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RED

이세현 회화展   2007_0531 ▶ 2007_0714

이세현_BETWEEN RED 17_린넨에 유채_130×13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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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531_목요일_06:30pm

MIKI WICK KIM Binzstrasse 23 CH-8045 ZURICH Tel. 41_44_451_4040 www.MIKIWICKKIM.com

이세현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고 잊을 수 없는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의 그림이 붉은색 만을 이용한 흰 배경 속에 구축된 단색의 조형이며, 그것에 장대한 파노라마를 연상시키는 동양의 오랜 수묵 풍경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세현의 작품은 관객과 작가의 시점, 기억과 실체의 차이 속에 다른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 관객들이 그 속에서 경험하는, 혹은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유토피아 일 수 있는데, 이세현 작품의 풍경 속의 조그만 암자나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자신을 상상하거나 그 안에서 조용히 차를 즐기며 자연을 감상하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편 동양의 수묵 산수화는 어떤 모순되는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기묘한 풍경 속에서 유희를 즐기려고 하면서, 결코 소유가 불가능한 그 환상 속의 풍경을 소유하고자 하는 충동이다. 때문에 산수 풍경화가 고아한 선비의 서재에 걸려 풍류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유명한 산수화를 소장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어느 장르의 미술품 보다 더 뜨거웠듯이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에 대해 더욱 간절한 소유욕을 가질 수 있다.

이세현_BETWEEN RED 1_린넨에 유채_190×190cm_2006
이세현_BETWEEN RED 2_린넨에 유채_190×190cm_2006

그렇지만 그러한 관객들의 개인적인 소망들과 달리 이세현의 그림은 본인의 기억과 그 기억의 공허한 실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세현의 작품과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그 제작 방법 면에서 유사성이 있는데, 기억을 기초로 시각적 재구성을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안견은 안평대군이 꾼 꿈을 기초로 해서 3일 동안 그림을 그렸고, 이세현은 어렸을 때 자란 고향인 거제도와 부산 앞바다의 풍경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였다. 몽유도원도는 처음부터 실재하지 않는 환상 풍경이나, 꿈 속에서 존재하였기 때문에 그 기억을 통해 재구성 되어질 수 있었다. 이세현이 기억하는 풍경은 그가 살았던 곳으로 존재하기는 하였으나, 현재에는 도시 개발 계획으로 인해 모두 사라지고 그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과 그 풍경은 지금은 전혀 달라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 속의 풍경 역시 현재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풍경의 재구성이다. 더군다나 이세현의 기억 속의 풍경이 현재에 사라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 기억하고 있는 풍경은 그가 오래 전 살았던 그 실제 풍경과 같은 것은 아니다. 기억은 우리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숨쉬고 자라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현이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그 기억은 그가 실제로 살던 풍경과는 멀어졌을 것이다.

이세현_BETWEEN RED 19_린넨에 유채_90×130cm_2007
이세현_BETWEEN RED 21_린넨에 유채_90×130cm_2007

이세현이 유일하게 사용하는 붉은 색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고 기억되기 쉬운 색이다. 붉은 색은 지역이나 문화나 또 개인에 따라 다른 상징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민족에게는 행운의 상징이지만 또 다른 문화에서는 불길한 느낌을 주고, 또한 정열과 힘의 상징인 반면에 패자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세현에게는 그것이 실재와 실재하지 않는 것의 사이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색이면서도, 그가 오래 전 경험한 군사 경계선에서 야간 투시경으로 보았을 때 느끼던 붉은 화면 속의 위험하고 긴장되는 색이기도 하다. 야간 투시경 안의 렌즈를 통해 느꼈던 특별한 풍경의 이상한 침묵과 신비스러움, 그리고 그 속에서의 뭔가 갑작스럽게 불어 닥칠 어떤 암울한 경고 속의 공포와 두려움은 그 붉은 색 속에 모두 응축되었다. 그러나 색이 언제나 개인과 민족에게 상대적이어 왔듯이, 이세현에게 유토피아이며 긴장과 위험 속에 진행되었던 붉은 색은 어떤 이에게는 그들의 개인적인 삶과 기억을 그 풍경 속으로 초대하기 위한 매개가 되는 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세현_BETWEEN RED 22_린넨에 유채_85×130cm_2007
이세현_BETWEEN RED 4, 20, 23_린넨에 유채_40×560cm, 60×300cm, 60×320cm_2006~7

이세현의 그림은 그러한 잊혀져 가고 사라져 가는 한국의 풍경을 붙잡아, 그의 기억과 더불어 덧붙여진 상상력과 함께 선명하고 잊혀지지 않는 풍경으로 재현된 것이다. 빠른 경제 개발이나 불안전한 정치적 상황을 걸러낸 뒤에 실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 존재할 기억 속의 풍경으로 남겨진 것이다. 그것은 풍경이지만 한편 현재의 한국의 모습이며,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 저편에 묻혀진 지난 장소에 대한 이미지이다. 기억이란 늘 거리 속에서 더욱 풍부해지고 어떤 간절함이 실려 있기 때문에, 그의 기억이 한국을 떠난 먼 곳에서 그 자신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더욱 생생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 유은복

Vol.20070605e | 이세현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