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서울미술대전-판화

제22회 서울미술대전   2007_0608 ▶ 2007_0701

2007 서울미술대전-판화展_서울시립미술관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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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08_금요일_05:00pm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장 서울 중구 서소문동 37번지 Tel. 02_2124_8800 www.seoulmoa.org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 ● 『2007 서울미술대전-판화』는 1985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추진해온 초대 전시인『서울미술대전』의 한 줄기이다. 최근 3년 전부터는 기존의 초대형식에서 탈피하고자 공예, 회화, 조각 등 장르별로 집중하여 선보이는 등, 그간 관례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전시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 올해로 22회째를 맞는『서울미술대전』은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던 '판화'부문을 집중 조명해, 최근의 문화예술수요에 부응하고 국내의 우수한 소장 판화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하여 그동안 위축되었던 한국 판화에 활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판화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일반에게 다양한 판화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마련되었다. ● 『2007 서울미술대전-판화』는 먼저,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280여명의 작가들을 후보로 선정한 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시자문위원회의를 거쳐 총47명의 출품 작가들을 확정하였다. 심의과정에서 이번전시의 구성개념이 동시대미술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판화의 가치와 발전추이를 조망해 보고 이슈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초점이 맞혀지면서 일부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은 제외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좀더 진취적인 서울미술대전을 기대해 봄은 물론, 2007년에 부합하는 동시대적 변화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이번 전시는 다양한 판화의 종류 및 기법의 소개 외에도 실험적인 판화를 수용하는 등 작가들에게는 판화의 영역을 새롭게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며, 현대미술의 반응과 현상에 부합하는 다양하고 현대적인 판화작품들이 다수 소개될 것이다. 또한 판화기법에 기초한 흔적(print)의 의미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미학적 논의에 빗대어 다각도에서 바라보고자 준비하였다.

고자영_새-꽃_석판화_60×80cm_2004
김수연_red pollution 1_사진판화-PS Plate_40×88cm

판화의 영역에 관하여... ● 이번 전시의 주된 관점은 판화의 영역을 가늠해 보는 일이다. 우선 빈번히 거론되는 판화의 조형적 해석의 견해차를 뒤로하고 '찍는다'는 해석과 '복수제작'이라는 문제를 판화형식의 주된 개념으로 해석해 볼 때, 어쩌면 판화의 확산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창작의 세계가 무한하다면 판화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 또한 작가들의 해석과 생산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으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의 발달과 지금의 미술환경에서 이러한 문제 제기가 비단 판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요즘같이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환경 속에서 혹 미술 창작의 가능성을 장르별로 제한한다면, 일부 작가들은 어떠한 자리에도 서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나 작가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작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표현방법을 선택하느냐 일 것이다. 판화 작가들에게 있어 자유로운 재료의 선택과 표현방법을 작가의 주된 과제이자 작가만의 영역이라고 볼 때 판화라는 개념이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야기하지만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충되어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내용의 것이다. 다시 말해 판화의 표현방법은 확대되고 재생산되어야 할 판화영역으로의 또는 판화영역에서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판화전시 때마다 거론되는 판화의 개념, 판화의 형식, 판화의 재해석 등에 대한 논점을 뒤로하고 지금부터는 전시에 추천된 47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구분지어 전시장에 배치, 구성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보았다. 우선, 이번 전시는 미술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판화의 개념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주제와 방법을 구사하는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기법과 재료에 의한 구분이 아닌 2007년도에 부합하는 동시대적 변화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서울미술대전의 취지에 걸맞게 작가들의 작품성향을 고려한 해석을 해보려고 한다.

김종환_Wild World-Color Man VS New Man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7

이번 전시의 내용을 정리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라는 작은 타이틀로 작가들의 주된 관심사를 고려해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찍어내고 새기는 판화(Prints, Printmaking)의 의미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흔적(영:print, trace, 독:Spur, 불:empreinte)」이라는 모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남겨지는 촉각적인 느낌의 단어를 택했다. 또한 행위 후에 결과를 내포하는 흔적의 의미를 존재론적 의미에서도 살펴볼 수 있겠으며,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흔적의 의미가 사물로 전이되어 소개되어지는 작품들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겠다. ● 우선,「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I - 「물질과 환영」이라는 주제로 석판이나 동판 같은 재판술 외에도 판으로 찍기, 긁기나 캐스팅과 같이 판화의 기법을 고려한 작가들,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하는 것만이 아닌 판화매체 즉, 재료와 기법에 충실하거나 발전시켜 물질을 통한 조형의 미를 강조하는 작가들을 먼저 소개하고자 했다. 이어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Ⅱ - 사물의 유희 그리고 기억」의 파트에서는 형상(사물의 이미지)을 갖추고 있으면서 기법에 영향을 주는 소재를 찾아내 작품에 연계시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복수와 복제 생산이라는 개념을 가진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Ⅲ - 내레이션」에서는 작품의 내용을 부각시킨 판화들로 작가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를 거론하며 관계되어지는 이야기, 우리 인간사의 기억들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들을 소개할 것이다.

김현숙_C[1].P & Key Plamodel_플라스틱 캐스팅_78×58×2.5cm_2002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 Ⅰ- 물질과 환영 ● 앵포르멜에 관한 프랑스의 철학자 데리다의 견해는 재현적 환영이 아닌 물질적 바탕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이 말은 형태가 없는 그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재료가 지니는 속성을 감각적으로 느낄 때 가능한 것으로 해석한데서 비롯된다. 지각으로 인지된 재현이 아닌 우연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에 가치를 둔 내용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한 몇몇 작가들이 그러하다. ● 신수진은 판화 매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판의 표면, 그리고 그것의 질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흔적, 판과 종이가 물리적으로 빚어내는 과정에 의한 흔적을 시간 속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촉각적이고 존재적인 면을 강조한다. 바위의 탁본과 녹슨 쇠못에 긁힌 자국처럼 화면 위의 흔적은 작가 이은진에게 역시, 흔적을 통한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키게 된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자신의 모습과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자화상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심리적으로 인식되어지는 물질세계의 개별적인 존재의 의미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작가의 원초적인 행위이자 상징으로 해석되어진다.

김홍식_In the street 1_스테인리스 스틸에 양각_80×80cm×4_2006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곽나실은 지각할 수 있는 것과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지는 형상에 의미를 갖고 작품을 대한다. 이러한 시도는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떠오르는 상념과도 같이, 유리판을 사용해 우연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물질세계의 탐구이자 흔적을 남기고자하는 존재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공간의 여백까지 작품의 일부로 포함하여 완성하는 정헌조는 평면작업 내에서 실험과 확장을 통한 다양성을 시도한다. 특히 프레스에 의해서 작품의 크기가 제한되는 판화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으며 단순한 이미지를 통해 정제된 미를 추구하고자 했다. 이렇게 공간성을 부여받은 작품은 작품을 관찰하는 위치에 따라서 그 느낌을 달리하게 된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조각 작품을 관찰할 때 로잘린 크라우스가 보여주었던 지각의 현상학의 한 예라고 하겠다.

방인희_hooded jacket_디지털프린트, 콜라그래프_140×105cm_2007

임정은은 유리에 빛을 투과시켜 규칙적이거나 불규칙적인 형상을 만들고 판유리에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하고 유리에칭 기법으로 만들어진 면들은 빛의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형상을 자아낸다. 유리에 빛이 투과되면서 만들어지는 착시효과는 지속적인 형상의 변화를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시도는 '광학적 형상 속의 유희'와 같이 다채로운 시각적 유희를 경험하게 해준다. 회화, 조각, 판화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우윤정의 작업은 캔버스 질감의 종이에 컬러 프린트하고 그 위에 실리콘을 덮어씌운 것으로 단색조의 화면을 구성한다. 단색조의 작품은 색채가 주는 인상을 매개로 감상자에게 체험의 숭고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 이혜영에게 오래된 천 조각이나 옷은 작업의 모티프로서 우리네의 일상적인 부속물에 대한 집착과 기억 그리고 끊임없이 생산되고 버려지는 실체의 공허함을 전하고 있으며, 동시에 시간의 흐름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채취나 흔적은 존재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게 된다. ● 백승관의 작품의 배경은 현실적 외관의 재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징에 의미를 두고 작업에 임하고 있으며, 최용은 이미지를 거부하고 조형의 기본인 선과 면만을 강조함으로써 의식에 구속되는 것을 경계하는 자연스럽고 우연적 효과로 감각적인 형상을 만들어 낸다.

배남경_소녀_목판화_115.5×159.7cm_2005

다음으로 소개하는 작가들은 자연적인 이미지, 동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물질적인 요인을 부각시킴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판화 고유의 기법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다. ● 고자영의 작품 소재는 식물과 정원으로, 인공적인 정원은 작가에게 세상의 축소판으로 비유된다. 연약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식물은 작가자신을 닮아 있으며,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판화와 해먹기법의 석판화, 디지털 프린트 등의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대량생산의 판화가 아닌 판화특유의 예술적 장르 속에서 머물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희선의 작업은 판화의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바다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특히 색과 자연스러운 선들의 조화는 형태를 더욱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변모시켜 조형의 미를 부각시키게 된다. 김정영의 작품은 평소 자주 걷는 산책로나 도시 그늘아래서 이미지들을 채취해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형, 단순화 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부분을 작품에 표현하는 이승아는 목판화의 기법을 이용해 혼돈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동물을 소재로 취하는 김미로는 석판이나 동판으로 찍은 후, 찍힌 이미지들을 다시 겹치거나 오려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윤유진은 무의미하게 느낄 수 있는 혹은 소외된 것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사물을 의인화하게 된다. 김제민의 작업은 식물을 소재로 작가의 자화상인 동시에 식물을 의인화해 사회의 제도나 관습에 비유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박혜원의 작품은 하늘로 상승하듯 뾰족한 원뿔의 형태로써, 고대이집트와 중세의 고딕성당과도 같이 염원을 담은 형상으로 절대를 향한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종만은 나무 이미지로 기쁨을 전하고자, '물기'와 '달'을 주제로 생명의 원천과 고독을 떠올리고자 했으며, 생명의 의지를 실현하려는 듯 율동적인 나무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경희는 목구목판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판을 제작하고 삶의 흔적들을 중첩하듯 판에 새겨 색이 쌓인 형태(형상)를 이루게 된다. 자연물의 하나인 나무와 그 이미지를 통해 하원은 실재와 가상을 넘나들며 작품마다 제각기 다른 새로운 조형적인 표현들을 시도하고 있다.

성태진_나의 일그러진 영웅_라인에칭, 아콰틴트_25×15cm_2005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 Ⅱ - 사물의 유희 그리고 흔적"우리는 사물과 그것의 신화에서 벗어나기를 사이에 두고 그 전부를 되돌리기에는 무력하기에 끊임없이 항해한다. : 만약 우리가 사물을 꿰뚫는다면 우리는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고, 만약 우리가 그것의 무게를 그렇게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것에 속은 체 되돌려준다." ■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 플라모델을 만들고 그 플라모델을 가지고 다시 조합해 내는 작업은 작가 김현숙에게 있어 하나의 놀이이자 일이고 생활이다. 현대사회의 생산품인 플라모델은 복제생산이 가능한 기성품과도 같이 반복성을 드러내고, 작가에게 있어 플라모델은 일상적인 오브제들의 조합으로 다양한 구성의 새로운 세트를 요구하게 되는 특수성을 부여하게 된다. 이는 다시금 새로운 조립품 세트를 마련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관람객 또한 구매자와 같이 새로운 플라모델의 전시를 요구하리라고 본다. 오연화는 일상적인 공간을 떠낸다. 공간 속에 베여있는 시간, 시간은 또한 공간으로 인해 그 실체를 얻는다. 이는 반복되어지는 일상과 자기반성적인 학습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유희경은 각종 인쇄물에서 소재를 차용한다. 인쇄물을 카피하고 그 위에 드로잉을 하고 해체해서 다시 조합하고 확대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대형화된 이미지 출력물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작가에게 있어 판화와 근본적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서희선_Mercy-Blue_석판화, 혼합재료_180×180cm_2004

정명국은 판화라는 본질적인 요소와 수공적인 노력을 통한 재현의 방법을 통해 전자오락게임의 이미지를 차용한 스텐실기법의 판화를 선보인다. 최성원의 사물의 겉과 속이 겹쳐지거나 검은 양복 주머니의 안감을 통해서 생선과 야채의 내부를 드러내는 등의 작업으로 은밀하면서 학습적이고 해부학적이기까지 한 작가의 시도는 해학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내면의 흔적을 외부로 들어내는 카타르시스(정화)적 방법으로 위트 있게 표현하고 있다. 방인희는 옷을 소재로 한다. 본인이 입었을 법한 재킷이나 셔츠, 스커트 등은 몸에 각인된 체취와 흔적으로 시간을 통해 축적되어진 존재의 의미를 나타내기에 자연스럽다. 백화점에 진열된 기성복 등의 상품적 가치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통해 축적되어진 자신의 정체성이자 내면의 정서를 외부에 들어내는 존재방식으로 흥미롭다고 하겠다. ● 정은아는 사물에 대한 기억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발견되어지는 소소한 사물의 이미지를 판에 그리고, 붙이고, 긋고, 찍는 작업등의 수작업으로 노동의 공정아래 축적되어지는 과정을 중시하면서 복합적인 판화의 기법을 통해 회화와 판화의 중립에 있는 독특한 작품을 연출해 낸다. 이서미는 '새'라는 단어를 통해 날아다니는 '새'와 새로운 의미의 '새'의 합성어로 자전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일명 "새서미"는 다양한 모습으로 작가가 만든 무대에 세워진 자신인 동시에 타인이고 일상의 은유적인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보람은 반복적인 행위 즉, 본을 떠서 바느질하기, 종이 오리기, 태우기, 붙이기 등의 방법을 판화의 복수적인 의미와 동일시하고, 판화적 기법으로 해석한다. 또한 나와 너, 내부와 외부의 세계를 관계 맺는 내용으로 재미있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조정성은 판화라는 매체 형식으로 순차적이고 반복적인 판으로써의 개념인 프레임을 이어 붙여서 영상으로 작업하기도 하는데 특히 작가는 몸(신체)의 내부 이미지들을 상상하면서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과 물리적 작용에 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디지털 이미지 속의 용기(Bottle-병)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상징하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문화에 걸맞은 아이콘을 제안하게 된다. ● 작가들의 사물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이를 해체하려는 시도는 롤란 바르츠의 제안처럼 사물을 꿰뚫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상징적으론 사회적 규율과 규범의 의미 앞에서 조작되어질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해체하거나 펼쳐버릴 것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우리인간은 사회와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고자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노력은 창작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가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러한 매력을 작품을 통해서 발견하게 된다.

이주학_꿈의공간 XXl_리노컷_39×23cm_2004

판화, 그 흔적을 찾아서 Ⅲ - 내레이션 ● 이번 섹션에서는 인간사의 주된 내용이자 인간관계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판화기법과 다른 매체와의 접목을 통해 다양한 판화를 보여주고자 시도하는 장양희는 구체적인 표정을 배제한, 개성이 무시된 익명의 사람들을 만든다. 결국 이 익명의 얼굴들은 타인으로 대변되며 동시에 우리 모두를 포함하는 자화상으로 표현되어진다. 한지와 한국화 물감을 사용하는 목판화기법으로 배남경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삶의 단편적인 순간을 표현함에 있어 불안, 희망, 유대, 상실감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내포한 실존적인 장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답하는 작가 김영훈은 삶의 무게를 위로받거나 고백하는 심정으로 작품에 임한다고 할 수 있겠고, 인간존재에 관심이 많은 한경화의 작품에서는 이중적이고 부조리한 삶 속에서 우유부단한 주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와도 같이 현대인의 심리를 묘사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을 통한 순수함과 애정을 가지고 가족의 소중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 김혜균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삶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이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홍인숙 역시 가족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 특히「겸손한 피눈물」은 아버지에게 바치는 사부곡이라고 하는데, 한지 위에 먹지로 그리고 종이로 찍는 기법은 어쩌면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기억하고자하는, 허나 잊혀진 존재에 대한 애착과도 같겠다.

임정은_Multiple existence 06 Dec 2006_유리에 샌드 블래스트, 거울_38×37×7cm_2006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으로 어느 부분은 작가들의 의도가 독단적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인간은 사회에서 길들여지고 작가도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내면에 비쳐진 사회의 모습을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표현하고 설명하는데 이러한 관점을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 성태진은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팝아트적 성향을 표출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재조명 받고 있는 만화영화의 주인공 '태권Ⅴ'를 소재로「나의 일그러진 영웅」,「마징가의 역습」,「태권Ⅴ의 귀환」등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작가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태권Ⅴ는 작가에게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진 유년기의 욕망과도 같지만 동시에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현사회를 꼬집는 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심진섭의 판화는 개인적인 것들, 특히 작가자신을 고의적이고 과장되게 부풀려 그린다. 이러한 시도는 차가운 사회적 반응에 대응하고 작가 자신의 열등감을 이겨내는 방편이자 유머이고 위트로 해석된다. 김종환은 'New Man'과 'Color Man'을 작품속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중매체에 길들여진 요즘세상과 이런 사회를 변화시키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는 풍자적으로 작품에 재미를 부여한다. 이정석은 타향살이에서 겪은 고독한 삶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특히 석판화를 작가의 주된 표현매체로 사용하는데 꼭 먹으로 그린 것과 같이 부드럽지만 어두운 색으로 표현되어지는 작품은 작가가 남길 수 있는 고민과 고독의 흔적이자 표현으로 해석되어진다.

정은아_Your Beautiful Face_콜라그래프_100×140cm_2007

실제와 가상,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로써 정희경은 유리와 금속의 표면을 뚫고 일상과 중첩되어 펼쳐지는 푸른 하늘은 꿈의 공간이자 통로로 소개되어진다. 이어, 이주학의 작품은 바다와 하늘, 우주와 도시, 구름 속의 집, 하늘과 땅이 동시에 펼쳐지는, 꿈속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비정형의 이미지들을 소개하는 함영훈 역시, 무의식의 세계를 연출하는데 다양한 형상들과 표면에 긁힌 자국을 만들어 생의 다양함을 색과 선, 형상 등으로 가득 채우고자 했다. ● 심리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던 신승균은 최근 소나무의 형상을 통해 인간의 몸짓, 나무의 외침, 자연의 고귀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구의 온난화와 산업화로 오염된 지구의 풍경을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한 김수연은 온실가스로 뒤덮인 세계를 붉은색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최성욱은 일상 속의 풍경을 유희적 감성으로 이미지를 중첩시켜 다양한 이미지, 현란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김홍식은 부식된 판을 종이에 찍는 기법이 아닌 부식시켜 얻어낸 판 자체가 작품이다. 특히 내용적인 면에서 '군중 속의 고독', 이방인에서 시작한 너와 나의 관계, 자아와 타자의 간극을 판(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다가서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헌조_Untitled_종이위에 동판화, 금강사_각 49×49cm_2004

판화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그 매체의 다양성과 가능성에 놀라면서 빠르게 전시를 준비해야 하는 최근 상황은 숨 가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특히 47명의 작품 135점을 3개의 맥락으로 분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작가의 정신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었고, 이해를 위한 맥락에서 출발한 전시구성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기위한 시도라고 믿었기에 감행할 수 있었다. 작가들은 한 맥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을 넘나들면서 흔적을 남기며, 그럴 수 있을 때 비로소 창작은 자유롭고 새로운 영토로 확장되어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작가들의 그칠 줄 모르는 예술을 향한 열정과 의지는 이번 판화전시를 통해서도 잘 나타났다고 믿으며, 표현방법은 제각기 다르지만 현대판화의 경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서울시립미술관

Vol.20070610b | 2007 서울미술대전-판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