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

신건우 개인展   2006_1011 ▶︎ 2006_1017

신건우_The cold table_우레탄_150×200×12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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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1_수요일_06: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 나는 사춘기를 막 벗어날 무렵 가지고 있던 종교를 버리고 유신론자가 되었다. 스스로를 단순히 무신론자가 아닌 '종교를 버린 유신론자'라고 명명한 까닭은 그 이전까지 나에게 있어서 종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한 부분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결국 종교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그동안 지녀온 작지만 전부였던 가치들이 순간 완전 연소됨을 느꼈고 그것은 허무와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져왔다. 그것은 종교를 버린 뒤 인간적 상황과 초인간적 상황을 구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고 그 두 가지가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확신이었다. 유년시절의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통해 신은 존재하나 종교는 사라진 상황이 현실에서 재현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은 나의 인생에 진실로 큰 영향을 주었고 곧,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사실성과 비사실성이 공존하는 세계가 되었다. 단순히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사건, 상황이 있는 반면에,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우리는 가끔 그 두 가지를 동일시하기도 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견주어 보기도 하며 추억이나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한 켠에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이 사실성과 비사실성의 관계는 마치 해와 그림자의 관계와 같아서 서로의 궤적을 알면 다른 나머지를 알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나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원래는 실재하지 않으나 내 손을 통하여 사물처럼 가시화된 상상체인데 이것들은 실제로 가구형태와 결합해 사실공간과 상상공간이 부딪히는 미묘한 효과를 만들게 된다. 이 두 공간을 매개하며 경계를 구분 짓는 역할을 가구형태가 맡고 있다. 가구의 상판은 현실과 가상현실을 경계 지으면서 동시에 가시화 되어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공간을 매개한다.

신건우_DEBBY를 위한 화장대_합성수지, 우레탄 도장_50×60×170cm_2006
신건우_자기대면을 위한 의자_브론즈, 합성수지, 우레탄 도장_60×200×160cm_2006
신건우_풍경-커튼_알루미늄, 합성수지_80×120cm_2006
신건우_도축자의 탁자_합성수지, 스기목, 브론즈, 우레탄 도장_150×180×130cm_2006
신건우_52-107_아크릴, 합성수지, 우레탄 도장_75×120cm_2006

가구의 형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일상적인 상황에서였다. 막연히 찻집에 앉아 배치된 다른 테이블들을 바라보았는데 말끔하고 정돈된 상판과는 달리 커피와 같은 음식물의 흔적이나 껌이 붙었던 것 같은 흔적들이 남아있던 하부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나는 한 공간 안에서 극명하게 이질적인 두 공간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 후로 가구의 하부 공간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했다. 그 공간은 실생활에서 쓰임새가 없는 공간이었으며 가장 마감이 허술하게 처리된 공간이었다. 어쩌면 일상생활에서 하부 공간은 죽은 공간이며 논의에서 제외되는 곳이기에 나의 눈에 더욱 관심있게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주목한 점은 우리가 가구의 외부 표면에 익숙해져서 내부(하부)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그 관심이 멀어지면서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이런 하부 공간에 대한 본인의 심리적 반응을 상상체를 제작하여 공간을 채워감으로써 드러낸 것들이다. 각 작업에 드러나는 상상적 코드(예를 들면, 늘어진 다리, 포유류의 하반신, 거세된 몸 등)는 곧 본인의 심리상태와 직결되었고 그것은 단순히 본인의 생각과 느낌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대면됨으로써 다수의 주체가 본인의 작업을 마주대한 후 각자의 읽기를 통해 공유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쩌면 본인의 작업은 단순 가구 형태가 아닌 가구의 형태를 한 인간의 이미지 일런지도 모른다. ■ 신건우

Vol.20061011e | 신건우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