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왕자 이야기

정광민 개인展   2007_0601 ▶ 2007_0604

정광민_장미와 왕자 이야기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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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01_금요일_05:30pm

이형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21번지 인사아트프라자4층 Tel. 02_736_4806

비단길에서 만 난 어린왕자 ● 언젠가 뜬금없이 어린왕자가 어디서 왔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난 이미 어른이다. B612라는 존재 또한 의심하기 시작했으니까. 아무튼 그때 다다른 결론이 어린왕자는 비단길 중에서도 사막길에 사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서양의 사고로는 나올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이 어린왕자의 화자는 사하라 사막이 아니라 고비사막 어디쯤에 불시착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비단길에 가면 나도 어린왕자를 만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비단길에 선다면 나 또한 누군가의 어린왕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생각이 ' 비단길에서 만 난 어린왕자 '란 문구를 만들어 냈다. 한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유희긴 하지만 어쨌든 내 생각을 적절히 들어 낼 수 있는 표현이다.

정광민_어린왕자_합성수지_12×15×50cm_2007
정광민_길들다&길들이다 l 길들이다&길들다_목판화_39×25cm_2007

미술, 혹은 예술이란 낱말은 내겐 화두와 같다. 선문답처럼 누군가 뜬금없이 "네게 예술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현재 나는 '길들임'이란 낱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 할 것이다. 사람마다 낱말을 이해하는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오해의 시작이기 때문에 더욱 망설인다. 내 예술 행위는 화두를 풀어가는 스님들의 행위와 많이 닮아 있다.

정광민_마음여과기 '숨'_슬립 캐스팅_4×4×8cm_2007

그렇기 때문에 현대 미술의 이슈와 맞지 않게 원론적인 질문들로 가득하고 그것을 이미지로 표현한다. 뒤늦게 미술을 내 표현 언어로 선택해서 그런지 전에 쓰던 언어는 남아있다. 그 중 크게 다가오는 것이 철학적 접근이다. 물론 그것이 내게 맞는 언어가 아니란 생각은 하지만 다른 바탕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그 언어를 쓸 수 밖에 없다. 길들임의 과정 없이 예술적 가치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이번작업은 관람자와 나와의 길들임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시된 어린왕자와 마음여과기'숨'을 전시장에서 판매한다.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분양 서류를 작성하게 하고 판매를 한다. 가격은 작품이라기보다는 상품에 가까운 금액을 정한다. 판매되어 생긴 빈자리엔 구매자와 상품이 함께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 놓아둔다.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 진행 된다. 구매자에게 세달 정도 지난 후에 전에 찍은 사진과 함께 현재 그 상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질문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일년에 걸쳐 두 세통에 편지를 보냄으로서 또 다른 가치를 유도한다.

정광민_청소부구함_조용한 꽃 팝니다_합성수지_설치_2007
정광민_길들다_우레탄, 아크릴_3×3×8cm_2007

길들임은 일방적이지 않다. 어느 것을 길들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그것에 길들어 버린다. 장미는 왕자에게 길들여졌지만 곧 왕자를 길들였다. 반대로 왕자는 길들이다가 길들여졌다. 이렇듯 길들임은 주고받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의 위치는 순환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같은 위치에 서려는 순간 그 관계는 벌어진다. ■ 정광민

Vol.20070602c | 정광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