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의 사정

송진화_설총식展   2007_0607 ▶ 2007_0711

송진화_설총식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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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07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9:30pm

갤러리 잔다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02_323_4155 www.zandari.com

사정. 이러한 사정이 있다. ● 최근 몇 년간 국내 미술계에는 영 아티스트 열풍이 불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듯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여러 국제 아트 페어에서 선전을 하고 있음은 물론 일찌감치 솔드 아웃이라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과 홍콩 등의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 앞에서 경매 팻말이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며 추정가의 몇 배에 이르는 경쾌한 망치 소리가 들려온다. 해외에서의 이러한 성과들은 국내의 콜렉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의 관심이 소위 블루칩 작가들에게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옮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상에 부합하듯 미술관과 갤러리, 여러 기관과 단체들에서는 영 아티스트 공모와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개설하고 있으며 갤러리들은 앞다투어 영 아티스트들의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젊은 작가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발굴 및 지원은 미술계 발전을 위한 당연한 모습이다. 다만 영 아티스트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우리가 다소 소원했던 것은 아닌지.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송진화_노고_혼합재료_25×20×3cm_2006
설총식_자리만들기-눈치보는이_합성수지에 아크릴 페인팅_80×80×60cm_2004

중년이라는 40줄의 나이에 들어섰다. 작가라는 불리는 본인의 타이틀 앞에 젊은의 형용사엔 민망하고 원로는 거부하고 싶으며, 중견의 수식어는 부담스럽다. 그들이 젊은 작가였을 때는 지금의 원로들이 우선이었고 이제쯤 우리의 차례인가 싶었던 중년의 작가들의 자리는 지금의 젊은 작가들의 차지다. 한국에서 중년의 작가들은 외로운 듯 하다. 젊은 작가는 발굴해야 하는 대상이고 노장의 작가들은 어른의 대접을 받는 이들이다. 그 사이에 낀 그들! 그리고 그 사정!! 아름답게 나이 먹고 작업 잘하는 그들의 사정을 들어본다.

송진화_살아내기_나무_13×20×15cm_2006
송진화_살아내기_나무_8×39×15cm_2006
송진화_자살의 방법 일곱가지_설치이미지

그 여자, 등짐을 지고 살. 아. 내. 다. ● 한 줄 한 줄 속 깊이 새겨진 나이테만큼 세월을 가슴에 새긴 그 여자의 이야기가 버려지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나무토막들을 통해 태어난다. 바닥에서 천장에서 벽에서 그리고 모서리에서 전시장 곳곳에서 등장하는 가늘게 찢어진 두 눈에 굳게 다문 입, 두상에 찰싹 달라붙은 머리칼과 길게 늘어진 원피스를 입은 고집스러운 여자와 목과 등에 매달리고 머리 위에 올라선 그녀에게 꼭 붙어있는 흰둥이는 작가와 작업이라는 그녀의 친구를 형상화 한 듯하다. 그 여자 송진화는 작가로 한 아이의 어머니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심정을 나무에 깎고 새기기를 반복해 나간다. ● 입에는 칼을 물고 머리에는 꽃을 달고 칼끝에 서있는 여자, 기어오르는 벽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여자,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뻗어있는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여자 그리고 여전히 그녀의 등에 힘겹게 매달려있는 흰둥이의 모습이 앙증맞고 익살스럽지만 그저 마냥 웃기에는 가슴 한 켠이 먹먹하다. 이는 때로는 머리에 꽃을 꽂고 미친 척 춤을 추기도, 입에 칼을 물 듯 이를 악물고, 불안정하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끊임없이 오르고 버텨내는 마치 우리네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듯 하기 때문일 것이다. ●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고 등에 딱 붙어 있는 거북이 등 껍질 같은 무겁고 버거운 등짐이었다가도 그 안에서 쉬고 위로 받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그러한 동반자. 그 여자에게 작업은 그리고 예술은 등짐과 같고 그 여자의 사정은 그렇게 살.아.내.는. 심리적 불안 상태의 연속이다.

설총식_Artist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45×25×20cm_2005
설총식_집시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30×15×45cm_2007
설총식_그 여자, 그 남자의 사정展_갤러리 잔다리_2007

그 남자, 가면을 쓰고 변. 신. 하. 다 ● 그 남자, 이 시대에 작가는 어떤 위치에 어떤 자리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철 따라 이동하는 제비처럼 줄을 서야 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로 날쌔게 움직여야 할까, 주인을 따르는 충견처럼 돈과 권력에 충성을 해야 할까, 어렵사리 얻은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복지부동의 두꺼비처럼 꿈쩍하지 않아야 할 수도 또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재주 넘는 이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손안에 가진 것은 하나 없고 한 쾌에 꿰인 말린 명태처럼 그렇게 서로 엇비슷한 여러 작가들 중 하나로 소리 없이 묻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 물 찬 제비로, 충성심 가득한 개로, 탐욕스런 두꺼비로, 재주 넘는 원숭이로, 줄줄이 꿰인 말린 명태로 희화된 한 눈에 알아보게 되는 전시장에 들어 찬 인간 군상의 모습들에 그리고 추함과 아름다움을 가려서 바라볼 듯한 그 큰 눈과 아름다운 것을 척척 만들어낼 듯한 커다란 손을 가진 올빼미의 가면을 쓴 예술가인 그 남자가 풀어낸 그 명쾌한 우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그 남자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타협하기도 하고 끊임없는 고민에 방황하고 작업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과 타협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 자리에서 그 위치에서 그 상황에서 이 남자는 가면을 쓴다. 그리고 변.신.한.다. ● 살아내기와 변신하기를 반복하며 중년의 작가로 살아가는 등짐을 짊어진 자그마한 그 여자와 동물들의 가면을 쓴 변신한 그 남자가 전시장 여기저기에 토로한 그들의 같은 듯 다른 사정이 엮어낸 삶의 철학이 녹아있고 촌철로 폐부를 찌르는 명쾌한 위트가 묻어 나오는 그들의 작업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우리를 놀라게 하고 웃게 하며 재미에 빠져들게 하는 전시장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숨어있고 매달려 있고 우리를 바라보는 그 여자와 그 남자의 모습은 어쩌면 바로 과거의 원로작가들, 지금의 젊은 작가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 송희정

Vol.20070612b | 그 여자, 그 남자의 사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