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진 하늘의 무지개

장석준 개인展   2006_1028 ▶︎ 2006_1116

장석준_닫혀진 하늘_디지털 프린트_250×38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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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028_토요일_06:00pm

아트스페이스 휴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4-41번지 미진빌딩 1층 Tel. 02_333_0955 www.artspacehue.com

무지개의 몽상"단순해져가는 패턴으로 삶의 공간이 조여들어 옵니다. 이렇게 계속되면 조용히 함께 가는 새벽길 끝엔 녹색과 빨주노초의 셔터가 드리운 이상한 동네가 탄생할 것입니다." ● 패턴, 반복되는 무늬와 이미지는 일상의 표면 혹은 일상의 살결처럼 느껴진다. 장석준이 붙들고 씨름하는 무지개 도시의 모습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가 그려내는 무지개는 곤충의 눈으로 본 듯한 세계이거나 자폐증 환자의 눈으로 본 세계이다. 규칙적인 리듬과 엄격하게 반복적으로 설정된 것만을 기억하고 또 그를 통해 안정성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만 비치는 신기루거나 엘도라도다. ● 누구나 동일한 현실과 실재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함께 보고 함께 듣고 읽는다 하여 같은 심상을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항상 재구성되고 변형되고 변주한다. 이렇게 재조립되는 현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요구에 적합한 형태로만 존재하고 수용된다. 수용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은 배제되고 폐기된다. 이러한 수용자의 요구에 역행하는 운동은 모두 거부되고 부인된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가 되어버린다.

장석준_무지개 길_디지털 프린트, 라이트 설치_60×380cm_2006_부분

"이 도시의 심심한 풍경을 주제로 주차장과 상가의 셔터가 파란 하늘의 무지개로 드리워집니다." ● 작가는 도시를 이루는 수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길가에 늘어선 상가의 셔터만을 기록하고 병치하여 푸른 하늘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아파트의 이미지를 주차장만으로 만드는 상상력의 자폐성을 드러내고 있다. 순환하지 않는 것들을 주워 모아 새롭게 시선을 고정하고 이미지의 지평을 만드는 작업을 나는 장석준의 작품을 보고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그 세계의 주민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추정해 보는 나는 그럼 그 도시를 가보았다거나 아니면 이미 그 도시의 주민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장석준의 이미지가 닦아 놓은 길과 내가 그려나가는 길이 어느 순간 교차로를 이루며 만났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의식적 만남이 아닌 무의식의 한 순간이고 이는 우리의 일상이 직조한 무의식의 도시가 투영된 것이다.

장석준_무지개 길_디지털 프린트, 라이트 설치_60×380cm_2006

친절하게도 장석준은 무지개무늬의 셔터를 꼴라주하여 우리가 무지개 도시에 거주한다고 눈치를 준다. 한편 주차장의 꼴라주는 무지개 도시 밖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 현실의 아이들은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만 보고도 아파트의 평수가 큰지 작은지 또 그럼으로 그 집의 거주자의 부와 계급성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석준의 주차장은 그 밖의 현실을 모조리 배제해버린다. 다만 상쾌한 녹색의 주차장들만이 홀로 존재의 지위를 얻고 모이고 모여 독자적인 아파트의 형태를 유희한다. 조각조각 파편으로 분해되는 사소한 공간과 이미지들의 단편들이 겹겹이 교직되고 중층의 구조로 조직되어 이전과는 다르게 숨 쉬며 다가온다. ● 요컨대 무지개는 이렇게 자폐적 시각으로 그려낸 도시와 오버랩된다. 다른 어떠한 요소도 어떠한 이미지도 배제된다. 그럼으로써 장석준이 제시하는 이미지는 찬란히 빛나는 존재성을 갖게 된다. 그 빛의 길을 따라가면 주위의 풍경은 우리가 알던 도시가 결코 의도하지 않은 것을 고백하는 모습이다. 현대의 도시는 복합적인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비유되는데, 장석준의 이미지들은 마치 수술환자의 살을 가르고 뼈를 벌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성실한 시술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장석준_닫혀진 하늘_디지털 프린트_250×380cm_2006_부분

베를린의 어두운 골목길을 질주하던 어린 발터 벤야민을 가득 채색하였던 그 신비한 칼라들과 영적 순간이, 율리시즈로 분한 조이스의 더블린이 풍기는 현대도시의 신비가, 베일에 싸인 도시와 미궁의 알레고리가 아마도 장석준의 도시에도 내려앉은 것이 아닐까? 도시는 무수한 갈래의 변주를 통해 시적환상으로 변신하다. 그것은 궁극의 안정과 평화를, 동시에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꿈과 비전을 상징하는 무지개의 외부를 은유한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이상한 현실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절망을 동시에 내포하는 신비한 현상으로 도시는 무지개를 품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도시는 과거 무지개처럼 어떤 인격성과 신화성을 획득한 것처럼 보인다. 본질적인 이미지는 사물-실재들을 배재하고 사라져 버리게 한다. 본질적인 이미지는 언제나 은유적이며 함축적이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무언가를 환기시키는 강력한 리얼리티를 획득한다. ■ 아트스페이스 휴

Vol.20061027d | 장석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