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태극기

태극기로 읽는 한국현대사展   2006_1017 ▶︎ 2006_1025 / 일,공휴일 휴관

한양대에서 '미분단을 넘어 하나된다는 것은'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 등장한 한반도 모형_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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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7_화요일_05:00pm

주최_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_사진아카이브연구소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찬_(주)포토섬 기획_이경민

신한갤러리(구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shinhanmuseum.co.kr

2005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구축한 '민주화운동사진DB'는 사진아카이브의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역사기록물로서의 사진자료의 활용 가능성과 영상역사학이라는 새로운 인문학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아! 태극기'전은 이러한 민주화운동사진DB의 중요성과 그 성과를 알리고, 문화콘텐츠의 형태로 어떻게 재생산되고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 민주화운동사진DB는 해방이후 현재까지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과 현대사의 다양한 지형들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자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 전시는 이러한 사진들 중에서 태극기가 들어있는 이미지들을 선별하여 오늘날 다양한 분야와 계층들 사이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태극기에 대해 비평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정치·경제사 중심의 현대사 읽기를 지양하고, 태극기라는 특정한 키워드를 통해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이념의 지형과 일상의 풍경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시민을 도청 앞 분수대로 운구하는 시위대_1980
시청 앞 광장에 모인 말레이시아 나시루딘 국왕 내외 환영 인파_1969

우리에게 태극기는 어떻게 의미되는가? 해방 이후 우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태극기의 이미지는 아마도 1950년 9월 28일 UN군의 서울진입 당시 국군이 중앙청에 게양한 태극기의 모습일 것이다. 1960~70년대의 태극기는 국가권력의 상징으로서 오후 6시만 되면 모두 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던 국기 하강식의 풍경으로 남아있다. 가장 최근에 우리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한국의 축구팀 응원에 사용한 대형태극기의 표상일 것이다. 이처럼 태극기는 해방 60년 동안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코드로서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제2회 전국대학생 통일노래 한마당'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한 학생의 모습_1989
제1차 남북적십자 본회담 관련 방송을 청취하는 시민들의 모습_1972
청량리역 플랫폼에서 '이기고 돌아오라'며 파월 한국군을 환송하는 가족 및 시민들_1966
9.28 수복 당시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국군의 모습 재현 장면_1957

일반적으로 태극기는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로서 정의된다. 하지만 그것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10대와 노년층, 군부독재정권과 민주화세력 등 계급과 계층을 초월하여 한국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이념의 수사로 사용되어 왔다. 태극기는 하나인데 태극기를 통해 표상하고자하는 바는 서로 달랐으며, 태극기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상징권력이 작동해왔다. 태극기와 관련된 상징권력의 작동을 최근의 '한반도기'의 사용 논란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한반도기는 1991년 일본에서 열렸던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출전할 때 만들어 사용한 이후 오늘날까지 스포츠 대회나 남북교류행사에서 남한과 북한이 코리아 단일팀을 이루거나 공동입장 등을 할 때 사용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가통일의 상징 기호로서 환영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친북좌익세력의 상징 깃발이라고 거부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한반도기가 한반도라는 특정지역을 한정함으로써 영광스러웠던 고대국가의 영토개념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에서 그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 이러한 태극기를 둘러싼 이념적 대립과는 무관하게, 일상의 변화 속에서 그것은 새로운 의미의 옷으로 갈아입곤 한다. 1998년 IMF라는 사태를 맞으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국산품 애용운동과 함께 청소년들의 태극기 패션을 이끌었으며, 그 결과 태극기가 새겨지거나 부착된 가방, 양말, 모자, 연필, 열쇠고리 등 태극기 물결이 대한민국을 휩쓸기도 했다. 1960~70년대 관제운동으로 전개되었던 태극기 달기운동이 1990년대 말 경제적 박탈감이라는 IMF적 상황에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재연되었던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이는 여성들_1964

이러한 태극기 열풍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여러 진단이 있어왔지만, 무엇보다도 신성과 절대권위의 상징이었던 태극기가 학용품과 양말과 같은 일상용품의 소비기호로 활용되었다는(될 수 있다는) 데 그 역사적 파격이 있다. 이러한 파격은 월드컵 기간 중 태극기를 옷으로 해 입거나 몸에 그 문양으로 치장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행위들은 국기의 존엄성을 해치는 반국가적 행위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태극기의 상징표상에 대한 시민의식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해가는 태극기에 대해 어떤 특정한 표상만을 강요하거나 강조할 수 없다. 국기는 근대적 산물로서 국민국가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국가상징 기호이다. 이러한 상징기호는 실재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있는 특정시대, 특정사회 구성원간에 약속일뿐이다. 탈근대적 사유를 요구하는 이 시대에 태극기를 둘러싼 표상의 정치학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국기하강식에 맞춰 발걸음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시민들_1978
민정당연수원 옥상에 태극기를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농성하는 학생들_1985

『아! 태극기』전은 제1부 현대사의 주요사건, 제2부 반공시대와 유신시대, 제3부 일상 속의 태극기/ 태극기 속의 일상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시기적으로는 1946년에서 2000년 사이에 생산된 사진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태극기의 풍경을 통해 그것의 유래와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보고, 해방 60년의 한국현대사를 시각적으로 재조명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 이경민

Vol.20061018e | 태극기로 읽는 한국현대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