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315_목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60
미디어 아트는 단순히 테크놀로지를 예술에 접목시킨 것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아티스트들은 항상 어떻게 그리고 왜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느냐하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 아이디어 없는 아티스트는 쉽게 테크놀로지에 현혹되고 노예화될 수 있다. 작가 공수경의 경우 최근 그녀의 미디어 아트 연구에 상자 를 중심 아이디어 혹은 주요한 은유로 작업하고 있다.
상자는 닫혀있을 때 우리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매체이다. 그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 판도라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상자를 열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종류의 이야기들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 상자를 연다는 것은 금지된 행위로 금기를 깨는 것과 같은 행위이며 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다. 상자는 모순되는 방식으로 작업된다. 우리는 때때로 황금, 요술반지, 보물이 묻혀있는 곳이 나와있는 지도 등 환상적인 것들을 상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마 같은 괴물, 시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 담긴 일기장 등을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닫힌 상자는 우리가 열었을 때 뭔가 깜짝 놀라게 할 특별한 무언가를 의미한다.
상자에는 단순히 물질적인 사물만 들어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추억이나 감정도 들어 있을 수 있다. 작가 공수경은 한국말이나 일본말에도 있듯이 생각이 들다 라는 표현을 제안한다. 우리들은 어떤 물체에 대해 생각이 들면 , 그 물체와 생각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과학은 마음과 사물을 분리해서 생각하도록 가르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자기 자신만의 추억과 느낌으로 사물을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상자는 규정되지 않은 감정을 내포하는 특별한 물체이다.
상자는 또한 바깥과 안을 구분하는, 자신만의 공간을 이 세상에다 집어넣는 그 무엇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상자 안에 기어 들어가 집이나 동굴 속에 숨는 척 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상자는 마침내 열리는 그 순간까지 숨을 수 있는 보호된 장소를 제공한다. 이것은 사생활의 은유이기도 하다. 때로 우리는 상자 안에 머물면서 엿보는 환상을 가지기도 한다. Kobo Abe의 유명한 소설, The Box Man(1973) 은 종이로 만든 상자를 머리에 쓰고 도쿄시내를 활보한다. ● 은유로서의 상자는 너무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아티스트들은 상자의 여러 다른 함축의미들에 혼동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상자는 생산적이지만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필자는 이런 아이디어로 고심하는 아티스트의 노력을 존경한다. 그리고 여기 작가 공수경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녀의 미디어 아트 작품에 구현해 놓은 몇 가지 예들은 보고 기쁘며 여기서 관람객들도 흥미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품활동이 계속 진행중인 걸로 알고 있으며, 나는 작가 공수경이 그녀의 상상의 상자에서 더욱 많은 놀라움들을 발견해내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 히로시 요시오카_Hiroshi Yoshioka
Vol.20070319b | 공수경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