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괜찮은 하루

김한나 회화展   2006_1013 ▶︎ 2006_1109

김한나_기념사진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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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3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한나의 괜찮은 하루 ●『한나의 괜찮은 하루』 전시는 대안공간 루프의 신인작가 발굴전의 일환으로 기획된 김한나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조용한 감성의 작가 김한나는 유화 작품과 드로잉을 통해 자신의 눈에 보이는 토끼와의 일상의 순간들을 표현한다. '뒷북', '심부름' 등의 작품에서처럼 관객은 한나의 하루를 엿보는 순간을 제공한다. 작가의 작품은 동화 속 일러스트로 단정해 버리기엔 그 이상의 작가만의 이야기가 있다. ● 토끼는 그녀의 상상 속 친구이자, 작가 자신의 내면이다. 어릴 적,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상상 속 친구와 노는 행위를 김한나는 시각화한다. 작가의 현실에는 한나와 토끼 둘 밖에 존재하지 않기에 그녀는 반복적으로 이 둘만을 그려낸다. 우리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들은 작가에게는 괜찮은 일상이다. 김한나는 세밀한 묘사, 현란한 색이나 강렬한 붓터치도 사용하지 않는다.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담지도 않는다. 80년대 생인 작가 김한나는 6ㆍ25사변도, 유신시절도, 대학가의 학생운동도 겪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세대에 대한 자의식도 별로 없다. 드로잉에서나 유화작품에서의 흔적들은 작가의 사적 응시에 의해 남겨진 자취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것이 종이 위에 투사된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실재와 투사는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 ● 2004년 여름방학 때 나는 토끼가 되고 싶었다. 이리저리 토끼 흉내를 내봤지만 나는 토끼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토끼랑 함께 있거나 내가 토끼로 변한다거나 그런 그림들을 그리자 어느 순간부터 토끼가 나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둘은 친구가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나와 토끼는 밥을 같이 먹고 토끼가 내 학교에 가서 수업도 함께 듣고 둘이서 인형놀이도 하고 빈집을 지키기도 하고, 돈까스도 튀기고 만두도 만들고 엄마 몰래 낮잠을 잘 때 엄마가 오는지 안 오는지 망을 봐주기도 하고 둘은 2006년 여름방학인 지금까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_김한나

김한나_아! 따뜻해라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6

귀엽고 예쁘기만 할 것 같은 그녀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외로움이 있다. 혼자서 지내는 데 익숙한 한 소녀가 있다. 혼자서, 토끼와 함께 그림도 그리고 산책도 하는 한 소녀가 있다. 이러한 순간들이 우리의 성장기의 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기에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보며 웃음 짓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한다. 만화 같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션 같기도 한 그녀의 작품의 진실성은 작가 김한나에게 있다. 그녀의 내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기에 관객들은 약간은 덜 그린 듯한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아직 소녀티가 가시지 않은 여자가 되어야 하는 한 소녀의 모습을 본다. ● 외롭기에 김한나는 지각과 상상 사이에서 토끼를 본다. 내가 눈을 감고 상상하는 것은 내가 눈을 뜨고 지각한 것의 반영이나 잔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한다. 상상한 것은 경험된 인상의 반영물이다. 예술가는 지각이나 외부로부터 오는 이미지들을 예상 밖의 차원으로 표현한다. '반 앉 은뱅이' 화가였던 로트렉Toulouse-Lautrec의 그림에는 달리는 말, 무희나 곡예사의 유연하고 민첩한 다리가 떠나지 않았듯이 말이다. 또한, 상상은 관계를 발명한다. 정서적인 조건은 분위기를 창조한다. 상상에게 어떤 소재가 필요하다. 예술 작품의 경우의 창조적 상상조차도 무로부터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의 토끼는 누군가 곁에 있어주기를 말하는 작가의 진심 어린 마음이 그려진 것이다.

김한나_손가락 물기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6

그녀의 그림의 배경은 대부분 생략된다. 그녀의 작품에는 공간의 연속성이라던지 행방의 논리는 사라진다. 그려진 이미지는 언제나 단절된 공간 안에 존재한다. 김한나와 토끼가 하는 행위들이 존재할 뿐, 그 나머지의 배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상징적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린 모든 이미지들은 실제 사물의 부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회화는 부재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작가에게 그녀의 주변 세상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 자신과 토끼 이외의 다른 이들은 그녀에게 의미를 갖지 않는다.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 파고든다.

김한나_축 늘어지다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6

'한나의 괜찮은 하루전'은 성장기의 이야기이다. 김한나의 작품에는 전세대의 강한 사회의식이 차지하던 부분에 자신만의 '괜찮은' 삶에 대한 유머, 소심함, 따뜻함 그리고 외로움이 들어선다. 김한나는 과도한 감성의 수사학을 거부하고, 작가만의 삶을 솔직하고 그려낸다. ■ 대안공간 루프

Vol.20061014a | 김한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