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gage Claim

김민지 설치展   2006_1102 ▶︎ 2006_1114 / 월요일 휴관

김민지_Baggage Claim展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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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2_목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우리는 때로 아주 작은 사건이 시간과 공간, 다양한 화자들의 입과 입을 타고 넘어 다니며 그것의 핵심 인물과 사건의 실질적 동기, 전개 상황과 결말이 실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재창조되거나, 새로운 양상으로 재해석되면서 진화와 왜곡, 변이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이러한 왜곡과 변이의 과정은 꿈의 기억이나 자전적인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올라갈 때도 마찬가지다. 한 줌의 기억을 매만지고 궁글리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것이 실제인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곤 한다. 작가 김민지는 「Baggage Claim」전에서 미리 써 놓은 두 개의 짤막한 픽션 소설 'evian'과 '011'을 시각 이미지로 재현한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기억의 왜곡과 변이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수 차례의 변이 과정이 일어난다. 먼저 그 처음은 작가의 심상이다. 그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글로 옮겨 한 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픽션 소설물로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되는데, 이때 문자와 이미지 사이에 한 차례의 창조적 변이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활자로 된 최초의 소설을 읽지 못한 채 작가가 마련한 시각 이미지만으로 작품 속 내러티브를 추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 최종적으로 인지의 변이 과정이 발생하게 된다. 구술을 통해 전승되는 판소리의 경우 몇 백 년의 역사를 지나오며 때로는 망각을 통해, 때로는 뒤틀기를 통해 의식적, 무의식적 변형을 덧입게 된다. 판소리에서는 이러한 변이를'더늠(아마도 '더 넣음'이라는 어원을 가진 듯 하다)'이라고 부르는데, 명창들은 같은 제목이라 하여도 수많은'더늠'을 통해 특별히 소리의 한 대목을 멋지게 고쳐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시키며 새로운 곡으로 발전시킨다고 한다. 김민지의 작품의 경우, 이러한'더늠'의 역할은 관람객들의 몫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한 작가의 심상이 활자로, 이미지로, 그리고 다시 관람객의 심상으로 옮겨 다니는 과정 속에서 어떠한 창조적 '더늠'을 발견하고 또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로 창조해낼 수 있을지 흥미를 갖고 지켜보려 한다. ■ 유희원

김민지_EVIA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김민지_EVIA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이 지어낸 두 가지의 허구적 사실을 시각화시킨 설치물들이다. 한 이야기가 여러 사람에게 회자되면서 그 오리지낼러티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시각화 된 작품이 원래의 이야기를 상기시키지는 못한다. 작품은 한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물은 이를 배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두 가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에피소드: EVIAN ● 한없이 추락하는 섬뜩한 기분이 들자마자 곧 무언가에 부딪히는 느낌이 난다. 예상치 못한 일에 K씨는 이 가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딪힐 때 생긴 가방 틈으로 살며시 손가락을 넣어본다. 얼어 붙는 것 같다. 곧 그는 힘들게 자세를 바꿔 틈새를 본다. 이쪽도 저쪽도 하얗다. 쇳소리도 나는 것 같았지만 그는 곧 그것이 바람소리라는 것을 냄새로 알 수 있었다. 여긴 확실히 화물칸은 아니었다. 가방의 틈새를 발로 차보니 의외로 쉽게 열린다. ● 여긴 ...어디일까?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로 춥다. 주위는 온통 하얀 눈 뿐이다. 그 가방에서 푹신해 보이는 스웨터를 꺼내 입고는 조금 걸어가 본다. 몇 발짝 걸었을까..이내 땅 끝 같은 낭떠러지다. 몸을 바짝 엎드려 아래를 보려 하지만 역시 온통 하얗다. 좌우 모두 하얀 봉우리만 보이는 듯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있었던 가방이 제 집이라도 되는 듯 가방을 향해 몸을 던졌다. 아까는 못 봤는데 이제 보니 이 가방 뒤에 K씨의 키 세 배는 돼 보이는 가방들이 쌓여 있다. 그 뒤로도 몇몇 팽개쳐져 있다. 이 가방들은 모두 비행기에서 떨어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는 곧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 곳에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마자 그는 다시 자신이 있었던 그 가방 안으로 들러간다. 이 악몽에서 깨려 안간힘을 써본다. 하지만 곧이어 둔탁한 소리가 나자 그는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더 큰 두려움이 사로잡힌다. 가방 밖으로 나온다. 바로 앞에 새로운 가방이 생겼다. 하늘을 보니 까만 점 같은 것이 보인다. 눈살을 찌푸려 자세히 보려 하자, 점은 순식간에 커다란 사각형으로 변했고 너무나도 정확하게 가방이 쌓여있는 그 꼭대기에 떨어진다. 일순간 그 탑 같은 것이 심하게 흔들렸으나 이내 곧 바로 아니 약 15도 정도 기울인 것 같이 잘도 서 있다. 이곳은 어디일까... 비행기가 잃어버리는 수화물이 바로 여기로 떨어지는 걸까? ● 이대로 계속 살 수는 없다. 여기서는 인간의 존재 이유가 이 수많은 눈의 그것보다 가치 없다. 아주 굳이 이 곳의 가치를 찾는다면, 적어도 K씨는 매일같이 병에 담기 전의 evian 물을 먹는다는 것이다. 마시는 게 아니라 먹는 것이다. 그것도 씹어서... ● 이대로 계속 살 수는 없다. 어떻게든 죽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무턱대고 죽자면 그냥 저 낭떠러지로 몸을 가볍게 던지면 되겠지만, 그러면 그의 존재가 더욱 무가치해질 것만 같다. 죽자고 하는 것이지만, 그는 1%, 아니 0.001%라도 저 아래 세계로 살아 내려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함께 지니고 싶다. 그는 기계에서 떨어졌지만, 기계로 살고 아니 죽고 싶기도 하다. 마침 며칠 전에 떨어진 가방에서 수거한 철봉도 있고... (그는 비행기 수화물로 누가 이런 것을 가지고 다녔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여기 가방들에선 시체만 빼고 정말 다양한 것이 나왔다. 하긴 그 자신도 이런 가방에서 등장했으니 그것보다 놀라운 건 없을 것이다.) ● 이 철봉은 좀 무거워 보이기는 한다. 버거워 보이기도 한다. 그는 그의 박식하지 못한 지식이 지금처럼 한탄스러울 때도 없었다. 행글라이더 모양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먹다 버린 캔으로 이것 저것 모양을 만들어 보지만,, 다 여의치 않다. 고등학교 때 배운 공기 역학법칙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가장 기본적인 속도와 질량간의 관계조차 기억에 없다. 아니다. 어차피 다 안다 하더라도 살 수 있는 확률 0.001% 늘어나는 것인데 뭐가 대수인가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그는 왜 이리 기억나지 않는 이것들에 집착하는 것일까.. K씨는 오늘도 그 기계를 완성하려 하고 있다.

김민지_011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김민지_011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_부분
김민지_011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_부분
김민지_011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_부분

아빠는 011 바로 반나절 전에 아빠가 중대한 고백을 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믿겨지질 않는다. 이런 흥분 상태로 글을 쓰려니 논리적으로 써지질 않는다. 하지만 이 사실을 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기억을 못할 수 있기에 어설프지만 글로 남기려 한다. 말로 표현할 수 가 없다. 당황스럽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배신감도 들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아빠 얼굴 마주하기가 더 어색할 것 같다. 하루가 채워지기도 전에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아주 오래 전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니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언제 몇 년부터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벌써 기억나질 않는다)5년간 아빠는 영국 정부기관에서 일했었다고 한다. 그것도 그 유명한 정보부인 MI-6에서 정보원 생활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충청도에서 태어난 아빠가 영국 정보원? 정말 매치하기 어려운 두 지역이다. 아빠가 충청도에서 난 건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래잖아 영국으로 갔다.(그 연유는 말씀하지 않으셨다.)한국인 신분으로 고등교육을 다 영국에서 마치고 거의 곧장 영국 정보부로 스카우트 되어 여러 일을 거처 아시아 담당 정보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아빠가 7개 국어에(영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북경어, 광동어), 러시아어, 태국어)능통하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 중에 충격이었다. 그 동안 외국어는 아니, 영어는"갓 뎀"과'개러리(get out of here)"밖에 하지 않았었는데, 카투샤 출신이라고 하고선 너무 빈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게 나를 비롯한 우리가족 모두는 아빠의 영어(=외국어)기피증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7개 국어 이야기를 꺼낼 때 아빠는 짐짓 통쾌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빠가 언어 천재였을 수가... 나는 고작 기계 좀 잘 만지는 '순돌이 아빠'('맥가이버'가 아닌)쯤으로 여겼었는데... 아빠에게는 코드명이 있었다고 한다.'007 제임스 본드'처럼... 난 당연히'007 제임스 본드'를 만났었냐고 물었다. 아빠는 그를 만난 적도 없고, 실은 각 정보원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명성만은 이미 MI-6,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대단했다고 했다. 아빠는 그를"나이 든 노련한 여우"(물론 이 때는 유창하게 영어로 발음하셨다.)라고 표현했다. 아빠의 코드명은 011이였고 아주 잠시 동안만 사용했다. 아빠의 마지막 임무가 되었던'프로젝트 명: Maggot(구더기)'는 예상치 못한 방해 요인으로 실패했고 그는 서류가방을 땅에 묻었다. 몇 주 후에 가방을 수거하기 위해 그 지점을 찾았으나, 가방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새 인도가 깔린 것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영국 정보부 일을 그만 두게 되고,'영원한 함구'를 맹세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숨기고 평범한 한 남자로, 한 아빠로 ... 5년의 정보원 시절을 대가로 30년 간 그는 능청스런 연기로 숨죽여 지내왔다. ● 30년이 지난 지금, 아빠가 왜 나에게만 비밀을 털어놨을까 의구심도 든다. 가족 누군가에게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어떤 억울함의 폭발일까? 그러나 아빠가 모든 것을 말해 준 것은 아니다. 누구를 만났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디서 교육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건'영원한 함구'조약을 지키는 것 같다. 이런 놀라운 사실을 나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억울하다. 아빠는 어떻게 참았을까? 우리 몰래 대나무 숲에 다닌 건 아닌지... ■ 김민지

Vol.20061114a | 김민지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