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one running to the counterpoise of power

고창선 개인展   2006_1018 ▶︎ 2006_1028 / 월요일 휴관

고창선_three-cornered relation_혼합매체_70×70×45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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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8_수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작가는 지난 여름 우연히 떠난 경주 여행길에서, 모터사이클을 빌려 타고 유적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교통 혼잡도 없는 낯선 여행지의 뜨거운 땡볕 아래 헬멧을 덮어쓰고 후끈한 바람을 가르는 기분은, 생각만으로도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흔히 '오토바이'라 부르는 2륜 구동차 모터사이클은 4륜 승용차와는 달리, 타는 순간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모터사이클 매니아들은 단조로운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릴과 불안을 오히려 삶의 즐거움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 고창선이 모터사이클의 베테랑이냐 하면, 그건 절대 사실 무근이다. 그의 우연히 시작된 경주 여행과, 고적지,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2륜 렌트 모터사이클 드라이브는 그 자체로 낯선 시공간의 퍼즐 조각처럼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무거운 헬멧 속에 머리를 맡기고 엔진을 가동하면, 이제부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이동도 이상하리만큼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여행이란, 종종 그런 것이다.

고창선_three-cornered relation_혼합매체_70×70×45cm_2006

고창선에게 대안공간 미끌에서의 전시는 네 번째 개인전이 된다. 『something around』라는 제목의 2002년 첫 개인전을 연 것이 올해로 꼭 만 4년을 맞게 되는데, 그 동안 그가 전시 주제를 통해 선보여온『something around』나『someone looking for the world』등 불특정한 일상 속의 사물과 인물들에 대한 관찰과 기록들을 다룬 작품세계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도 같은 선상 가운데 이어지게 된다. 고창선의 작업은 관람객과의 간단한 인터랙티브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설치 작업과 도심 곳곳의 사물과 인물들의 풍경을 작가 임의의 속도 감각에 의해 느리게, 혹은 매우 빠르게 촬영, 편집한 싱글 채널 비디오 작업들을 함께 보여주는 것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이 빈 액자 위에 손을 올리면 빛 바랜 글자가 떠오르는 「I have been shaking sine I first saw you...」(2001) 라던가, 작품 가까이 다가서면 센서에 의해 아름다운 오르골 멜로디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Music Box」(2002) 등의 설치작업, 이어폰을 귀에 꽂고 우연히 올라탄 버스에서 덜컹거리는 바퀴 탓에 음악에 맞추어 춤추듯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비디오 작품「버스」(2005), 베니스 광장의 한 복판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없이 꼼짝 않고 뷰파인더를 주시하며 서 있는 작가 본인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베니스나가다」(2003) 등을 통해 우리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고자 하는 태도가 어떤 형태의 것인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는 철저히 제3의 인물, 또는 사물이 되어 매우 중성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하고 기록하지만, 전시를 찾는 소수의 관람객들에게는 자신이 고안한 간단한 기계 장치의 도움을 빌어 먼저 손을 내밀고 대화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 잔혹한 사회시스템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되어 마치 투명인간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그러나 매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손은 온기로 가득하고, 표정 없는 정지 자세 속에도 따스한 심장은 힘껏 뛰고 있다. 아마도 작가 고창선은 이 부조리한 세계를 상대로 혁명을 꿈꾼다던가 직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삶'이라는 가장 현실적이지만 때로 가장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미지의 여행길에서의 경험과 관찰을 차분히 기록하며, 때때로 그것들을 타인과 나누고, 서로 질문과 응답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고창선_달리는 의자(작동후)_프로세싱, 나무, 쿠션, 혼합매체, 인터랙티브 영상설치_ 112×67×29cm, 가변설치_2006
고창선_달리는 의자(작동전)_프로세싱, 나무, 쿠션, 혼합매체, 인터랙티브 영상설치_ 112×67×29cm, 가변설치_2006
고창선_sit opposite to someone_혼합매체_33×100×50cm_2006
고창선_sit opposite to someone_혼합매체_33×100×50cm_2006

이번 전시에서 고창선은 무더운 여름날 모터사이클과 함께 한 경주 여행 속에서 낯선 시공간의 퍼즐 조각을 배열하며 발견한 세상살이의 한 법칙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 법칙이란 바로 '힘의 균형'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키워드인 전쟁과 평화라는 두 단어에 새겨진 거대한 힘의 균형에 관한 논리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미미한 삶 속에서는 이 힘의 논리가 얼마만한 크기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는 참기 힘든 더위 속에서 버겁게 착용해야 했던 무거운 헬멧이 오히려 작렬하는 태양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아늑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가만 보면 관습과 원칙, 국가와 법, 제도라는 테두리는 그 자체가 지향하는 정치적, 역사적 의식과는 무관하게 민간인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과 보호에 대한 욕구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제도들은 평균적인 감각을 지닌 일반인들에게 필수불가결한 보호장벽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 울타리를 넘지 않는 선에서 우리 '보통 사람들'은 크고 작은 힘겨루기를 통해 평형감각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작가는 안전을 위해 머리에는 꼭 끼는 헬멧을 착용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자세를 다잡고 난 후에야 시동을 걸고 여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던 모터사이클 드라이브 속에서 우리가 처한 보이지 않는 사회 시스템과 이에 종속된 평범한 사람들 저마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자각하고 목격하게 된 것이다.

고창선_zebra crossing_단채널 비디오_00:03:47_2006

이번 전시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이 관람객에게 제안하는 퍼포먼스는 바로 '헬멧 착용 해보기' 이다. 작가는 두세 개의 헬멧을 튼튼한 고리로 연결시켜 공중에 매달아놓고, 이것을 착용하기 위해서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구심점을 향해 서로를 마주 바라본 채로 자세를 잡도록 설치한다. 인터랙티브 방식이 이전에 비해 조금은 과격해진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가능하다면 한 번쯤 그의 작품을 친구들과 어울려 직접 착용해볼 것을 권한다. 관람객들은 아마도 헬멧을 착용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웃음을 짓고 말 것이다. 우리, 울타리 속의 평균적인 감수성을 훈련 받은 보통 사람들에게 이 모순된 사회 구조를 가볍게 뛰어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쨌거나 좋든 싫든 새로운 경험과 웃음, 타인과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서가 아닐까. 고창선이 제안하는 네 번째 주제 『someone running to the counterpoise of power』는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 속에서 저마다의 삶을 지탱하고, 가벼운 일탈들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생생한 현장감을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느껴보기 위한 개인적인 관찰과 기록, 몇 가지 시도들이 보여지게 될 것이다. ■ 유희원

Vol.20061018f | 고창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