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xed girl

방은겸 회화展   2007_0616 ▶ 2007_0704

방은겸_The Mixed girl展_대안공간 미끌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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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16_토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_2007_0623_토요일_03:00pm

문예진흥기금 선정 사업「Who Are the Freshmen?」다섯 번째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0-17번지 우남빌딩 2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뒤죽박죽, 알록달록, 각양각색으로 버무려진 만년소녀. 그녀의 이름은 The Mixed Girl이다. 그녀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녀에게 야생소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옷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굳이 왜 입고 다녀야 하는지 도통 납득이 가지 않던 그녀는 발가벗은 몸으로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기를 좋아했고,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도 그녀는 한 겨울에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가벼운 재킷 차림으로도 시원하다! 고 외친다. 엄마가 주는 100원짜리 동전을 모아 다른 아이들이 과자를 사먹던 시절에도, 동네 문방구를 섭렵하며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하나씩 모아 자기만의 은밀한 보물창고를 채워나가며 흡족한 미소를 짓던 그녀. 이 짓궂고도 사랑스러운 야생소녀가 어른이 되었다. 그리 파란만장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평탄하지 만도 않았던 그녀 생의 지도를 거슬러올라가다 보니, 좋든 싫든 언제나 그녀 곁에 함께 해온 친구는 바로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의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이 전문가용 아크릴 물감과 빳빳한 캔버스로 변신하긴 했지만, 그림 그리기에 과연 전문가가 따로 있긴 한 건지는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어른이 된 지금,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 정글이고, 매일 매일이 즐거운 일들로 채워져 있지는 않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누구보다 자유롭게 세상을 경험하고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이라는 친구가 있질 않은가. 그럼 지금부터 그녀가 야생소녀라는 유년기의 별명에서 The Mixed Girl이라는 타이틀로 성장, 변신하기까지 그녀 곁을 지켜온 그림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기로 하자.

방은겸_The Mixed girl展_대안공간 미끌_2007
방은겸_냉정과 열정 사이_혼합재료_116×90cm_2007

자신의 그림 속에서 그녀는 아주 투명한 신체를 지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투명한 신체는 상황에 따라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자신을 위장하는 카멜레온보다도 더욱 흥미롭고 거침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녀의 투명한 신체는 세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물과 동물, 식물들의 형태와 색깔을 마음껏 흡수하고, 변형시켜 자신이 처한 공간과 자기 자신의 신체 위에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발생시키고,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방은겸의 작품을 보면서 이렇듯 그녀의 투명한 신체가 세계에 가한 일련의 변화와 사건들 속에서 유쾌하고 짜릿한 이미지와 생경하지만 살아있는 내러티브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잘 알려진 마르께스의 소설이나,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마술보다 더욱 마술 같은 일상, 기이하게 왜곡되어 있지만 한편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규정 불가능한 현실 세계의 미학이 방은겸의 그림 속에서도 생생히 그려지는 것이다. 외부세계와 자아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방은겸_The mixed girl_혼합재료_116×91cm_2007 방은겸_도전미인_혼합재료_160×120cm_2007
방은겸_루비똥 in girl_혼합재료_60×79cm_2007

붓과 물감을 들고 떠난 상상의 여행길에서 이제 그녀의 투명한 신체는 더 이상 투명하지 않다. 다양한 세상 경험 속에서 그녀 자신이 세상을 뒤흔든 만큼이나 자신의 투명한 신체 역시 뒤죽박죽, 알록달록, 각양각색의 형태와 색으로 믹스된 것이다. 그러나 알록달록한 색채로 가득 찬 그녀의 신체가 이제 변질되어 더 이상 투명한 첫 마음을 잃은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위장하는 것에 머무는 외로운 카멜레온이나, 남몰래 세상을 쏘다니는 얄궂은 투명인간에의 욕망에 비한다면 투명하지만 스폰지와 같이 살아 숨쉬며 세상을 흡수하고 교우하는 그녀의 활약은 훨씬 대견하고 용기 있는 그 무엇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에 인과 관계가 전혀 없는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그 안에 자신의 신체를 믹스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계를 지배하고, 관념화시키는 질서 정연한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새로운 이미지를 들여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병폐로 물든 질서를 뒤흔드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 이미 권위를 획득한 권력과 자본의 논리가 그녀의 그림 그리기만으로 얼마나 무참히 깨질 수 있을까. 하지만 명품으로 치장된 똥(「루비 똥 in girl, 2006-2007」)과 깨어지기 쉬운 수박 위에서 당당하고 신나게 훌라우프를 돌리는 뚱뚱한 여성(「도전 미인, 2006-2007」)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우리는 적어도 고된 세상살이를 잠시나마 잊고 유쾌, 통쾌한 기분으로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

방은겸_The Mixed girl展_대안공간 미끌_2007
방은겸_The Mixed girl展_대안공간 미끌_2007

태초에 인간은 벌거벗은 육신으로 세상과 만났다. 그리고 한 개인의 탄생이 거대한 세계에 얼마만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나고 죽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인간 무리 속에서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에 힘을 쏟으며 살아가야 할까? 누구처럼 잘생겼으면, 누구처럼 돈이 많았으면, 누구처럼 힘이 셌으면, 누구처럼 유명해졌으면.. . 하지만 아니, 아니다. 다른 어느 것도 아닌 내 자신이 되는 것. 그 자신을 세상이라는 놀이터에 자유롭게 내어놓되, 소중한 내 자신의 작은 장기들이 세상에 부디 긍정적인 영향들을 미치고, 나 또한 그 놀이터에서 되도록 많은 즐거움과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 그것이 우리의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The Mixed Girl. 그 자신이 무엇, 무엇이 되었으면. 이라는 수많은 콤플렉스로부터 기인한 작업이라고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기를 겁내지 않고 용기 있게 실행하는 방은겸의 세상 여행이 담긴 그림 속에서 오늘은 또 무슨 사건과 이야기가 벌어질까, 사뭇 궁금하고 기대된다. ■ 유희원

Vol.20070616d | 방은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