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E DIES

성유삼 회화설치展   2006_1018 ▶︎ 2006_1024

성유삼_Dice_캔버스에 유채_38×158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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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18_수요일_06:00pm

노암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02_720_2235 www.noamgallery.com

성유삼의 주사위 만들기 ● 주사위를 던진다는 것은 결정되지 않은 것을 결정짓는 것, 말하자면 혼란스러움을 질서 짓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판단을 어떤 우연에 맡기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선조들은 우주의 생성원리를 주사위 던지기에 비유하곤 했는데, 사실 우주라는 것이 인식의 그릇에 담기엔 너무 큰데다가 수를 부여하는 능력을 신의 영역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현대에는 첫 번째 의미에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하거나, 두 번째 의미에서 "신은 불행히도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라고 하는 견해가 있는데, 전자는 그 사실을 다시 신의 능력으로 돌리고, 후자는 신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듯하다. 하지만 둘 다 확률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런데 후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신도 어쩔 수 없이 주사위를 던져서 결정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주사위로 인해 결정된 것은 우연적이지만, 던지는 주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필연적인 것이 된다. 사실이 그렇듯 세상은 실제로 있는 것이지 가능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연은 필연을 드러내는 것이고, 우리의 인식능력에서 벗어나 있는 '사건'들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성유삼 작가는 주사위던지기를 그러한 우연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주사위에서 사각을 제거함으로써 원래 주사위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를 「죽은 주사위」라 이름 짓고 새로운 주사위 던지기를 제안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변하지 않는 생각'은 죽은 주사위 놀이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성유삼_in the Dice_캔버스에 유채_80×240cm_2006
성유삼_in the Dice_캔버스에 유채_80×240cm_2006

원래 세계에는 인식되기 이전에 본질적인 질서가 있다. 그렇다면, 이성의 활동은 상 차려진 뒤 나중에 나타난 불청객이랄까. 이성에 따라 우리는 습관적으로, 또는 어떠한 확고한 믿음으로 인식이전의 질서를 혼돈으로 연산한 다음, 사각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를 통해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이성의 활동을 정당화시킨다. 그래서 악의 축을 제거하겠다는 악마의 활동이 선이 되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우연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그럼 이제 성유삼의 동그란 주사위를 던져보자. 경계 없이 군집한 점들은 마치 밤하늘의 성좌들처럼 계속 움직인다. 이것은 혼돈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지만, 우연의 다른 이름이자, 질서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성유삼의 주사위는 단지 은유가 아니다. 『Dice Dies』라는 주제도 재미있는 것이, 최고의 창조가 죽음이라면, 죽음이 생성의 다른 의미라면, 그리고 주사위가 우주를 창조하는 도구라면, 죽음이라는 'Dies'가 생성이라는 'Dice''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은 아닐까. 물론 작가의 의도는 주사위에서 각을 없앰으로써 이성에 의해, 또는 과학에 의해 규정지어진 사물의 인위적인 의미를 제거하고, 사물을 본래의 것으로 되돌려 놓자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물들은 스스로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고, 우리도 그렇게 변화할 것이다. 이래서 작가의 의도는 존재론까지 건들고 있게 되었다. 이제 앞서 말한 주사위 던지기에 대한 견해를 조합하자면, "신은 단지 주사위를 던질 뿐이다."

성유삼_Dice Factor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성유삼_Dice Factor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_부분

사각이든 동그랗든, 주사위를 던진다는 것은 이치를 벗어나고,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데다 비극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성유삼이 되찾아 준 '죽은 주사위' 아니 '생성하는 주사위'는 우주처럼, 또는 흐르는 물처럼 우리를 창조적인 삶으로 안내해 줄지 모른다. ■ 박순영

Vol.20061019f | 성유삼 회화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