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연금술-밥에다 김치

황인선 개인展   2006_0927 ▶ 2006_1003

황인선_배추 김치-한지 캐스팅 (목판, 석판 기법)_43×28×13.5cm_2002

초대일시_2006_0927_수요일_06: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3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02_725_9257

밥상 위의 연금술 : 예술적 형상화 여정에 관한 비평적 소고 ● 작가 황 인선은 다양한 사회/경제, 문화적 현실과 상대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현대 미술의 현상들에 주목하면서, 작가의 예술적 모색에 있어서 회화적이면서도 판화적인 기술에 중점을 두고 이를 심화하는데 주력한다. 더불어 그의 작업은 작가가 풍부한 상상력이라는 유산을 바탕으로 작품의 기술적인 측면까지 겸비한, 그 자신만의 고유한 자질을 갖춘 성숙한 표현에 이르렀다고 본다. ● 그의 작업의 중대한 의미는, 자연 세계에 대한 관찰이나 익명성을 띠는 불확실한 현실의 복합성과는 동떨어진 태도- 전달과 표현적인 측면에서 아주 상투적인 - 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황인선_김치 행진 I-한지 캐스팅 (수성/유성 목판)_ 벽에 설치_138×68×4.5cm×7_2002

그의 작품들 속에는 예술적 경험에 있어서 미국 팝아트의 승리자적인 사고의 획일화, 규격화 및 절대적 가치로서 의도된 매스 미디어의 전달 양상들이 현명하게도 여과되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일상은 우연적 요소로서 지각되는 동시에, 일종의 모순적이면서도 유쾌하고 명랑한 표정을 드러내는 화해의 의미이자, 표현과 형상의 해방이며, 향연이 된다. ● 확실히 만화경 안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형상으로 가득 찬 새로운 세계와 한계 없는 표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에 매료된 작가적 통찰력이 존재한다. 거대하게 만들기, 변형하기는 현실과 환상, 그 간극에서 일어난 지속적인 떨림 속에서 꿈꿔 온 이미지를 표출해 낸다. 회화와 판화의 경계이든 혹은 그 둘의 화해로부터 오는 것이든 간에, 사실상 색의 출현은 전반적으로 재료를 서로 조합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섬세하고도 유쾌한, 익살스러운 즐거움의 논리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황인선_김치 행진 II-한지 캐스팅(드리핑, 염색 기법)_138×87×87cm×5_2003

그의 작업에서는 목판화 혹은 회화, 조각, 설치 예술이 서로 조우하며, 이는 상상력과 창조성 사이에서 조합되는 발상의 측면에서 볼 때 작품으로서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의 과정에서 그것은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과장법으로 전환되고, 이러한 문맥에서 주변 공간과 이미지의 관계에 놓인 일종의 당혹감 혹은 혼란스러움의 형태로서 자각된다. ■ Nino Bacco

황인선_하루 또 하루_한지 캐스팅(염색 기법)_13×13×8cm_2002
황인선_따뜻한, 숨김없는_한지 캐스팅, 쌀, 전구_설치_2005

여성과 어머니 ● 약간 찡그린 듯 한 어머니의 잠자는 모습을 담은 작은 드로잉에서 출발한 황인선의 작업은 사회 구조의 최소 단위이자 인간 삶의 기본 토대이자 작가의 또 다른 자화상으로서의 가족을 담는다.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 내에서의 억압된 어머니의 삶을 통해 한국 여성의 삶을 드러내는 비판적 작업에서 시작하여 가족 내 성원 간의 역할 및 소통 관계에 주목하면서 가족의 일상적인 풍경을 담아내게 되었고 이는 가족의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서의 '저녁 식사' 연작으로서 마감하게 된다. 이후 단순히 가족의 일상적인 풍경을 담아내던 서사적 구조의 회화에서 좀더 집약적이고 압축적인 판화로의 전환을 통해 저녁 식사의 밥상 위에 올라오는 밥과 반찬들에 주목하여 이를 상징적 오브제로 표현한다. 또한 여성의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sewing, 염색을 도입하여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황인선_밥 더미_한지 캐스팅, 실, 조명_253×252×132cm_2005

밥과 김치 ● 가족 풍경에서 시작한 일상에의 관심은 20세기 모더니즘의 관념적인 미관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의 실상적 구체성에로의 이행을 바탕으로 한다. 근대의 아름다움의 미학에 가리워져 소외되었던 삶과 예술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저녁 식사의 밥상 위에 올라온 밥과 김치는 판화의 기법 중 하나인 목판 및 석판, 특히 한지의 캐스팅 작업을 통해 즉물적인 오브제로서 드러나고 이는 예술 철학적으로 20세기 맑스의 유물론에 의해 일루젼에서 오브제로의 이행을 바탕으로 한다. 식사는 '먹는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에 '식사문화'라는 사회적 의미가 만나는 장이며 여기에 올라오는 밥과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서 본인의 정체성 및 민족성을 드러내는 인류학적인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런 소재에의 관심은 팝 아트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으며 이렇듯 일상적 소재의 극대화를 통한 해학과 즐거움은 본인의 예술 행위의 양상이라 할 수 있겠다.

황인선_밥-씸_한지 캐스팅, 실, 조명_187×267cm(81장)_2004

감각의 해방-눈으로 먹는다 ● 주로 이성적이고 물리적인 감각이라고 일컬어지는 시각과 청각에 비해 미각과 촉각은 본능적 영역이다. 근대의 전통적 예술관은 주로 이성과 합리성에 의존한 시각적 설득을 바탕으로 하나 포스트 모던의 해체적 예술관은 이성에 의해 통제되고 억눌려왔던 감각의 해방을 선언한다. 물론 이는 20세기 프로이드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밥과 김치를 보면서 눈으로 먹고 (시각과 미각), 한지라는 질료와 캐스팅이라는 기법을 통해 느끼는 (촉각)이 서로 동시에 교차하는 것이다. ■ Pier Luigi Buglioni

Vol.20060929a | 황인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