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ING SEOUL

김정주_방병상_이문주_정직성展   2007_0116 ▶︎ 2007_0213 / 월요일 휴관

김정주_The City_컬러 잉크젯 프린트_127×101.6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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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116_화요일_05:00pm

책임기획_신혜영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인갤러리 서울 종로구 평창동 512-2번지 Tel. 02_394_3631 www.gaainart.com

4인의 도시 발견과 재구성 ● 최근 미술계에 도시를 소재로 한 작가와 전시가 하나의 흐름으로 읽혀질 만큼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주로 젊은 층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이 특징은 도시를 자신이 살아가는 하나의 환경으로서 바라보고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전 세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최근의 경향이기도 하다. 이는 예술의 소재를 다각도로 확보해내는 단순한 소재 확장의 측면을 넘어서, 그들이 몸담고 있는 이 도시의 고유한 특성과 문제를 예술의 범위 안으로 끌어와서 해석하고 제기할 수 있는 작가들의 역량의 증가로 파악해도 좋을 것이다. ● 이 전시는 단순히 도시의 풍경을 묘사한다거나 도시 사람들의 삶의 단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이 도시가 가진 근본적인 구조를 나름의 뚜렷한 시각과 표현방법으로 풀어내는 젊은 작가 4인의 전시다. (이 전시에서 도시는 서울로 한정된다. 그들 작품의 대상 전체가 서울인 것은 아니지만, 서울은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이며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도시 구조의 특징을 가장 잘 담지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정주, 방병상, 이문주, 정직성 이 네 사람의 작품을 하나의 전시 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 서울의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절감한 바, 우리나라의 도시화 혹은 근대화가 불과 삼사십년 안에 급속도로 이루어진 데서 오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점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러한 사실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단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자신들의 조형언어로 변형하여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이들 네 사람이 가진 각기 다른 음색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구성진 화음으로 엮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김정주_The City_컬러 잉크젯 프린트_101.6×127cm_2006
정직성_망원동: 연립주택 3_캔버스에 유채_194×260cm_2006
정직성_망원동: 연립주택 1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06

작가의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정직성은 작품 활동 외에 온라인상에 플라잉넷(www.flyingnet.org)이라는 도시정보 네트워크 웹진을 운영하고, 자신을 포함한 9명의 작가를 선정해『장면들-도시회화』展이라는 제목의 도시에 관한 전시를 기획할 만큼 도시 연구에 전력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작가 정직성'에게만 초점을 맞춰보자면, 그녀는 도시의 주택가 골목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들을 관찰하고 파악한 뒤, 그것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형태의 화면을 만들어 낸다. 그녀의 관찰대상이 되는 곳은 신림동, 후암동, 삼청동, 망원동 등 주로 유사한 구조물이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이다. 이러한 주택가의 구조물들은 제한된 건축법 아래 지어져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목구조, 가옥배치, 보수와 증축의 흔적 등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간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 흥미롭게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이처럼 미묘한 반복과 차이를 지닌 도시 주택가의 건축적 요소들을 캔버스 앞에서 다시 상기하여 원근법에 어긋나는 마치 입체파의 그것처럼 다시점(多視點)으로 화면상에 재구축한다. 겹겹이 들어선 수십 개의 집들은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띠며 계단, 난간, 벽, 지붕 등 여러 가지 주택 구조물의 요소들을 통해 서로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화면을 이룬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이전 회색 연립주택 시리즈는 시멘트와 함께 우리나라 근대화의 대표적 건축 재료인 붉은 벽돌을 연상케 하는 붉은색의 전면화(全面化)로 새롭게 변환되어 향후 작업의 발전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정직성이 우리나라의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특정 도시로 인구와 자원이 몰려드는 과잉도시화로 인해 주거의밀집현상을 보이는 지역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문주는 그러한 도시화 과정에서 생겨난 지역들 가운데 낙후되었다거나 효용성이 없다는 국가의 일방적인 판단 아래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재개발되는 지역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1997년 이래 계속되어 온 그녀의 도시에 대한 작업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보스톤, 디트로이트, 브룩클린 등의 도시를 대상으로 더욱 심화되어 최근 서울에 관한 작업까지 발전되어 왔다. 이문주가 그리는 이들 재개발지역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인 대량생산과 효용성의 원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 도시의 건축물마저도 하나의 상품처럼 생산과 소비의 과정을 되풀이 하고 있음을 그 현장에 서서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회화가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사회학적인 문제의식 제기라는 주제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다양한 제작 기법으로 재구성하는 조형적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녀는 실제 재개발 현장을 다니며 사진에 담아 온 특정 공간을 작업의 기초로 하되 한 작품 안에서 세부적인 장면들은 그 주변을 찍은 수십 장의 다른 사진에서 가지고 와서 재조합하거나 상상으로 하나의 화면 안에 새롭게 구성해낸다. 그녀가 사용하는 재료 역시 이러한 제작 기법과 맥을 같이 한다. 주로 대형작업을 선호하는 그녀의 작품 안에는 표현할 대상에 따라 다르게 선택된 유채 물감, 아크릴 물감, 실크스크린, 사진을 확대한 복사물 콜라주 등이 여러 겹으로 중첩되어 하나의 화면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이문주의 대형회화는 마치 우리가 재개발 현장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의 생생함을 주지만 동시에 어딘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생경함을 느끼게 하는 독특함이 있다.

이문주_진관내동_캔버스에 혼합재료_182.5×339.5cm_2006
이문주_진관외동_캔버스에 아크릴, 유채_167×194cm_2007
방병상_SHE IS - SUMMER, Pointer 37° 39′ 45.49″N 126° 45′ 30.19″E_ 컬러인화_180×220cm_2006

회화의 정직성, 이문주에 이어 방병상과 김정주는 사진을 매체로 도시의 구조를 다루는 작가들이다. 먼저 방병상은 도시를 걷는 여인들의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한「Red Road」와「Flower」(2000) 등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 도시와 도시에서 살아가는 군중의 모습을 고유한 시각으로 담아낸「Walking in a Strange City」,「Looking at the Sunny-Side」,「In Green Heaven」등의 사진 연작을 통해 그 누구보다 도시라는 주제에 일관된 관심으로 매달려 온 사진작가다.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소재는 거리, 공원, 수영장, 고궁 등 특정한 도시의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그가 진정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공간이 도시에 생겨나게 된 이유와 그것들이 실제로 가지는 기능이나 의미의 아이러니 같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She is-Summer」시리즈는 공원의 나무, 돌, 폭포 등 도시 속 자연 이미지를 재구성한 것이다. 언뜻 단순한 풍경사진 - 그의 사진 중 처음으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 으로 보이는 이 사진들을 통해 작가는 단시간 내에 조성된 서울의 공원에는 자연마저도 사실상 자연이 아닌 인공물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주제에 맞추어 그는 종전의 '스트레이트 포토'가 아닌 조작과 보정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메이킹 포토'를 시도했다.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를 측정하여 촬영 지점을 이동하는 이동시점과 촬영의 각도를 달리 하는 다각시점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그것들을 후반 작업에서 스캔하여 디지털 작업으로 조합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모은다. 이러한 제작기법으로 어렵게 얻어진 그의「She is-Summer」시리즈에서 인공적인 자연물들은 각도와 시점을 달리하여 변형되거나 반복됨으로써 새로운 인공물로 태어나는 셈이다. ● 김정주는 방병상과 달리 최종적인 매체를 사진으로 삼고는 있지만 그에 앞서 조형물을 제작하는 중요한 사전 작업을 거친다.그녀는 스테이플러 철침으로 고층빌딩, 고가도로, 교량 등 각각의 도시 구조물 미니어처를 만들고, 그것들을 집적하여 하나의 거대한 도시 미니어처를 만든 후 그것의 부분이나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 전혀 다른 느낌의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녀의 사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 재료나 크기, 제작과정을 쉽게 짐작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 때문에 언뜻 그 장면들이 가상 혹은 미래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도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이며 스스로 공간에 따라 자신의 감정과 사고가 지배된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사진 속 공간은 그녀가 스무 해 넘도록 살아 온 서울의 모습임에 틀림없다. 물론, 공간의 구성과 배치 등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을 테지만, 그녀가 주로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1960년대 이후 성장 위주의 도시개발을 대표하는 무개성한 고층빌딩,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교통난 해결을 위한 고가도로와 교량 등 도시 서울의 현재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상을 현상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다르게 변형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예술적 능력이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한 그녀에게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끔 한다. ● 이들 네 사람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아름답게만 담아내는 작가였다면 이 전시는 기획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또한 이들이 사회학적으로 도시 서울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만 힘쓰는 사회참여적인 작가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전시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서 이 도시 서울이 지닌 구조상의 모순을 몸으로 체득하고 그것을 자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는 조형수단을 통해 재구성하는, 이른바 내용과 형식이 균형을 이루는 젊은 작가 4인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그 의의를 두고 싶다. ■ 신혜영

Vol.20070116a | DISCOVERING SEOUL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