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를 통한 내적정서의 표현

하연수 동양화展   2007_0523 ▶︎ 2007_0529

하연수_관계1_한지에 석채_60×73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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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23_수요일

백송화랑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9번지 Tel. 02_730_5824 artbaiksong.com

색채에 대한 새로운 의문과 도전 ● 한 시대를 대변하는 예술의 세계도 그 근간을 살펴보면 작가 개인의 사상발전에 따라 새롭게 창출된 표현양식과 내용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외부세계의 신속하고 다양한 변화가 한 작가의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가 사용하고 있는 물질적인 재료나 외형적인 형태와 색채만으로는 그 답을 진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작가의 생각과 의식을 거치지 않고 순간적인 자극과 유행을 쫓아 표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와 작품이 별개화 되는 과정에서 줄곧 재료와 형태, 그 색채가 작가의 주된 사상변화의 결과처럼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채색화를 주된 작업으로 삼는 작가에게 있어서 "색채"는 떼었다 붙였다 하는 오브제도 아니고, 현란한 불빛으로 어둠을 가리는 조명등도 아니며, 옷 모양에 따라 바뀌는 장신구도 아니다. 작가 스스로 색을 집어내는 행위는 그의 사상이며, 그것을 다루는 솜씨는 그의 가치관이고, 더 나아가서 그 작품의 색깔들은 바로 그 자신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색채는 인간이 인간답게 향유할 수 있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활조형과 우주의 신비로운 순응과 조화의 이치를 수용한 감성조형을 표현하는 예술표현의 주체가 되어 왔다. 그것은 서양의 이성적인 색채학과 감성적인 미술심리의 구분에서 색의 두께와 무게, 작용과 역할을 분석하고 규정하는 그런 영민함과는 근본을 달리 한다. 우리는 종종 색채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감별하여 느끼는 것이라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기억할 때가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서 색채는 읽혀져 온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느껴졌던 체온 같은 것이다.

하연수_관계2_한지에 석채_60×73cm_2007
하연수_바라보다_한지에 동박, 석채_120×100cm_2007

하연수는 처음 주변사물들을 그림에 옮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물감에 색을 섞기 시작하였다. 그의 채색에 대한 관심은 아마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시작 되었을 터이지만, 색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것은 자신의 느낌에 맞는 형상 속 색깔의 매력에 있었다. 그래서 당시의 작업은 자신이 갖고 있었던 여러 가지 색채에 대한 기호를 주변 사물에서 찾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지닌 꽃과 화초, 그리고 본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된 사물의 색깔들을 그림의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이처럼 하연수의 초기작품에서 색이 지니고 있는 성격은 이미 정해진 생각으로 구체화된 하나의 물체색을 눈으로 확인하고 눈으로 전달했던 형상 속의 담긴 물체색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그는 몇 차례의 개인전과 많은 그룹전을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하며 점차 객관적인 상형常形의 감각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그 나름대로 조제한 분채, 석채, 금분, 먹 등을 이용하여 본래의 정해진 물체의 색이 아닌, 색으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색다른 형상들을 그리고 있었다.

하연수_비행-날고싶은,,,,_한지에 석채_100×120cm_2007
하연수_靜2_한지에 석채_25×25cm_2007

이 과정에서 색채와 색채 사이에 선 하 연수는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경험적인 색채논리와 현대적인 색채감각 사이에서 안료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색채감응色彩感應의 작업에 들어섰다. 색채감응의 시도에 접어들면서 그는 먼저 형상과 색조의 단조로움으로 화면을 극대화 시킨 다음, 하나의 색채를 구조적으로 공간에 펼쳐가면서 색이 열리고 닫히는 표현적인 효과에서 색채의 주된 역할을 실험했다. 마치 단색조로 쌓아 올린 구조물의 한 모퉁이에서 빛을 쏘아 올려 그 빛이 번져가는 자리에 색 계단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빛에 의한 색의 반사작용을 보는 듯 한 작업들이다. 이처럼 물체색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그의 생각의 변화는 색과 색 사이에서 시각이 주도하는 감응의 변화와 이를 받아들이는 미감의 심상心象관계를 정리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상물 내면에 담긴 풍부한 생명력을 자신의 색채로 구체화 시키려 했던 이 시기의 주된 작업은 자칫 그 표면색의 변화에 집착하여 많은 공력을 요구하는 칠하는 작업의 한 단면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이러한 위험에서 하연수가 선택한 것은 색채 사이에서 과감히 벗어나 철저히 색채와 하나로 동화되는 색채로 가는 길 이었다.

하연수_深緣_한지에 석채_120×170cm_2007
하연수_浮遊_한지에 석채_90×160cm_2006

작품의 곳곳에서는 그 동안 색을 다루었던 그 만의 독특한 감각이 느껴진다. 문제는 색채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생각과 해석이며 동시에 색채 전반에 대한 생생한 교감이다. 까다롭고 미묘하여 수백 번 칠해도 완전한 답을 얻을 수 없었던 지금까지의 채색작업에서 "완전한 절대성을 감싸고 있는 무한한 변화의 이중성"을 색은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연수는 바로 색의 완전한 절대성, 즉 수천 겹의 변화무쌍한 색채 속에 싸여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초기 작업부터 이루어졌던 먹과의 끈끈한 교감은 절대성과 변화의 조화를 순조롭게 진행시켜 주었고 나아가 그의 작업에서 채색의 다양한 폭을 먹의 절대색감으로 조절하려는 자신의 화법을 터득하였다. 다시 말하면 색 기운의 두께와 폭을 지닌 먹이 오채五彩를 통해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채색작업을 하는 그에게 있어서 먹에 대한 감각은 체험이라기보다는 생활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동안 몰입해왔던 색채란 어떻게 작용하는가? 색채란 어떻게 느껴져야 하는가? 하는 문명적이고 현실적인 의문에서 벗어나 이제 어떠한 정신으로 색채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계기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동양적인 전통의 색채 근원으로부터 새롭게 인식된 이러한 관점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색이 보인다는 체험과 학문적인 고찰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된 셈이다. ■ 유미경

Vol.20070523a | 하연수 동양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