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김유라 회화展   2006_1017 ▶︎ 2006_1024 / 일요일 휴관

김유라_절망감을 극복하지 못한죄.Phedre, C'est moi!_혼합재료_56×76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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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8_수요일_05:00pm

갤러리 The Space 기획 초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더 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2번지 Tel. 02_514_2226 www.gallerythespace.co.kr

김유라가 이매방의 입춤을 추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춤의 근본을 부정하려는 듯 최소한의 동선을 택하는 춤, 반복적이고 억제된, 정감의 분출이 거의 없는 춤. 중심도 주변도 없이 일렬로 늘어선 이들이 동일한 동작으로 느릿느릿 보일 듯 말 듯 섬세하게 움직이는, 춤추는 이의 개별적인 자아가 소멸되기를 지향하는 것 같은 군무였다. ● 스텝을 흩트리지 않으려는 결의로 단호하게 다문 그의 입과,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눈빛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춤을 추는 김유라와 화가 김유라 사이에 연속성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그림이 내게 준 인상과 그 춤의 지향은 대척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둡고 탁해질 때까지 덧칠한 색, 이리저리 배치하고 덧댄 사물과 형체들, 그 위를 회오리 같이 빠르고 어지럽게 훑고 지나가는 곡선... 거기에는 심장에 박힌 예리한 파편 같은 추억들과, 그것들로 인해 구멍이 숭숭 나고 피가 밴 자아를, 고집스럽게, 자폐적으로 응시하는 고독이 부르짖듯 내어던지는 신음과 공존한다. 이것이 나다, verymine!

김유라_고백한다고 덜 죽지 않아_혼합재료_27×27cm_2005
김유라_Abandonned_혼합재료_각 60×50cm_2005
김유라_Runing Through emptiness..._혼합재료_각 60×50cm_2006
김유라_We made sin by sorrow, despair, obsession, insecurity..._혼합재료_각 21×15cm_2006
김유라_Too much Memory_혼합재료_27×27cm_2004
김유라_Too much Love_혼합재료_27×27cm_2004
김유라_Too much sorrow_혼합재료_27×27cm_2004

언제부터인가 그는 그림위에 박음질한다. 화폭 위에 여기저기 흩어진 채 잠시 이어지다가 이내 실을 늘어트리고 멈추는 박음질들은, 형상들을 고정시키고, 연결시키고, 방향 지우려는, 그러나 아직은 갈피 잡지 못한 마음의 궤적처럼 보인다. 이전의 그림에서 심장의 얇은 피막(흔히 이미 상하여 윤곽이 무너졌으나 '하트 모양'만은 고집스레 유지하고 있는)을 뚫고 폭발하듯 분출하기도 하던 피와 같은 격정을 누르고 다독이며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자기를 유폐시킨 기억을, 상처투성이의 자아를, 부정 없이 극복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 그림에 글을 붙이는 행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명명(命名)이란 사물을 수용하면서 사물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식이요, 이야기란 삶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삶의 폭력을 이기는 방식이니까. 그렇게 보면 나는 그가 느리고 억제된 춤에 열중하는 까닭을 알 것도 같다. 입춤의 느림이 움직임의 부정이 아니라 승화요, 군무가 자아의 부정이 아니라 자폐로부터의 해방이라면 말이다. ● 김유라의 그림도 춤도 '구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향하고 있다. 헤매면서, 지극히 헤매면서. ■ 심민화(불문학자)

Vol.20061015a | 김유라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