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c Job!

이상홍 개인展   2007_0209 ▶ 2007_0225

이상홍_collection#023_플라스틱_가변크기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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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209_금요일_06:00pm

2007 갤러리킹 기획 공모전

설날(17~19)외 전시 중 무휴

갤러리킹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7-15번지 2층 Tel. 02_6085_1805 www.galleryking.co.kr

2차원 천문학 ● 친구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시다. 나이 서른을 넘긴 친구가 뒤늦게 천문학자가 되겠다며 밤낮없이 방바닥에 드러누워 별들만 보고 그리고 보고 그리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는 나름의 성과를 주장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성조기와 별, 오성홍기의 별, 어릴 적 선생님이 그럭저럭 근사하게 쓴 어떤 날 일기의 여백에 빨간 색연필로 그려주시던 별, 그리고 무궁화 밭 위에서 반짝이던 은빛 별 등, 그는 이 별들로 구성된 커다란 별 모양의 별자리를 자신이 발견했고 이로써 2차원적 천문학을 개척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어머니로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가를 가 가정을 꾸리거나 직장을 얻어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을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친구 어머니는 오랫동안 직접 아들을 설득해 왔지만 그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빈번히 이성적이지 못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느껴 내게 도움을 청해오셨다. 친구의 말은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지고...

이상홍_collection#012_플라스틱_5×5×10cm_2006

나는 친구 어머니에게 그 정도의 문제면 저에게 맡겨달라고 자신 있게 말한 후 친구에게 걸 맞는 회사인 심성전자와, 럭희금성의 입사응시서와 이력서 양식을 출력해서 가져갔다. "여기 있는 양식에 네 이름 등, 양식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채워 넣어라." 나는 성큼 다가가 말했다. 친구는 밤낮없이 별이 아니라 콘크리트 덩이를 올려다본 듯 피로가 가득 찬 회색빛 눈으로 내가 제시한 양식을 내려다보았고 예상과 달리 순순히 그 양식을 작성해 내려갔다. 오래지 않아 그가 작성을 마쳤고, 나는 자랑스럽게 그가 손수 작성한 입사 지원서와 이력서들을 들고 그의 어머니가 느끼게 될 행복감을 조금 먼저 간을 본 듯 취하여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 문서들을 내밀었다. 예상대로 그녀는 감격에 벅차 그것들을 받았지만 그것을 본 순간 곧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당황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 순간 나의 시선도 그 양식들에 멈추었는데, 그가 작성한 모든 입사 양식과 이력서의 공란은 한결같이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 두 번째 연은 발터 벤야민의「프란츠 카프카」중 '빠촘킨'의 구성을 각색한 것입니다. ■ 백병환

이상홍_collection#017_플라스틱_가변크기_2006

간첩 잡는 똘이 장군과 같은 지난 수십 년 간의 반공 교육을 돌아보면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정황들을 마주치게 된다. 역으로 이와 같은 이성적 사고로의 전환은 국내외 사회?문화적 시민 의식의 성숙과 함께 주입된 이데올로기가 아닌 열린 사고로의 전환에 기인한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상황이 과거를 완전히 떨치고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여전히 당시의 상황들을 지지하고 지탱해 주는 외적 힘들이 국내에 상주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만적 이데올로기들은 사람들을 달짝지근한 미제 초콜릿의 유혹으로 반짝거리게 하고 있다. ● 이번 'Fantastic Job!(참 잘 했어요)'전에서 작가는 본인이 유년시절에 겪었던 경험들이 현재와 소통하면서 발생하는 장애들을 별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일상 속에 잔존하고 있는 부조리를 드러내는 한편 탈을 바꿔 쓴 이데올로기의 새로운 양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상홍_collection#043_플라스틱_가변크기_2006

어릴 적 작가에게 별은 반공 포스터에 그려진 북한군의 빨간 별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이 그려주던 받고 싶은 별이기도 하였다. 두려움의 별은 미군에 의해 떨쳐 졌고 선생님의 별은 사회가 제시한 올바른 규범들에 의해 그려졌다. 그러나 주입된 이데올로기가 무참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금, 과거의 별들은 모순적 상황들로 작가를 찌르고 있다. 이렇듯 이상홍 작가의 작업 출발점은 내면적 부조리함의 표현이나 변화된 외적 현실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작가의 유년 시절에 떠 있는 두 개의 별에는 이미 부조리가 배태되어 있었으나 파악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부정의 수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교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조리는 현실과 교우하고서야 드러나기 시작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오브제인 반짝반짝 빛나는 '인공의 별'은 시리도록 더럽혀져 있다. 그것은 벤야민의 『프란츠 카프카』에서처럼 더럽혀진 부친-권력을 향한 증기 망치질이다. 그런데 작가의 가슴 속에 쿵쿵 내리치는 망치질은 별 위에 놓여진 오브제들의 향연으로 주입된 이데올로기의 잔존하는 형식들과 당당히 마주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참 잘했어요!(Fantastic job!)'의 달콤한 추억에 씁쓸함을 보탠다. 작가의 오브제 작업은 붉은 별의 형상을 바탕으로 하여 수집한 소형의 피규어들과 본뜬 사물들을 재배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작가가 유년 시절에 겪은 이데올로기 경험이 현대 소비문화 속에 물질화되어가는 과정을 내포한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언급한 후기자본주의의 페스티쉬와 정신 분열증적 현상은 이와 맞닿아 있다.

이상홍_collection#041_플라스틱_가변크기_2006

메이드인차이나가 되버린 미국형 피규어를 수집하는 작가는 이질적인 형상의 피규어들을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붉은 별 오브제 위로 한데 모아 세운다. 어떠한 규칙이나 위계도 찾아지지 않는 산발적이고, 분열적인 피규어들의 배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붉은 별 단상 위에서 그 자체를 기념비적으로 둔갑시킨다. 작가는 또 다른 작업에서 사물을 본뜬 모조물들을 반복적으로 배열·재배치한다. 이러한 모조물의 집합체를 작가는 무색 또는 붉은 색으로 균등하게 뒤덮으면서 원본과는 고립된 반복적 생산물로 변모시킨다. 이를 통해 동일한 인공의 별 위에 집적된 모조물들은 과거로부터 기인한 현재의 이데올로기를 공허한 모습으로, 즉 공허한 모조물인 페스티쉬로 만들어 버린다. 이번 'Fantastic job!'전은 과거 작가가 경험한 집단적 이데올로기의 최면으로부터 종속된 자아의 부조리한 상황을 접근해 보고 나아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주체를 억압하는 새로운 국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 갤러리킹

Vol.20070209b | 이상홍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