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충돌 '06

금중기 조각展   2006_1013 ▶︎ 2006_1028 / 일요일 휴관

금중기_악어- 느슨한충돌No.401_합성수지, 우레탄도색_40×100×23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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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3_금요일_06:00pm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20_5789 www.suncontemporary.com

충돌은 파괴적이다, 하지만 한 박자 느슨해 진다면? ●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느슨한 충돌에는 충돌이 없다. 작가 금중기는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다. 특정한 이야기의 테마를 정해놓지 않고 그 소재를 넌지시 던져놓는다. 보는 관객은 자기를 맞이하는 동물들과 사진 속 미니어쳐로 연출된 상황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나리오를 만든다. 관객은 왜 이 작품이 여기에 있을까? 라는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 하나 하나의 작품을 대면하게 될 것이다. 즉 서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 천천히 이루어진 소통을 통해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이 응집될 때 거기에 따른 순간적인 의미가 부여된다. 이것을 작가는 충돌, 즉 '느슨한 충돌'이라 명한다. ● 작품과 작품, 작품과 관객, 그리고 관객과 작가. 이 같이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경우의 수만큼 나오는 방대한 이야기 거리들이 이어진다. 이것이 개인의 사적 경험과 연결되기도 하면서 작가 금중기가 제안하는 작품들은 여러 관계의 매개체로 작용하여 매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금중기_여자-느슨한충돌No.101_합성수지, 우레탄도색_115×45×60cm_2006_부분
금중기_남자-느슨한충돌No.102_합성수지, 우레탄도색_130×35×50cm_2006_부분
금중기_오랑우탄-느슨한충돌No.103_합성수지, 우레탄도색_55×65×53cm_2006

자연을 향하는 동물들의 소망 ● 그에게 있어 환경적이고 자연적인 소재로 다루어진 관계라는 테마는 90년대에는 주로 설치작업으로 보여졌으며 지금의 동물조각과 사진 설치작업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는 양초와 연탄재, 채집한 나비와 장수하늘소 등을 소재로 시간에 따른 존재가치에 대한 고찰과 그 대상에서 얽힌 무수한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왔다. ● 그래서 대중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친숙한 소재인 '동물'을 선택한 것이다. 모습은 귀엽지만 잘 다듬어진 정형화된 동물의 형상은 오랜 후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의 마지막 모습일 지 모른다. 겉모습과는 달리 차가운 표면은 문명화되어 삭막한 현대사회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은 자연을 향하고 있다. ● 사진 작업에서의 오브제끼리의 연출도 같은 맥락이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대상을 담은 이미지들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으로든 연상작용으로 인한 의미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인공적인 이미지를 보는 순간부터 지각된 의미들은 머리 속에 사라졌다가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면서 한 장의 인물사진처럼 보존되고 다른 의미로 파생되어 새롭게 저장된다.

금중기_돼지- 느슨한충돌No.303_브론즈에 니켈도금_38×48×37cm_2006
금중기_사자- 느슨한충돌No.305_브론즈에 니켈도금_47×50×48cm_2006
금중기_오리- 느슨한충돌No.201_디지털 프린트_153×120cm_2006
금중기_여3- 느슨한충돌No.207_디지털 프린트_153×120cm_2006

시공간을 담는 타임캡슐 ● 이번 전시의 특징은 갤러리 전시공간의 건축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4개의 전시공간이 여러 겹의 단층면들처럼 서로 다른 시공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데 있으며, 이는 '느슨한 충돌'이라는 큰 전시 테마 안에서 이루어진다. 작가 금중기만의 특유의 위트와 진지함을 담은 작품들로 연출한 갖가지 상황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관객들과 조용하게, 그리고 어느 순간 의미 있게 다가 올 것이다. ● 1층은 F.R.P로 제작된 잘 다듬어진 근육을 자랑하며 자신감에 차있는 남과 여, 그 앞에 사람보다 더 성숙해 보이는 웅크려 앉은 오랑우탄이 있다. 그리고 벽면에 설치된 펭귄은 사람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팔을 벌린 채 날 수 없는 날개로 마치 날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하다. ● 2층은 작가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한 미니어쳐로 연출한 7점의 사진이 있다. 이 공간은 시간이 정지된 진공상태의 방이다. 최신영화의 캐릭터인 헬보이, 오리 모양의 은 조각상에 올라탄 플라스틱 프라모델과 고대인의 진짜 해골과 영화에 등장하는 해골모양의 캐릭터 등은 사진으로 어느 한 시점에 머물러 버린 박물관의 유물과도 같다. 사진 안의 오브제들의 출처는 다른 듯 보이나 어떤 의미가 되든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안에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허공에 떠다닌다. ● 브론즈와 F.R.P로 제작된 다양한 어린 동물의 조각들이 발랄하게 연출된 3층 공간에는 짧은 다리로 난간에 서있는 돼지, 라이온 킹을 떠올리는 새끼사자, 깊은 심해에서 파란 불빛을 반짝이는 심해생물, 벽에 까만 먹물을 뿜는 핑크 오징어 등 7점의 소품조각을 볼 수 있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관계에 대한 순수함을 내비치며 어린 시절의 한 장의 사진처럼 영원을 기약한다. ● 지하의 공간은 지상공간의 밝은 분위기와는 달리 어두운 늪지대를 연상시킨다.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올라가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 때부터 진화를 거듭해 현존하는 악어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사자, 기린, 하마 등 까맣게 녹이 슬고 페인트 칠이 벗겨진 동물조각상의 사진으로 연출된다. 형상이 확실치 않은 변종 되어가는 듯한 이미지들이 온전한 악어를 가운데 두고 점점 영향을 미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흔적조차 없이 멸종되듯 계속 유지될 수 없음을 나타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적인 관계에 대한 암묵적인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금중기_갤러리 선컨템포러리_2006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이며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그 관계의 깊이는 어느 정도 인지를 자문해본다. 그가 해오고 있는 작업은 아주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그 대상이 가지는 시간에 따른 무수한 관계의 축적인 셈이다. 초침 몇 칸에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요즘 세상에 자연에 대한 동경과 회귀를 바라며 묵묵히 시간을 마주하며 존재해 온 그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충돌, 즉 관계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니 시공간이 고이고이 쌓여 신비스럽게 존재하는 금중기만의 박제된 현대사회의 우화는 아닐까? ■ 박정원

Vol.20061015b | 금중기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