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서 고양이를 보다

이희승 개인展   2007_0113 ▶︎ 2007_0120

이희승_Kirschblumen_im_gruenen-_Zimmer_잉크젯프린트_270×36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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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113_토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여기, 눈동자라는 치명적으로 열린 문이 있다. 그리고 깜빡. 이 열린 문 바깥에 조금도 뜻하지 않았던, 하지만 절대적인,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포착된다. 어떻게 된 걸까? 다시 깜빡. 이 곳은 바타유의 복잡한 두뇌 속. 당신께서 말한다. 내가 보는 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은 죽는 것이다 . 죽음의 불안을 견뎌내고, 죽음의 작업을 지속시키는 저력이 없이,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음의 찰나를 지켜볼 용기 없이 우리는, 인간은, 어떠한 절대적 진실과도 잠시나마 맞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웃음이 있다. 한 천사의 무리가 말하기를 인간의 지고함은, 그들이 실수를 저지르거나 혹은 잘못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시껄렁한 유머를 즐길 수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정해진 운명을 실수로 비껴가고, 정답이 아닌 길을 비장하게 떠나며. 때때로 지독한 슬픔 앞에서 웃음을 터뜨려버리는, 그것이 바로 인간을 인간으로 구분하는 한 방식일 것이다. 이희승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자. 작가 이희승의 작업 노트 속에서, 나는 그가 어느 날 죽은 토끼로부터 토끼는 죽지 않는다라는 고백을 듣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물론, 이 문장은 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그것이 죽은 토끼가 아니라 해도, 토끼는 인간과 대화할 수 없으며 게다가 인간과 토끼가 다른 수단을 통해 대화를 성사시킨다 해도 그 토끼가 죽은 이상, 절대로 토끼의 고백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절대로? 우습지만 우리는 이 참이 아닌 문장 속에서 묘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죽은 토끼가 말을 하고, 토끼는 혁명처럼 죽지 않는다. 그 흔한 절대로 라는 말에 의심을 품어본다. 다시 깜빡. 이제 진실의 순간이 스쳐가면, 그 순간 우리는 영원히 눈을 감아야 할 지 모른다.

이희승_14 Uhr_am_Nachmittag_잉크젯프린트_86×114cm_2006
이희승_Schlafzimmer-잉크젯프린트_114×86cm_2006

이희승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허물어졌을 때야 비로소 당혹감을 선사하며 인간을 우왕좌왕하게 하는 수 많은 경계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차원과 삼차원, 대상과 인지, 일상과 예술, 과거와 현재, 혹은 사진과 미술의 경계, 경계들. 작가의 모험은 이러한 경계들을 헝클어뜨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무너진 경계로부터 팽배하는 긴장감, 불안감, 영문도 모르면서 터지는 웃음보, 의아함. 우리는 이희승의 작품과 마주하기에 앞서 이러한 곤혹한 감정 상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깜빡이는 카메라 셔터는 일상이 아닌 일상을 담아낸다. 이 이상한 느낌의 작품들은 사실상 그 흔한 포샵 처리 없이 실물과 실제 공간, 실제 인물들 위에 거칠게 그려지고 붙여진 드로잉과 꼴라쥬 작업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것은 연출된 일상이지 연출된 사진 작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희승_Sung_Kyun_am_Tisch-잉크젯프린트_74×56cm_2005
이희승_Baden_mit_Kami_잉크젯프린트_74×56cm_2005

이것은 합성처럼 보이지만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카메라 기법일 뿐이며, 게다가 작가의 연출 조차 정확한 스토리 보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운명과 우연 앞에 일정 부분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맡긴 채 시작된 행위이므로 단순한 퍼포먼스 기록 사진이라고 판명 지을 수도 없다. 벗은 몸 위에 그려진 거친 털, 인조 꽃송이와 화병 위에 그려진 검은 테두리들, 화장실 타일 벽을 가로지르는 십자무늬들, 푸른 인공 색소가 풀어진 욕조 속에 가짜로 그려진 눈을 감고(혹은 뜨고) 있는 모델. 이 모든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수면의 경계에서 찰랑인다. 예술가여, 당신의 눈앞에 죽음이 직면해 있다면, 그리고 당신의 두 손이 아직 카메라를 쥘 힘이 있다면, 그 셔터를 눌러 진실을 포착할 수 있을까? 만일 누군가 이희승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이중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냐고 자꾸만 귀찮게 꼬치꼬치 묻는다면, 그러니까, 응, 죽은 토끼가 말하기를, 토끼는 죽지 않아. 라고 말했대. 고양이에게서, 고양이를 봐. 하고 대답해보아야겠다. ■ 유희원

Vol.20070113b | 이희승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