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ing Paper

2007_0111 ▶︎ 2007_0228

김연희_어몽(2004)_한지, 레진_가변크기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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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111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도명_김연희_박계훈_서해근_손한샘_이경석_이규연_최연우

어린이 예술체험프로그램_Play with paper 2007_0116 ▶︎ 2007_0227

갤러리 잔다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02_323_4155 www.zandari.com

Rolling Paper _ 구르는 종이들이 엮어내는 8막 8장 ● 후르륵, 후르르르륵. 창가에 놓인 책의 책장이 바람에 넘어가고 찢어진 페이지 한 장이 바람에 날려 창 밖으로 담 너머로 너울너울 춤을 추듯 날아간다. 푸른 숲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날아가던 찢어진 책장은 종이 비행기를 날리며 뛰노는 어린이들의 머리 위로 내려 앉는다. 그리고 냇가의 종이배 곁에 몸을 맡겼다가는 다시 떠올라 어린 소녀의 소망을 담은 유리병 속의 종이학과 만나고 바람을 가르고 하늘로 높이높이 날아 오르는 긴 꼬리 연과 만나는 꿈을 꾼다. 툭! 현관의 철문을 맞고 떨어지며 새벽을 깨우는 신문, 책상 위의 서류 뭉치, 모니터에 붙어있는 알록달록 메모지들, 예쁜 그림이 담긴 엽서, 여기 저기 놓인 잡지들과, 책장에 가득 꽂힌 책 들. 텅 빈 깨끗한 스케치북과 이러저러한 아이디어들로 가득 찬 드로잉 북, 바닥을 구르는 휴지들, 붓과 물감 등 잡동사니들이 가득 담긴 상자까지.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늘 종이가 함께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비행기가 되기를 또는 종이학이 되기를 꿈꾸는 너울너울 춤추는 종이들이 전시장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꿈꾸는 종이들과 사연 많은 공간 그리고 재주 넘치는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전시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새로운 공간이 튀어 오르는 팝-업(pop-up) 책을 만나 본 적이 있는가? 본 전시는 우리 곁을 굴러다니던 종이들이 갤러리로 날아들어 작가들의 손에 의해 전시장 곳곳을 구르며 엮어진 이야기며 전시장은 그들이 부려낸 하나의 팝-업 책이 된다.

김도명_우렁각시야 돌아와_보드지_2006
박계훈_Hermitage_한지, 오일스틱_100×110cm_2006
서해근_그려서-만들기_꽃_연필, 종이에 파스텔_125×154×5cm_2006

구르고, 꿈꾸고, 이야기하는 종이들 _ 그들이 만드는 8막의 공간과 8장의 이야기 ●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바리케이드처럼 겹겹이 늘어선 종이 장벽들이 튀어 오르고 그 입구를 거대한 종이 장군이 버티고 서있다.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무사히 그 앞을 지날 수 있었듯이 종이 장벽이 만들어낸 미로로의 여행을 원하는 이라면 거대한 종이 장군 호모 파피런스(이경석) 앞에서 퍼즐 사각형을 완성하여야만 한다. 너무나 쉽게 풀린 퍼즐은 미로 속으로 성큼 다가선 관객을 『롤링 페이퍼』의 첫 장에 가두어 두려는 호모 파피런스의 얕은 수였는지도 모른다. 미로의 출구에 다다를 때쯤 관객은 종이 장벽이 만들어낸 통로 속으로 빠져들어 알 수 없는 어.디.론.가.(최연우)로 빨려 들어간다. 붉은 방 안 쪽 끝에서부터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빛을 뿜어내는 커다란 구멍이 잠시 전까지 뒤적이던 잡지의 혹은 광고 책자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접고 펼치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공간이라면,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공간으로부터 쏟아져 나와 오르고 내리며 바닥과 기둥을 튕기고 뚫고 벽을 타고 오르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접이 종이들의 행렬(이규연)은 공간을 구르듯 기어 다니는 환절동물을 연상시킨다.

손한샘_drawing cardboard_보드지_가변크기_2007
이규연_foldaway(2005)_종이_가변크기_2007
최연우_somewhere I belong_4_종이, 스틸, 조명_가변크기_2007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열을 이루고 행을 이루며 공간을 쥐락펴락한 종이들이 이번엔 대열을 바꾸어 등장한다. 켜켜이 쌓아 올린 골판지는 우렁각시가 떠난 빈집이 되기도 하고, 탐스러운 사과가 또는 차 한잔 나누는 찻잔으로 변신한다(김도명). 나무에서 태어난 한 장의 종이에서 안과 밖/ 포지티브와 네가티브가 쌍을 이루어 만들어지고 이것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오브제를 형성함과 동시에 이를 품고 있던 보이지 않는 공간을 가시화한다. 골판지 한 장 한 장이 만들어내는 켜는 마치 시간을 축적하고 있는 단층의 그것을 연상시키며 이는 골판지 오브제에 담긴 흙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싹들로 인해 생명의 순환으로까지 확장된다. 흙을 만진 손으로 다음 장을 넘기면, 전시장의 벽과 만난 재활용 수거함에 쌓여있었을 법한 용도 폐기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소외된 골판지 상자들이 서로 겹쳐지고 덧붙여 그려나간 벽화를 만난다(손한샘). 조금씩 다른 골판지의 겹들이 마치 화폭 위의 마띠에르와 같은 느낌으로 한 층 아래의 골판지 위로 한 층 위의 골판지 그림자가 떨어져 내린다. 벽에서 시작된 골판지 드로잉이 벽과 벽, 벽과 기둥을 이어 아치 문을 만들고 또 다른 공간으로의 통로를 만든다. 이곳 저곳을 뒹굴며 변신을 꿈꾸던 종이들이 갑작스레 부는 회오리 바람에 이 좁은 통로로 소용돌이치듯 모여들어 아치 문을 지난다. 물속을 가르고 하늘을 날고 싶던 종이배와 종이비행기의 꿈은 하늘로 유영하는 물고기로 변신(김연희)하여 이루어지고, 스케치 북의 그림 속에 갇혀있던 꽃과 나뭇잎들 그리고 화분과 의자, 액자와 창문들은 그대로 공간 속으로 튀어 나와 본래 그렇게 있었던 듯 제 자리를 찾아 곳곳에 위치 해 있다(서해근). 구르던 종이들이 쌓여 벽을 만들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던, 접고 접고 접힌 종이들이 이곳 저곳을 넘실거리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공간을 장악하기도 또는 달래기도 한 『롤링 페이퍼』의 마지막 페이지는 관객의 입김에 흔들리고, 그들의 스치는 옷깃에 그림자를 흐리는 연약하게 서있는 1cm의 진술자들이 그리는 풍경(박계훈)이다.

이경석_호모파피런스 Homo papyrence_종이_가변크기_2007
박계훈 & 서해근 전시장전경
이규연 & 최연우 전시장전경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물고기도, 파아란 새싹을 품은 항아리도 알고 보니 종이였고, 벽에 걸린 액자도 그 앞에 놓인 의자도 스케치북을 뛰쳐나온 장난기 가득한 종이였다. 그림을 담은 종이는 그림책이 되고, 이야기를 담은 종이는 동화책이 된다. 연약함으로 쉽게 찢기고 그 가벼움으로 바람에 날려 곧잘 사라지는 종이들이 접히고 오려져 공간과 나눈 이야기를 담고 색을 입고 조명을 달았다. 전시장은 하나의 커다란 팝-업 책이 되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튀어 오르는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전시장 곳곳의 작품들이 관객을 향해 튀어 오른다. 『롤링 페이퍼』의 첫 장을 연다. 그리고 종이들이 부려낸 이야기들 속으로 빠져든다. 구르는 종이, 꿈꾸는 종이, 이야기하는 종이들이 만들어낸 책 속으로. ■ 송희정

Vol.20070112c | Rolling Pap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