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꿈

박장근 조각展   2006_1103 ▶︎ 2006_1113

박장근_기도_합성수지, 철_190×200×34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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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3_금요일_05:00pm

세종문화회관 야외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54 www.sejongpac.or.kr

많은 이들이 구상조각에 자신의 고뇌를 묻어 열정을 다했던 한 조각가(故 구본주)의 작품 앞에서 감동하고 추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은 구상이냐 추상이냐는 분류의 기준점을 벗어나 작품 자체의 언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 그토록 많은 작가들이 표현해낸 구상적 인체 조각이지만 작가가 진솔하게 전하는 사회를, 메시지를 그리고 웅변과 미적 의식을 느끼고 듣게 되었을 때 세련된 추상조각 앞에서 짓는 미소와는 다른 환호성을 지르게 됨 또한 알게 된다. ● 의기(義氣)의 조각 ● "예술은 정신문화의 집적 과정이며 정신적 교류의 과정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예술은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우리의 삶의 표현수단이며 대화의 매체이어야 합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관객을 무시하는 어떤 예술이나 정치, 경제도 생명력이 길 수 없는 것은 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의 삶과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고자 하는 이가 없음이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은 이가 없음입니다. 시대를 노래하고 희망을 나누는 예술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그것은 삶과 예술의 이분법적 사고 속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 1995년 작가가 자신이 대표했던 홍대 앞'거리미술전'행사를 기념하면서 했던 말이다. 작가의 예술관과 사회적 책임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작들의 내용(기도, 하나 되는 꿈, 꿈꾸는 산맥)들에서 파악되는 작가의 심리적 태도는 현실과 이상의 접점에서 지독한 고민의 수위를 보이고 있음을 유추해 보게 된다.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작가의 사회적 책임자로서의 의무를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려 한다."고 말한 작가의 설명에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자신의 작업선상에서 하나의 큰 전환점이자 정리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지난 10여 년 간 작가로서, 사회인으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삶에서 발효된 그의 심정과 입장을 필자는 십분 이해를 같이한다. 그렇지만'예술인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라는 소명의식이 정리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말의 꼬리를 잡자는 말이 아니다. 필자도 사회적 책임자로서, 동료 예술인으로서 박장근에 거는 기대가 남 다르다는 점을 말함이다. 그동안 다져온 순수와 열정의 푸른 '의기(義氣)'가 조각가 박장근에 내재한 에너지의 원천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다. 그저 이번 작업들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분단과 사회, 정치적 통합이라는 작가적 고뇌와 조형언어가 이제 전환점에 서 있음으로 시각을 고쳐보자. 이번 전시에서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 바로 이'전환점'에 있다. 작가의 이번 작업들은 기존의 작업에서 보여준 표현방식에서 보다 실험적이고 의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본다.

박장근_하나되는꿈_2006
박장근_하나되는꿈_합성수지, 철_550×230×340cm_2006
박장근_꿈꾸는 산맥 I_합성수지, 철, 스테인리스_230×90×650cm_2006_부분

전환점에 서서... ●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쟈코메티(Alberto Giacometti)는 "나는 생명체, 그 중 무엇보다도 사람의 머리 앞에 서면 그 생명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기(氣)가 그것을 순간적으로 파고들어서 이 양자가 이미 하나가 되어 버린 듯함을 때때로 느낀다."라고 말했다. 쟈코메티의 작품은 그 형상이 지니고 있는 비현실성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형상과 그 형상들 사이의 비워진 부분을 모두 포함한 그 전체로 보아야 한다. 쟈코메티의 조각 작품들 속에 정신의 깊이가 느껴진다거나 인간의 고독 같은 것이 느껴진다면 무엇보다 쟈코메티 자신이 조각 안에 사람의 영혼을 담으려고 했던 조각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번 전시에 임하는 박장근의 태도 역시 자코메티의 조각에서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간, 그 사이와 실존의 변주를 중요한 조각언어로서 채택하고 있다고 보고 싶다. 즉 박장근은 그가 점유한 공간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어떤 밀도감과 에너지가 존재하는 실재성에서 그 힘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교과서를 펴든 이야기 일진 모르지만 로댕(August Rodin:1840~1917)이후로 조각이'입체의 공간차지'라는 개념으로 조각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시각은 물론 양감과 중량감까지 동원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또한 흙이란 물질을 단지 물리적 재료로서가 아니라 풍부한 표현가능성을 지닌 매체로 파악하는 개념, 그리고 특정한 주제나 기능으로부터의 독립, 내적 생명성, 작품 그 자체의 결과로서 재료와 구조, 중력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들이 전환점에 서 있는 박장근의 이번 작업에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장근이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변화의 지점들을 읽어보자. 지난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과장과 강조의 표현방식에서 이제는 대상들을 변형하거나 단순화시킨 유기체 형태의 마치 추상조각의 형식을 찾아볼 수가 있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의 유기적 형태 속에서 볼륨감과 생명감을 강조하기도 하며 공간의 분배와 집중을 고려한 극적인 설치개념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들은 전환점에 서 있는 작가가'통일'에 대한 자신의 예술가적 책임의식을 극대화한다는 의지와 함께 전환을 도모하는 자신의 조심스런 실험들에 대한 반응과 반사를 타진해 보려는 노력들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한 부연이 필요할 것 같다. 이는 작업 주제에 대한 해석과 접근방식의 변화 또한 주목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작업들이 사회와 권력에 대해 풍자와 서사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는 달리 이번 작업에서의'통일'이야기는 서사와 서정의 극적인 조합과 구성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첩되어 맥을 이어가는 부유하는 인간 군상들은 사회와 역사를 대유(代喩)하는 대상으로 결국 공유와 공존을 대변하는'하나되는 꿈'이라는 이상적 염원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그간 박장근이 보여 왔던 서사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유기적이고 정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작가의 변화된 의식을 사회와 역사의식의 진화(進化)로 설명하고 싶다. 대상과 관심사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서 그 포용과 해석의 범위가 확대되고 너그러워진 작가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확인한 다양한 변화의 지점들이 앞으로 작가가 지향하고 보여 줄 작업들에 대한 단서로서 다음 작업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어린의 요구에 부응하길 기대한다. ■ 윤상진

박장근_꿈꾸는 산맥 I_합성수지, 철, 스테인리스_230×90×650cm_2006
박장근_꿈꾸는 산맥 II_합성수지, 철, 스테인리스_230×90×750cm_2006
박장근_꿈꾸는 산맥 III_합성수지, 철, 스테인리스_150×80×460cm_2006

여기 한사람, 함께 살아가고픈 꿈을 꾸는 이가 있다. / 그리고 또 한사람, 한사람, 한사람... / 이들이 모여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그 산맥을 마침내 온전한 하나, / 순수한 하나로의 모습을 가지며,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 작품이 갖는 의미는 다양할 것이다. / 시대별, 세대별, 각자 지고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다를 것이고, / 그렇게 다양하게 존재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풍부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사람이 그 자리 있을 때 의미를 갖고 감동을 주듯, / 불혹을 목전에 둔 지금 나의 작업과 나의 자리를 고민해보게 된다. / 한번의 전시로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 이번 전시는 나의 젊은 시절 내가 꿈꾸던 통일된 조국을 그리며 /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을 주제로 하였다. ● 굳은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또 한사람, 한사람... / 그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그 의지의 산맥을 / 끝없이 이어져 마침내 찬란하고 아름다운 만삭을 이룰 것이다. ■ 박장근

Vol.20061102e | 박장근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