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산책 鏡都散策-낯선 거울속의 도시를 걷다

김준기 회화설치展   2006_1127 ▶︎ 2006_1206

김준기_낯선 시간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_혼합재료_81.5×113.5×3cm_2006

초대일시_2006_1127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욕망의 도시를 부유 浮游하는 김준기의 「경도산책 鏡都散策」 ●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작가군 作家群 가운데 현대인의 모태 母胎라 할 수 있는「도시」나 혹은 그「부산물(副産物)」들을 모티브로 삼는 작가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표현의 방식이나 매체는 다르다 하더라도 이들이 도시라는 모티브에 대해 갖는 배경을 압축하자면 급속한 현대화, 산업화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현대인의 자아에 대한 탐색」혹은 그「상실에 대한 서사」정도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도시라는 하나의 공간을 통해 그 공간이 함유하고 있는 상징에 주목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일상'이라는 매혹적인 단어가 깔려 있다. 실제로 도시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군들의 DNA는 그 공간의 탄생, 변화와 발전 속에서 길러진 것들이다. 주로 1970년 이후의 아파트먼트 키즈 세대들인 이들의 삶은 시간의 추를 벗어나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되는 과정 속에서 '자의식'이 확립된 인자들로서 이전의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미학적 개념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의 상상력을 담은 프레임들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 앞에서 여전히 새로운 삶을 갱신하는 유효한 방식으로 상영 중이다.

김준기_낯선 시간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_혼합재료_132×60×21cm_2006

작가 김준기 역시 위에서 언급했던 큰 틀 안에서 도시를 차용하고 있다. 그가 작업노트에 언급한 이번 전시 작품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지와 기호를 탐식하는 도시 속에서 자아를 찾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며, "멈춰버린 자아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구름과, 재현된 허상의 움직임을 포착한 네거티브적 도시의 이미지, 그리고 형상을 투과시키거나 반사시키는 유리와 거울의 매체적 특성을 오버랩 시켜서 형성된 가상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자아의 심리상태를 이야기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를 확신할 수 있다. 이 경우 작업노트에서 읽혀지는 현학적 언어의 조합이 오히려 진정한 작품 읽기가 방해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김준기가 자신의 작품에서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도시는 현대인의 욕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어떤 격렬한 공간이기도 하고, 쓸쓸한 대상이기도 하고, 그 곳에서 힘겹게 몸부림치는 자신 혹은 우리 모두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이미지들을 우리가 인식하고 기억하는 현실에 가장 흡사한 방식으로 재현하되 낯설게 바라보자고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그러한 바라보기의 바탕에는 늘 내 주변에, 내 시야의 안에 있지만, 그것(대상)에 대한 습관적 믿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내가 무엇을 얼마만큼 정확히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되는 이치와 맞물려 있을 것이다.

김준기_멈춰진 시간속에서 달리는 사람들_혼합재료_122.5×81.5×3cm_2006
김준기_멈춰진 시간속에서 달리는 사람들_혼합재료_122.5×81.5×3cm_2006
김준기_낯선 거리 익숙한 풍경_혼합재료_41×61×5cm×4_2006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그의 작업들에 등장하는 주재료인 거울과 밀러 잉크(mirror ink) 등은 작가가 도시라는 대상에 대한 성찰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작품의 핵심 키워드로 밝히고 있는 "이미지나 기호", "도시 속 자아", "재현된 허상", "가상의 공간" 등은 오히려 현대미술이 박제화 시킨 도시를 해부한 언어(기호)에 불과할 뿐이다. 이 지점이 도시가 갖는 한계일 수 있음을 지적하며, 내가 보기에 진정 김준기가 자신의 작업에서 그간의 도시를 탐닉한 다른 수많은 작업들과 변별력을 갖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상상력의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다면 그 도시를 부유하는 우리들 자신의 초상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김준기의 포커스는 그곳을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업을 죽어버린 언어로 관객과 대화하고자 하는 우를 범하려고 하고 있음은 상기해야 할 일이며, 이 점이 도시를, 현재를 그려내고 있는 많은 젊은 작가들이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김준기_낯선 거울속의 도시_혼합재료, 가변설치_440×142cm_2006
김준기_낯선 거울속의 도시_혼합재료, 가변설치_162×390cm_2006

사실, 이번 전시에 보이고 있는 김준기의 화면 속에서 등장한 도시는 그만의 전유물도 아니며 그리 새로울 것도 아니다. 도시라는 대상이 주는 매력, 당대의 시대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소재라는 측면에서, 위에서 열거했듯이 많은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선호하고 주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 한계 또한 역력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길러진 자신의 인자를 인정하고,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의심하는, 지금껏 믿어왔던 모든 것을 더 이상 믿지 않는, 그럼으로써 개념의 복제와 아우라의 허상이 갖는 현대미술의 경계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작가군의 출현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 안에 김준기와 그의 도시를 기대해 본다. ● 다시, 덧붙이자면 "좋은 낡은 것 위에 세우지 말고, 나쁜 새로운 것 위에 세워라"라고 하는 브레히트의 경구를 되새겨 볼 일이다. ■ 박준헌

Vol.20061127b | 김준기 회화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