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기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9 / 김지혜_전용석 / 평택

공공일기 책 표지_29×21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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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_2006_0721_금요일_07:00pm

출판기념회 장소_평택 대추리 농협 창고

2006 경기문화재단 기획

책가격_7,000원 / 판매처_대안공간풀_인사미술공간

경기문화재단 예술진흥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16-1번지 Tel. 031_231_7233

대추리민들의 성취, 투쟁, 그리고 소망에 관한 이야기 ● 공공일기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살고 있는 17명의 주민들( 어린이, 노인정회원, 부녀회원, 고등학생, 30~40대 농민, 마을 이주민)과 함께 2006년 5월 13일부터 7월 1일 기간 동안 제작한 그림일기와 작가의 사진과 글이 함께 엮여져 만들어진 책이다. 책이 완성된 후 2006년 7월 21일 7시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마을 주민들이 마련해주신 꿀떡을 먹으며 책 속 그림일기를 제작하신 주민들이 자신들의 일기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공일기는 「내 고향을 줄 수 없다.」「올해에도 농사짓고 내년에도 농사짓고 대대손손 농사짓자!」「이웃마을 가는 길」 「빈 공간을 모두의 공간으로」「대추초등학교는 학교가 아니다.」「경계지점의 풍경」 「싶다.」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작업에 관한 부연설명을 책 첫 장에 있는 글로 대신한다.

주민 그림 일기 1_종이에 색연필, 펜_21×29cm_2006
주민 그림 일기 2_종이에 색연필, 펜_21×29cm_2006

읽는 이에게 ● 이 책은 정부의 강제토지수용과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2006년 7월 현재까지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고단하게 싸우시는 팽성 주민들과 주민들의 외로운 투쟁을 방관하지 않겠다며 하나 둘씩 이곳에 모여들어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당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직접 기록하는 그림일기를 제작해 보자는 나의 작은 제안이 시발점이 되었다. 주민들의 그림일기는 이 소중한 땅 위에서 그들의 팔과 다리가 기억하는 공공의 사건, 성취, 투쟁, 그리고 소망에 관한 이야기다. 더 많은 주민 참여와 더 많은 사연들을 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흡하나마 이곳에서 내가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아주 부분적인 사건에 대한 사진과 조각 글들을 주민들의 그림일기와 함께 엮어 공공일기라는 제목을 붙인다. 각 사진은 표제를 생략하고 실었는데 이는 주민들의 그림일기, 사진과 연결되어 실려진 글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던 이곳 삶의 굴곡에 비해 너무 적은 이야기가 엮여졌지만 주민들에 의해 앞으로도 이 땅의 공공일기가 계속 쓰이길 기대하며 아쉬움을 접는다. ■ 김지혜

사진 1_흑백인화_35×64cm_2006

열개의 이웃 : 공공일기(리뷰) ●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쓴 그림일기를 묶어서 펴낸 일. 이것이 예술가 김지혜가 담당한 공공미술가로서의 역할이다. 이 작업을 진행한 김지혜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대추리 주민들과 만나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세기 중반에 없어진 옛날 대추리 심리지도 등을 만들어서 한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그림일기를 쓰고 그 결과물을 묶어서 책으로 펴냈다. 대추리 주민외에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그리기와 쓰기를 자신의 작품 맥락에 끌어들이는 일이 김지혜 작업의 첫 시작이자 핵심이다. 그는 국방부의 대대적인 진입작전이 벌어진 지난 5월4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주말마다 주민들을 만나 일기 작업을 했다. 따라서 일번 일기에는 대추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들뿐만 아니라 생생한 현재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일기쓰기를 일상적으로 실천하지 안/못하는 노인과 부녀자, 청년, 어린이 등 18명과 대화하며 그들의 일기 그리기 혹은 일기 쓰기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 주체 김지혜가 한 일은 참가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경험과 감성, 기억과 사유 등을 시각적으로 표출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공공일기출판기념회_2006

일기는 사건과 기억 등의 내러티브 구조가 시각화된 평면 공간의 형태로 펼쳐진다. 공간은 지각의 담지체이자 감각의 구조체이다. 따라서 김지혜의 작업에 있어서 공간의 개념은 재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개념을 시각화하는 장으로 활용된다. 김지혜는 지난 2005년 5월에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 전시의 주제는 대추리 이야기이다. 그는 옛날 대추리의 집합적 심리지도 그리기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의 대추리 마을로 쫓겨오기 이전에 살았던 지금의 캠프험프리 공간에 대한 기억들을 토대로 심리지도를 만든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의 기록물들을 전시했다. 또한 이 심리지도는 대추리 마을 입구에 마을지도 형식으로 제작, 설치 되기도 했다. 구대추리 심리지도 작업은 인터넷언론을 비롯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사회에서 대추리에 관한 여론을 형성했다. 그것은 예술의 장이 허락하는 예술적 언어 게임의 장이 아니라 실재의 장, 현장 속에서 예술적인 언어를 가지고 소통을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예술공론장의 한 사례로 기록할 만하다. ● 사람들은 대체로 20대가 넘어서면서부터 펜을 들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대해 주저하고 망설이기 십상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평면 위에 시각적 기호를 동원해서 표현하는 행위를 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이 작업의 핵심이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김지혜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주민의 삶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개입이란 그들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읽어내고 성찰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공미술에서 말하는 개입이라는 개념과는 다소간 차이를 가지고 있다. 공공미술의 개입이라는 개념은 특정한 장소나 사안에 대한 예술가의 접근을 통해서 상황에 대한 모종의 새로운 해답 같은 것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그러나 김지혜의 개입은 예술가 주체의 지위를 생산자가 아닌 매개자의 지위에 둠으로써 전혀 다른 차원의 생산을 결과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출판기념회-낭독중

김지혜는 예술가의 지위를 대화하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편집하는 매개자 역할에 두고 있다. 잘 정리된 인터뷰 자료는 포장방식에 따라서 예술형식으로 전환한다. 그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예비적 성격으로 대화하고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과정이 결과를 매개한다는 순리를 뒤집을 수는 없지만 그로써는 과정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최후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조형작업은 개념적 방식으로 풀어낸다. 김지혜는 토지공사 직원들이 지장물이라는 개념을 마을을 측량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과 다시 지장물조사를 진행했다. 토지공사의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개념을 역으로 뒤집어서 주민들의 시각으로 마을을 재해석한 작업이다. 그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촬영하고 이야기를 덧붙인 것이다. 김지혜식의 예술가주체의 행위가 적극적인 형태로 현장에 밀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김지혜의 정체성을 공공미술가라는 포괄적인 틀에서 행동주의예술가라는 틀로 좁혀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 그는 대화와 기록이라는 방식 이외에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개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공공장소, 특히 공동체 마을에 접근할 때, 김지혜와 같이 주민들과의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이미 지난 수년간 주민들과의 친화력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예술가주체의 엘리트주의 관점을 극복하고 마치 공동체의 일원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당면한 현안들 때문에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한 상태에 있는 주민들에게 예술은 그 자체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거나 예술적인 공공영역을 형성하는 것도 요원한 일일 수 있다. 따라서 김지혜가 주민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과 현재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그림일기라는 방식은 기성의 예술개념을 벗어나서 새로운 틀로 예술적 활동을 매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비평적 논점을 제시한다.

출판기념회중

대추리 공공일기는 관찰자의 기록 그 이상이다. 주민들이 직접 그린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거니와 그것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서 공동체 안에서 예술적인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작업의 향배를 가늠해보는 데 있어서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이 기존의 작업들과 어떻게 연계지점을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관심의 대상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출판물은 애초의 목표에 맞게 공공적인 소통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과정에 대한 기록들을 또 다른 형태의 결과물로 표출해 낼 수 있는지, 강제철거와 같은 물리적인 환경 변화가 주민들의 삶을 크게 지워버리는 과정에서 예술가 지위를 가지고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세월이 좀 더 흐른 이후에는 기존의 예술적 개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등에 관한 지속적인 모색의 시간이 이 프로젝트를 더욱 더 의미있는 예술적 행위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 ■ 김준기

Vol.20061026b | GRAF 2006 : 열개의 이웃_9 : 공공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