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노래

변정현 수묵채색展   2006_1025 ▶︎ 2006_1031

변정현_줌마델라_장지에 먹, 분채_32×6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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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25_수요일_05:00pm

목인 갤러리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02_722_5055 www.mokinmuseum.com

변정현의 그림은 일상의 풍경을 재구성, 콜라주한 흔적이다. 평면 안에 그려놓은 콜라주처럼 보이는 면의 분할과 구성들은 마치 마티스의 색종이로 오려 만든 작업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크고 작게 나뉜 면들을 색채로 혹은 다양한 문양과 장식으로 채워 넣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반복해서 칠해진 색채들은 칠해졌다기 보다는 본래의 색채를 지닌 종이처럼 놓여있다. 다채로운 색상을 실험하듯 화면은 색채의 모자이크로 빛난다. 색과 선으로 구성된 화면 안에는 도시풍경이나 실내 정경이 스친다. 회색의 빌딩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거리를 활보하는 도시인들, 각종 색채와 문양의 옷들을 걸치고 가방을 둘러메고 걷는 모습, 의자에 앉아서 신문이나 책을 보는 형상이 있는가 하면 실내와 실외에서 특정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습이 순간 정지되어 있는 화면이다.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우아한 몸짓이나 생명력 넘치는 포즈는 정지된 화면에 시간성을 얹혀놓았고 그 위로 맥박 같은 울림을 올려놓았다. 인간의 여러 다양한 삶이 활기차게 부감되는 그림이다. 또한 동양화의 전통적 재료를 사용해 동시대 사람들의 풍정을 담고 있는 일종의 풍속화로 다가온다. 밝고 화사한 색채와 깔끔한 구성에서 오는 장식성, 시원함과 오밀조밀함이 공존하는 화면이 주는 긴장과 이완이 상큼하게 다가오는 그림은 무엇보다도 시각성에 호소한다. 평면성과 색채감, 단순화된 도상, 도회적인 내용들이 어우러진, 동양화로 그려진 팝 적인 풍속화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여성적인 패턴으로 마감된 장식들이 단순화된 인체의 실루엣과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 돋보인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평면과 강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며 색 그 자체를 표현의 본질적인 수단으로 올려놓고 있다. 기존 동양화의 채색작업이 대부분 특정한 소재의 지루한 묘사와 기존 서양화의 추상작업과 유사한 유형으로 풀려나가는 지점과 달리 일상에서 관찰한 삶의 풍경을 구성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채색의 부드럽고 깊은 맛을 살려나가는 쪽으로 전개시키는 작업이다.

변정현_기다림_장지에 먹, 분채_73×61m_2005
변정현_열정_장지에 먹, 분채_73×61cm_2005
변정현_균형잡기_장지에 먹 분채_73×61cm_2005

작가는 인체 각 부분의 비례를 변화시키고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몸통과 팔을 가늘고 길게 변화시킨다거나 유기적인 곡선을 부여해 움직임을 묘사하고 있다. 이 유동적인 선은 보는 이의 시선이 인체를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유인한다. 그로인해 왜곡이 아닌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보는 이들은 이 그림에 등장하는 형태를 통해 일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생의 여러 상황들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간에게서 받은 인상과 기운을 고스란히 선과 순수한 형태로 추출하고 있는데서 동양화의 깊은 전통의 한 측면과 조우하고 있다. 사실 화가란 존재는 오직 몇 개의 선만으로도 인간 존재의 깊은 무게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동양화의 근간 역시 무엇보다도 선임을 기억해보라. 선은 모필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색채를 지닌 면들의 조합과 경계가 만들어내는 지점에서도 예리하게 진동한다.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깝게 인체를 간략하게 마무리한 윤곽선에 의해 포착된 동세는 다분히 활력적이다. 작가에 의하면 그 형상은 살아있다는 기쁨이나 자유롭고자 하는 마음, 삶에 대한 사랑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활기찬 움직임과 생활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생명력과 생의 기쁨을 발견하고자 하는 작가에 의해 이 인간의 형상은 약동적인 몸짓을 표출하고 있다. 따라서 발랄함과 활기, 표현력이 풍부한 움직임, 율동감이 그림의 전체적인 기조를 이룬다.

변정현_사색_장지에 먹 분채_73×61cm_2005
변정현_일상I_장지에 먹 분채_91×73cm_2005
변정현_American Dream_장지에 먹, 분채_73×61cm_2005

유니크한 신체가 차지하는 면적과 그 주변의 공간과 비례가 이 그림의 중요한 지점이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끌어들이는 요소들을 장식적으로 배열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그림 역시 그런 배려 아래 이루어졌다. 아울러 여백 같은 공간에 문득 또 다른 공간이 설정되기도 하고 인체 안에 외부가, 인체 속에 또 다른 몸들이 서식하는 형국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그림은 작가가 삶의 공간에서 관찰한 사람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현실에서 관찰한 대상들의 일관성을 장식적 추상성과 조화시키고, 육체성이 결여된 선을 무게 및 양감과 조화시키기 위해 색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 인물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아내는 몸짓과 주변과의 관계성이 두드러지게 감지되는 그림이다. 마치 그림자처럼 인물은 실루엣만으로 처리되었고 그 내부는 몇 개의 공간으로 구획된 색 면과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단서 같은 형상들 내지 기호를 닮은 장식들이 채워져 있다. 자잘한 문양보다는 인체의 한 부위가 느닷없이 결합되어있는 기이한 조합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외부와 내부가 동시에 공존하는 이미지이자 그것들이 구분없이 섞여있는 화면이다. 형태 안에 작게 쪼개진 면과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공간감은 평면을 확장시키고 시간과 공간 역시 섞고 있다. 부드럽게 착색된 아련한 색조들이 자아내는 조화가 나른하게 펼쳐져있고 그 위로 활력적인 인간의 실루엣이 있는 작가의 그림은 단순함에서 오는 힘과 화려한, 그러나 침잠되어 깊이 있게 다가오는 색채의 장으로 대변되는 장식적 스타일을 가시화한다."표현과 장식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이다."(마티스)박영택

Vol.20061004b | 변정현 수묵채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