개체가 된다. 특히 한국인은 무엇을 확인하는 경우, 만져서, 즉 접촉으로 확인하려는 성격이 있으니 더 할 수밖에 없다. 섹스는 물론이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영역도 다정한 눈짓, 손짓, 사랑의 몸짓에서 육체의 언어나 동작이 없다면 과연 우리는 그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 '에로티시즘'의 사전적 정의는 '남녀 간의 사랑이나 관능적 사랑의 이미지를 의식적 ? 무의식적으로 암시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나는 사랑을 에로티시즘에 국한시키지 않고, 넓게는 감정의 소통, 사랑에 의한 치유, 인간으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게 누릴 수 있는 감정의 놀이까지 확산시키고 싶었다.

곽현정_관계Ⅰ-너와 나_한지에 먹, 콩댐_98×130cm_2006

동서양의 사랑-예로부터 '사랑/성'이라는 화두는 동서고금에 걸쳐 인류의 역사와 그 맥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조선조 유교 시대에서, 그것은 사회와 문화, 시대에 따라, 때로는 개방적으로, 때로는 터부시되고 금기시 되어왔다. 동양화에서 춘화라는 장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권위주의적 양반들이 즐기는 은밀한 목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에는『성경』의「창세기」에서 보듯이, 인간의 원초적 모습은 누드였고, 우리의 경우처럼 은폐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개방되어 역사를 같이 하여, 중세를 빼고는 그런 비슷한 장르는 항상 있어 왔다. 지금은 음지에다 숨기고 아름답지 못한 저급의 문화라고 보던 과거와는 다르게 서양의 그리스도교적, 또는 그리스적 인본주의적 의미에서 인간 본연의 관계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여 신이 주신 인체의 아름다움에 추가하여 관계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싶다. ● 둘이면서 하나-두 연인의 인체가 한 공간에서 표정이 보일 듯 말 듯,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등 다양한 관계의 두 남녀의 모습의 드로잉 작품은 흑백 또는 담묵의 먹색으로 나타내기에 부족하다고 느껴, 인체를 생명을 상징하는 붉은 색 주묵(朱墨)의 드로잉적인 선으로 표현해 보았다. 공간의 구성에서도 두 남녀는 특정 공간이 아닌 둘 만의 공간에 마치 신체가 원래부터 하나인 듯 감싸 안음으로써 둘이면서 하나인 공간을 연출했다. 이것은 먹의 번짐을 통해 감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타난 드로잉선의 공간으로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곽현정_관계Ⅱ_한지에 먹, 채색_24×19cm_2006
곽현정_관계Ⅱ-너와 나_한지에 먹, 콩댐_100×117cm_2006

죠지 디키는 플라톤의 청소년의 미적 교육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젊은이에게는 우선 하나의 아름다운 신체-인체-를 사랑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 다음에 미(美)가 다만 하나의 신체가 아니라 모든 아름다운 신체들을 사랑하는데 대한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으므로, 배우는 자는 영혼들의 아름다움이 신체들의 아름다움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하고, 그 다음 단계에는 아름다운 행위들과 관습들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정신적인 단계의 숙지를 통해 이러한 행동들이 하나의 공통적인 미를 갖는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고 하였다. 아직 나는 플라톤의 입장에서 보면 젊은이이다. 나는 미적교육론에서 보면,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것일까?

곽현정_관계Ⅳ_한지에 먹_19×24cm_2006

그러면서도 나는 우리시대의 성(性)의 아름다움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처럼 빠르게 변화해 가고, 정신없이 기호가 바뀌는 인스턴트적 사랑이 아닌, 감정의 합일로 서로의 감정의 소통의 장(場)으로, 가장 마지막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인 '사람과 사람의 감정'을 신체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 사랑은 너와 나의 조화관계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질 때 행복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긍정하기도 한다. 내가 상대방의 기쁨이 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서로가 교감되기도 한다. 나는 그 사랑을 추상적 형상으로 표현하지 않고, 사랑의 행위 모습을 더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인체의 모습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나의 작업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통해 더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곽현정

Vol.20060927c | 곽현정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