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사진展   2006_1101 ▶︎ 2006_1107

최영진_夜-2006_한지에 컬러인화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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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1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기획전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www.gallerylux.net

최영진은 어두운 밤 시간에 건물의 외벽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를 찍었다. 건물의 외벽은 다양한 구조와 재질을 두르고 있고 어디선가 스며 들어오는 빛의 강도 역시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또한 나무들과 풀의 모양도 제각각이라서 그림자 역시 똑같은 경우는 하나도 없다. 아울러 벽에 떨어진 나무 그림자는 낙하거리와 시간, 빛의 강도에 따라 무수한 표정을 짓는다. 농담의 변화와 강약으로, 혹은 퍼져있는가 하면 집중되어있다. 그러니까 그림자는 검은 단색에 의해 무참하게 일률적으로 마감되어있지만 그 사이에 무수한 빛의 희롱과 농담의 변화를 또한 머금고 있다. 마치 목탄으로 그려진 그림이나 수묵화를 만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무척 회화적이란 생각이다. 가로로 길게 자리한 화면은 벽화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데 그래서인지 그것이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순간 흐트러트리기도 한다. 이 그림자는 사진이 지닌 명료하고 확실한 인증의 힘에서 벗어나 다소 애매하고 모호하며 초점이 흔들리는 상을 보여준다. 세부의 디테일은 다 지워지고 전체적인 윤곽과 덩어리만으로 다가온다. 특히 여러 겹으로 맞물린 복수의 이미지들은 곤충의 겹눈처럼 마냥 흔들리고 겹쳐있다. 그런가하면 가장 원시적인 카메라 장치에서 추출한 이미지 마냥 어둡고 흐린 흔적으로 뒤덮여 있다. 그림자로 그린 그림, 그림자로 새긴 사진에 다름 아니다.

최영진_夜-2006_한지에 컬러인화_2006
최영진_夜-2006_한지에 컬러인화_2006
최영진_夜-2006_한지에 컬러인화_2006
최영진_夜-2006_한지에 컬러인화_2006

"도시가 잠든 밤의 풀과 나무들은 가로등과 마주하고 뒤편 벽에 길게 벽화처럼 보여 지는 그림자들은 영혼의 조각처럼 내 안에 들어와 자리한다. 그림자는 실존의 아니라, 실존과 빛이 만나 흔적이 보여 지는 모습이며 이는 공간 위에 존재하지만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불투명하게 보이지만 투명하며 하나의 실존에 몇 개의 존재로 보여 지고 그 위에 겹겹이 겹치지만 침묵한다. 여기에는 큰 것도 작은 것도 비교되지 않으며 많은 것과 소소한 것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무중력 상태인 것이다. 이 작업은 내 의식의 통로로 작용하고 하나의 흔적으로 기억된다." (최영진) ● 최영진은 섬세하게 그 그림자를 담았다. 납작한 평면의 인화지 위에는 뒤척이고 흔들리는 식물의 그림자가 다양한 벽/배경을 바탕 삼아 존재한다. 빛이 없으면 이내 그 그림자들은 소거될 것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유한한 생애를 끝내듯이 이 그림자 역시 다만 빛에 의지해 그렇게 잠시 현존할 뿐이다. 밤 시간에 잠시 빛을 안고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내다 이내 사라져갈 것들이다. 그것은 지극히 일시적이고 허망한 것들이다. 사진은 늘상 그런 죽음과 대면해왔다. 소멸되고 사라질 것들을 인화지 안에 곱게 포개놓는 일이었다. 특히나 그림자 사진이란 더욱 찰나적이고 순간적인 것에 대한 애도와 헌사에 근접해 있다. 그러니까 작가가 찍은 이 그림자는 결국 도시에서 자기 존재의 한 투영을 만난 것이자 그 매개로 선택된 것이다. 그곳에서 자신을 보고 인생을 보고 사진이미지의 한 생애를 만난 것이다. ■ 박영택

Vol.20061103b | 최영진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