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청계천에서 별을 따다

한원석 설치展   2006_0930 ▶︎ 2006_1030

한원석_환생_폐헤드라이트, 혼합재료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30705a | 한원석展으로 갑니다.

작가와의 대화 / 2006_1018_수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06_1025_수요일_06:00pm

청계천 광통교 광장 Tel. 011_9874_2664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청계천 광통교 광장에서 청계천 복원 1주년 기념 축제의 일환으로 작가 한원석의 초대전이 열린다. 환생_청계천에서 별을 따다 展 에서는 동양에 남아 있는 최고의 천문대, 국보 31호인 첨성대가 첨성대 1,374년 나이만큼의 폐 자동차 헤드라이트 1,374개의 빛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한다. ● 첨단 기술로 국보 31호인 첨성대를 3D 스캔하여 H빔으로 골조를 만들고 헤드라이트 1,374개를 쌓아 올려 만든 이번 작품은 높이 9.17m, 넓이 5.17m로 1,374년 전의 신라의 첨성대를 그대로 재현하였다. 작가는 작품제작을 위해 1년 전부터 전국 50여 곳의 폐차장을 돌며 버려진 생명인 폐헤드라이트를 모았고 이중 첨성대에 이식 가능한(빛이 켜지는) 헤드라이트를 골라내 내부의 램프를 반영구적인 LED 램프로 교환 설치했다. 헤드라이트들은 폐기되고 버려졌던 과거의 청계천을 상징하며 밤에는 헤드라이트에 불이 밝혀지면서 1년 전 부활한 청계천의 생명가치를 밝히는 생명의 빛이 된다.

한원석_환생_폐헤드라이트, 혼합재료_설치_2006

이번 전시를 준비한 작가 한원석은 그 동안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생명가치에 대한 새로운 재고와 환기를 모색해온 작가다. 이번 첨성대 작품은 청계천의 환생을 통해 새롭게 부활한 청계천의 생태에 주목하여 소비와 편리사회의 대표격인 자동차의 버려진 눈(헤드라이트)을 과거 미래를 점쳤던 첨성대에 이식시킴으로써 생명가치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과 동시에 미래가치로서의 생명과 환경,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해보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태어난 첨성대는 과거의 별을 관측해가며 국가의 길흉을 점쳤던 의미를 되살려 이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생태적 환경을 재고함과 동시에 미래의 환경과 생명 의미를 되짚어 봄으로써 환경 회복의 상징이 된 청계천 부활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환생-첨성대는 일상에서 무수히 버려지는 생명과 가치들이 예술과 생명가치사상의 힘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한 모뉴먼트(monument)로서 시민들에게 환경과 생명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상징과 현장이 될 것이다. ■ 유성림

한원석_환생_폐헤드라이트, 혼합재료_설치_2006

영국의 작가 토니 크랙은 템즈 강변의 플라스틱조각, 병, 주사위, 금속조각, 고무 등의 각종 생활쓰레기들을 소재로 차용해서, 이를 재구성한 작업을 보여준다. 그리고 루체른 출신 작가 우르슐라 스탈드는 해변이나 강변에서 발견한 각종 자연 혹은 생활 오브제들을 채집해서, 이를 고고학적인 발굴 개념과 함께 박물관 식의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세자르가 폐차더미를 이용한 조형작업으로써 압축조각을 제안하는가 하면, 팝아트 작가 라우젠버그는 때에 찌든 자신의 침구(침대와 배게)를 재구성한 설치작업으로써 196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인간에 대한 시니컬한 풍자로 악명 높은 에드워드 키엔홀츠는 세계 각처로부터 채집한 온갖 쓰레기들로써 문명에 대한 인간의 신뢰를 공격하기에 주저함이 없다. ● 한편, 피에르 레스타니의 논리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신사실주의는 각종 공산품 쓰레기들로부터 고도로 문명화된 시대를 관통하는 리얼리티를 본다. 일종의 쓰레기미술에 맞닿아 있는 이 일련의 작업들에게서는 이질감보다는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지고, 현저하게 모호해진 예술과 삶과의 경계가 느껴진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각종 생활 쓰레기라는 재료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이들 재료는 자기 외부로부터 부여된 의미를 수행하는 종속적인 존재(일상적이고 기능적인 존재)로부터 벗어나서, 스스로 의미를 생산하는 자족적인 존재(심미적이고 미학적인 존재)를 획득하기에 이른 것 같다.

한원석_환생_폐헤드라이트, 혼합재료_설치_2006_부분

담배꽁초 작업. 한원석은 기능을 상실한 것들, 버려진 것들, 폐기 처분된 것들, 산업과 문명의 쓰레기들에 주목한다. 그는 생활 쓰레기들이야말로 동시대를 관통하는 리얼리티라고 보며, 동시대를 대변해주는 아이콘이라고 본다. 그리고 가장 작고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생활 쓰레기인 담배꽁초를 채집한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의 담배꽁초들을 하나의 화면 속에다가 집합시키는 식으로 그림을 만들고 구축한다. 그렇게 마치 모자이크처럼 재구성된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그의 그림에 있어서는 전면만큼이나 그림의 이면이 중요하다는 거다. 화려한 꽃 그림의 뒤쪽을 보면 피우다 만 담배꽁초들이 그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꽃은 흔히 순간의 아름다움 때문에 인생무상을 상징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악을 상징하기조차 한다. 이 아름다움은 현실이 결여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주지시키기 때문이다(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인지 꽃 그림과 담배꽁초를 대비시킨 이 일련의 그림들이 미(美)와 추(醜), 선과 악의 대비처럼 읽힌다. 더 나아가 추는 미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악은 선의 분신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이는 서로 대척적인 개념이기보다는 상호 내포적인 개념임을 주지시킨다. 이로써 작가의 담배꽁초 그림은 단순한 환경오염에 대한 계몽적 메시지나 도덕적 자의식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악을 선과 마찬가지로 존재의 신성한 일부로 여기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그 맥이 닿아 있는 존재론적 자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한원석_환생_폐헤드라이트, 혼합재료_설치_2006

폐(廢)헤드라이트 작업. 한원석은 신사실주의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공산품 쓰레기나 산업 쓰레기들이야말로 고도로 문명화된 동시대의 리얼리티이며, 아이콘이라고 본다. 이는 리얼리티를 결정적이고 닫힌 개념으로보다는 시대상황에 따라 언제든 재정의 될 수 있는 비결정적이고 열려진 개념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공산품 쓰레기들 중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헤드라이트에 주목한다. 알다시피 헤드라이트는 자동차의 부품이다. 작가가 이를 수거하기 위해 뒤지고 다닌 곳은 다름 아닌 폐차장 즉 자동차의 무덤이다. 폐차장은 자동차가 그 생을 마감하는 무덤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생이 시작되는 산실이기도 하다. 즉 자동차라는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채 버려짐으로써 오히려 오브제로서의 재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상적인 맥락으로부터 미학적인 맥락으로, 정상적인 맥락으로부터 비정상적인 맥락으로 그 존재방식이 옮겨진 것이다. 알고 보면, 세자르에 의해 한갓 자동차가 조각으로 재생되는 것이나, 작가에 의해 폐 헤드라이트가 조형물로 재생되는 것이나 바로 이런 탈맥락화(일상적인 맥락으로부터의 일탈과정)와 재맥락화(미학적인 맥락으로의 편입과정)의 프로세스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 이렇듯 수거한 폐 헤드라이트들을 소재로 해서, 작가는 실물 크기 그대로의 첨성대를 재현한다. 즉, 국보 31호인 첨성대의 햇수에 해당하는 1374개의 폐 헤드라이트로써 이를 재구성해낸 것이다. 이때 조형물의 내구성을 기하기 위해 내부에다가 철골 구조물을 설치한다거나, 벽돌을 쌓듯 헤드라이트를 쌓아 올리는 식의 공법이 작가의 작업을 단순한 조형물 이상의 건축공학으로까지 확장시킨다. 더불어 헤드라이트 속에다가 LED를 장착해서 조명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서는 전기공학(현대미술과 관련해서는 라이트아트에 맞닿아 있는)마저 한 요소로서 끌어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으로써 조형 개념과 더불어서 인접 학문이 연계된 일종의 학제간 연구방식이 실현된 것이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한 팀 작업(전통적인 작가 개인주의 작업 방식과는 구별되는)의 한 전형을 실현해 보여준다. ● 여기서 헤드라이트 하나하나는 조형물 전체를 이루는 최소단위, 최소원소, 모나드, 단자에 해당하며, 그 자체 전체와 부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암시한다. 그리고 특히 밤에 불을 밝히는 헤드라이트 불빛은 별빛을 암시하며, 이는 그대로 별을 관측한다는 첨성대 자체의 존재의미와도 통하는 것이다. 이때 불빛을 은근하고 부드럽게 조절함으로써 가급적 자연의 빛에 가깝게 연출하며, 심정적으로 별빛과 동일시되도록 연출한다. 현대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을 상실했으며, 흔히 사사로운 꿈과 이상을 투사하거나 시상을 떠올려주던 별빛마저도 그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잿빛 하늘이 단순히 별빛만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별빛과 함께 현실에서 일탈할 권리, 꿈꿀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상실감은 고향의 상실감, 존재론적 상실감에 다름 아니며, 이때의 상실된 고향은 단순한 지정학적 장소로서의 고향을 넘어서는 플라톤의 이데아, 칼 융의 원형과 같은 존재론적 근원을 암시한다(플라톤은 이데아를 상기시키는 것에서 예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 그러니까 한원석의 첨성대 조형물은 현대인이 상실한 자연을 되돌려주고, 별빛을 되돌려주고, 꿈꿀 권리를 되돌려준다. 이 폐 헤드라이트 조형물은 일종의 별들의 집인 셈이다. 그 이면에서는 재생과 복원의 이념이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이 조형물이 세워진 청계천(청계천 광통교)의 환경복원 이슈와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한원석_환생_폐헤드라이트, 혼합재료_설치_2006
작업중인 작가 한원석_2006

폐 스피커 작업. 한원석은 곧 있을 일본 전시에서 폐 스피커(약 8만 개)를 이용한 작업을 구상 중이다. 미술관의 내부 공간 전체를 폐 스피커로 뒤덮은 연후에, 관객들로 하여금 거대한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인공의 공간 속을 거닐게 하겠다는 거다. 이렇듯 작가의 일련의 작업들은 디스플레이의 방법론 혹은 전시공학과 관련하여 주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담배꽁초 작업을 통해선 전면과 이면이 공존하고 대비되는 조형작업을 선보인 바 있으며(흔히 전면만 부각되기 마련인 일반적인 회화의 경우와는 비교되는), 폐 헤드라이트 작업을 통해선 열려진 대기와 연속된 환경 친화적인 조형물을 세우는 식이다(빛은 자기 외부로까지 확장된다). 그리고 폐 스피커 작업을 통해서는 주어진 공간 자체를 조형작업에 일치시키는 식의, 공간 자체를 작업과 동격으로 놓는 식의, 보다 적극적인 공간설치작업의 한 유형을 제안한다. 이들 작업의 이면에선 단순한 조형작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건축공학적 프로세스가 읽혀진다. 이렇게 공간 가득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일상에서 채록한 각종 일상음 혹은 생활음이 흘러나와 현실성과 현장성을 강화시켜준다. ● 한원석은 담배꽁초 작업으로써 냄새를(후각정보), 폐 헤드라이트 작업으로써 빛을(시각정보), 폐 스피커 작업으로써 소리를(청각정보) 조형의 한 요소로서 끌어들인다. 이로부터 외관상 별개의 감각 기관들이 그 이면에서는 서로 통한다는 공감각에 대한 인식이 엿보인다. 이러한 공감각에 힘입어 작가는 현대미술의, 환경조형물의 어휘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 고충환

■ 문의_유성림 / Mobile. 011-9874-2664 / E-mail. sunglimyoo@hanmail.net

Vol.20061006a | 한원석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