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Forest 검은 숲

권기수 회화展   2006_1108 ▶︎ 2006_1203

권기수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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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8_수요일_05:00pm

아트파크 서울 종로구 삼청동 125-1번지 Tel. 02_733_8500 www.iartpark.com

권기수의 동구리는 어린 시절 누구나 낙서를 할 때 쉽게 그려봤음 직한 단순한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을 준다. 동그란 웃는 얼굴 위에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카락을 지니고 검정과 흰색으로만 그려진 심플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바로 동구리 이다. 이러한 동구리는 어느새 권기수 작가의 작품에 빠질 수 없는 주연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작가는 동구리가 동양화에서 난을 치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붓 놀림 드로잉 속에서 우연히 창출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동구리는 회화작품 속에서 뿐 아니라 조각, 설치, 영상 등을 이용한 다양한 매체 속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그 동안 권기수의 동구리는 어린이 전시에서부터 캐릭터 디자인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러한 그의 작품의 잦아진 노출은 관람객과 평론가들이 권기수의 예술을 캐릭터 또는 팝 아트적인 성향으로 여기는 요인을 만들었다. 팝 아트는 기호화된 브랜드이미지를 직접 소재로 사용하거나 간접적으로 왜곡하여 그 이미지를 인식하기 쉽게 표현한다. 하지만 권기수는 작품 속에 기호화 된 브랜드 이미지를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오랜 드로잉 작업에 얻어진 작가만의 오브제 또는 기호를 사용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기수의 동구리를 이용한 작품들이 어느 서양의 미술관에 가깝다고 규정짓긴 어렵다.

권기수_In the Fountain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94cm_2006
권기수_White Fores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06

권기수는 대학졸업 이후에 현대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수묵화로 표현했다. 사람의 형상을 수묵화로 그린 후 오려낸 종이를 벽면에 설치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전시장의 흰 공간과 대조를 주면서 무거운 느낌을 전달하였다. 검은 먹으로 채워진 사람의 형상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었다.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관조하고 표현하는 현대 작가들처럼 권기수 또한 현대인의 힘든 삶 등을 직설적으로 그려내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작품 속에 동구리를 등장시키고 아크릴화로 전환한 것이 그의 현대인들에 대한 관심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만화 캐릭터와 같이 항상 웃는 얼굴의 동구리는 그의 표현의 전환일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많은 다른 상황 속에서도 웃고 있는 하나의 기호를 통해 현대인 또는 작가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권기수_Pick Star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cm_2006

권기수의 작품은 전통적인 동양화에 뿌리를 두고 발전했다. 동구리 시리즈는 작품에 흐르는 작가 관에서 여유를 즐기는 동양화의 본질을 닮았다. 이는 비단 권기수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동양화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인 자연을 벗삼고 유유자적하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또한 자연-현대인의 삶 속에서 여러 가지 상황에 즐겁게 대처하는 동구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느 어렵고 복잡한 현대예술작품을 감상할 때와는 달리 잠시 나마의 즐거움이나 여유 또는 동심을 가질 수 있다.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또한 그의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하나의 색감으로 채워진 바탕 배경에 동구리와 자연적인 소재가 캔버스 한쪽 면만을 채우고 있는 작품 등이 그러하다.

권기수_Black Forest-Fiv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546cm_2006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에서도 그의 작품의 동양화적 본질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신작 "Black Forest-Seven, 검은 숲 7"에서 작가는 검은 색의 배경에 형형색색의 대나무 줄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동구리가 강아지와 유유자적 놀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 표현방식은 작가에게 익숙한 동양화기법 중 하나인 대나무치기에서 연유한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꽃의 형상은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매화에서 연유했다. 작품의 제목은'죽림칠현'에서 온 것으로 유유자적하는 일곱 선비의 모습을 동구리로 형상화한 작가의 위트가 재미있다.

권기수_花音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2cm_2006
권기수_Cub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6

그러나 권기수의 작품이 동양화적 소재와 주제에서 연유했다고 해서 그의 근래 작품의 화풍을 동양화 또는 한국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더군다나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업을 회화작품과 병행하고 있으니 이는 더욱 힘들어 보인다. 또한 근래 들어 한국미술시장에서 많이 들려오는 한국화의 변형이니 한국 팝도 아니다. 다만 동양의 본질 위의 서양의 질료가 결합해 만들어진 현대예술의 한 분야인 것이다. 작가 자신도 그의 작업을 동양 또는 서양화에 범주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예술이 다양하고 기발한 소재와 주제의 발견 속에서 발전해가듯이 어느 한 작가의 작품을 어느 한 미술사학적 범주에 넣으려는 시도는 다양한 현대예술의 역동성에서 규정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권기수의 작품이 한국적인 감성인 동양화의 본질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작가는 그것을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권기수의 작품은 그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 현대 예술의 단면인 것이다. 이영주

Vol.20061118a | 권기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