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무릉도원도

김효 판화展   2006_1115 ▶︎ 2006_1231

김효_A Doll's House(인형의 집)_리노컷 & 친콜레, 디지털 프린트_57×8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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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18_토요일_03:00pm

스페이스 빼베오 중국 상하이 모간상 로드 50 빌딩 #0 Tel. 86_21_6266_2101 www.pebeo.com

신(新)무릉도원도 ● 화가 김효는 판화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양식 실험을 통해 자신의 조형세계를 일궈왔다. 그녀는 미국의 대학과 한국의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으며, 국내외의 여러 판화 공모전에서 큰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렇다고 김효의 활동 영역을 판화가로 좁게 한정할 수는 없다. 그녀는 회화는 물론이고 드로잉 작업을 꾸준히 병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입체로까지 작품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또 그녀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해 온 북 아트 작업도 단순한 평면(에디션) 개념을 넘어서 오브제 작업(유니크 북)으로까지 확장된 바 있다. ● 김효의 작품은 회화나 판화 그 어느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특이한 지점에 서 있다. 그녀의 작품은 회화와 판화의 중간지점에 있다고 해도 좋을 성싶다. 여기에는 김효의 열린 조형 의식이 깔려 있다. 바로 이 점이 김효 작품의 매력이요, 비평의 초점이다. 그동안 김효가 작품에 끌어들였던 판화 기법은 언제나 복합 판법이었다. 석판+리놀륨, 석판+드라이포인트, 컴퓨터 프린트+리노컷, 리노컷+친콜레 등 둘 이상의 판종을 혼용하여 단일 판종보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한 조형성을 얻고 있었다. 최근 김효는 복합 판법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여기에 콜라주와 드로잉을 가미하여 손맛을 한껏 살려내는 회화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그 치밀하고 중층적인 작업 과정이 우리의 흥미를 끈다.

김효_A Dream Air Plane(휴일)_리노컷 & 친콜레, 색연필 드로잉, 디지털 프린트_70×85cm_2006
김효_Her Dream Came True_리노컷 프린트 & 디지털 프린트_58×70cm_2006

작가는 우선, 잡지나 책 등에 등장하는 기성 이미지를 찢거나 복사기로 확대 축소하여, 이 이미지들을 오리고 붙이고 때로는 드로잉을 가미하여 하나의 콜라주 작품(대체로 A4~A3 크기)을 완성한다. 이 콜라주 작업은 이미지의 채집, 선별, 배열, 구성 등의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평소 관심 있는 이미지를 스크랩하여 '보물창고'를 만들어 두는데,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로 콜라주 작업의 스토리를 꾸려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이 콜라주 작업은 종이나 캔버스에 컴퓨터프린트로 재생된다.(100호 크기까지 확대된다. 콜라주 작품은 판화 개념에서 보면 오리지널 판에 해당된다.) 그 다음에는 컴퓨터프린트 위에 강조해야 할 부분을 리노컷이나 친콜레 기법으로 처리하고, 흰 여백에는 컬러펜슬로 드로잉을 가미한다. 김효 작품의 방법에는 오리지널/복제(copy) 혹은 인용(appropriation), 유일성/복수성, 직접성(손)/간접성(메커니즘), 우연성/필연성, 일루전/오브제 등의 대립항이 상호 충돌하고 반복되는 혼성(hybrid) 양식으로 짜여 있다. 회화(혹은 판화)의 장르 고유성을 고집하기보다는 사이나 공예(바느질 같은) 개념까지 끌어안는 탈장르적 방법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렇듯 김효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감성을 반영하는 장르 해체와 장르간 이종교배의 즐거움을 한껏 선사하고 있다.

김효_In Slow Time(느린 속도로)_리노컷 & 친콜레, 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_93×130cm_2006
김효_Power of Imagination(상상력)_리노컷 & 친콜레, 색연필 드로잉, 디지털 프린트_57×81cm_2006

김효 작품의 제목에는 언제나 새, 꿈, 상상력, 마술 등의 단어가 들어 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창공으로의 비상(飛上)이나 대지로의 도약, 혹은 정신적 육체적 구속으로부터의 탈출,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자유와 연관되어 있다. 실제 그림의 도상도 말, 새, 나비 등 동물이나 조류, 곤충이 등장하는가 하면 구름, 하늘, 바다, 갈대밭, 초원 등 확 트인 왕양(汪洋)한 공간이 등장한다. 이 공간이야말로 뛰거나 날아다니는 생명체들이 꿈의 나래를 활짝 펴는 무한 자유의 무대가 아닌가. ● 또 김효의 작품에는 어른의 마음으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꿈의 세계, 더 나아가 현실세계 너머의 피안(彼岸) 같은 세계가 펼쳐진다. 거기에는 어린 시절 동화 속에서 만났던 환상의 성(城)과 요정들, 신출기묘한 재주를 부리는 신비한 마술사와 재간둥이 피에로가 등장한다. 그리고 보면 김효는 현실과 이상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그림의 도상들에 싣고, 저 꿈의 세계로 뛰고 날아가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품 속에 등장하는, 뛰거나 날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뛰거나 날고 싶은 김효 자신의 변신이요 대리체인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은 어린 시절 인형 옷 갈아입히기 놀이나 디지털시대의 코스튬 플레이 같이 변신의 즐거움을 한껏 노리는 일종의 '욕망의 배설구'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김효_Ring a Bell(추억을 불러 일으키다)_리노컷 & 색연필 드로잉, 디지털 프린트_43×60cm_2006
김효_Use Magic(마술을 부리다)_리노컷 & 친콜레, 디지털 프린트_113×162cm_2006

동화 속 나라의 달콤한 유혹, 호기심 가득한 나라로의 신나는 여행. 그 길목에는 언제나 사람과 사물이 엉뚱하고 느닷없이 충돌한다. 요컨대 김효의 콜라주 작업에는 데페이즈망 기법이 적극 동원된다. '사물의 엇갈린 만남'의 임팩트가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어떻게 얼마나 자극할 수 있는가, 이러한 소통의 문제가 김효 작품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녀의 작품 형식과 내용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게임 같은 매력이 있다. 숨은 그림이 너무 쉽게 드러나면 게임이 싱겁고, 숨은 그림이 너무 깊숙이 꼭꼭 가려 있으면 게임이 지루해지는... ● 현실과 이상, 차안과 피안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 그리하여 꿈과 행복으로 가득한 영원의 세계.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김효에게는 희미한 기억 속에 담아둔 어린 시절일 수도 있고,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 저 먼 미래의 희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원한 동경의 희원, 그곳을 우리는 낙원, 유토피아, 아르카디아(Arcadia)라 부른다. 우리 동양의 전통에서 이상향과 별천지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효의 그림은 신(新)무릉도원도! ■ 김복기

Vol.20061112e | 김효 판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