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xymoron

김지민 개인展   2007_0616 ▶ 2007_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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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15_금요일_05:00pm

김진혜 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Tel. 02_725_6751 www.kimjinhyegallery.com

김지민의 진지한 놀이 ● 의류에 부착되는 라벨(label)들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는 김지민은 명품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제품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제품을 넘어 그 브랜드 자체를 음미하고 즐기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제일 좋아하는 것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라벨들을 들여다보는 것으로서, 라벨에는 그것이 부착된 옷 한 벌의 가치를 넘어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세계 자체가 담겨있다라는 생각을 했더란다. 그러던 어느 순간 김지민은 상품의 가치를 드러내고 소비 욕망을 자극하던 화려한 라벨들의 뒷면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것이 단지 씨실과 날실의 교차로 만들어진 단순한 천 쪼가리였음을 발견하면서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느꼈던 이러한 감각을 작업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The Fan」시리즈이다.

김지민_The Oxymoron_Label 설치_2007

「The Fan」시리즈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라벨의 뒷면을 동심원으로 이어나가 마치 미니멀 작업과도 같은 커다란 부채(fan) 모양 혹은 타깃(target) 모양의 미술작품으로 변신시키고 이와 동시에 라벨이 만들어내는 상징적이고 표상적인 세계를 지워내는 작업이다.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다시 재 조합된 라벨들은 이제 더 이상 브랜드에 열광하는 팬(fan)들의 타깃이 아니라 김지민의 손에 의해 부채 모양을 한 미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비판적인 사유를 드러내는「The Fan」시리즈는 이러한 진지함 이외에도 언어가 지니고 있는 다의성을 바탕으로 언어유희를 재치있게 드러내고 있다. 라벨에 열광하는 소비자 즉 라벨 팬(label fan)과 작품의 형태로 드러나는 라벨 부채(label fan)가 동음이의(同音異義)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당시의 이러한 조합이 우연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전시의 타이틀「Oxymoron」은 작가가 이처럼 이중적인 표현에 관심을 갖고 또한 즐기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지민_The Oxymoron_Label 설치_2007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작업의 주제인 Oxymoron은 모순어법 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날카로운(sharp)'을 의미하는 oxy와 무딘(dull)을 뜻하는 moros가 합쳐진 단어이다. 그러므로 Oxymoron은 sharp dull(날카롭게 무딘)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모순된 어휘를 뜻하며, sweet sorrow(감미로운 비애), open secret(공공연한 비밀),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이처럼 Oxymoron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표현 즉,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서로 합쳐지면서 만들어내는 이중적이면서도 새로운 상황을 김지민은 작품으로 풀어간다. ●「Oxymoron」은「The Fan」시리즈와는 달리 작업의 표현방식과 작품의 형태에 커다란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The Fan」시리즈가 라벨의 뒷면만으로 구성되어 기하학적 오브제의 형태로 제작된 것에 반해「Oxymoron」은 라벨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이용하여 구상적인 형태(물고기의 형상)로 제작 되었다. 병풍구조를 지닌「Oxymoron」은 병풍의 앞 뒤 모두에서 물고기 형상의 동일한 윤곽선을 보여주고 있지만, 라벨의 앞면과 뒷면에서 보여지는 차이만큼이나 각기 다른 표면을 병풍의 앞, 뒷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 이처럼 라벨의 앞면과 뒷면이 한 작품에서 동시에 만나 물고기라는 새로운 형상으로 표현된「Oxymoron」은 각기 상반된 단어가 모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모순어법 의 구조와 유사한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라벨의 앞, 뒷면을 한 화면에 풀어내어 즉각적으로 인식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공간을 가로질러 작품의 다른 한 면을 찾아가는 수고를 경험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은「The Fan」시리즈와 연결되어 그동안 숨겨졌던 라벨의 이면이「Oxymoron」에 도달해서야 그 정체를 들어내는 극적인 연출효과를 더해준다.

김지민_The Oxymoron_Label 설치_2007

이상의 짧은 단서를 통해 살펴볼 때, 이번 전시에서 김지민이 추구하는 것은 라벨이라는 소재가 지닌 사회적 함의를 조심스럽게 드러냄과 동시에, 라벨이 지닌 상반된 물리적 표면의 아이러니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미술작품)를 만들어 내는 재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좀 더 간단히 그리고 oxymoron 스타일로 정리하자면, 진지한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놀이 즉「진지한 놀이」가 현재 김지민이 추구하고 있는 작업세계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던져 본다. ■ 김승권

Vol.20070616b | 김지민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