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선 회화展

2007_0614 ▶ 2007_0627

차규선_소요의 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200×180cm_2007

초대일시_2007_0614_목요일_06:00pm

갤러리 맥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10-14번지 웰컴하우스 2층 Tel. 051_744_2665

우연성의 토대 위에 펼쳐진 단아한 역동성 ● 차규선은 주요 매체로서 흙을 도입하는 등 재료, 기법적 실험을 지속해온 작가다. 나아가 그 같은 매체적 실험을 통해 작가는 궁극적으로 즉시적인 우연성을 강조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에 있어서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작가는 이미 그와 같은 도식적 분류로부터 벗어나 '다채로운 형식적 수단을 곧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단 자체'로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규선_소요의 숲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116×90cm_2007
차규선_매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116×90cm_2007
차규선_4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70×162cm_2007

작업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먼저 분청토나 백자토 등의 흙이 고착된 캔버스 위에 흰 물감을 흩뿌리거나 바른다. 다음으로 붓, 나뭇가지, 조각용 주걱 등을 사용하거나 물을 이용한 번짐 효과로써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특정 형상을 구현한다. 작가는 이렇듯 흙이라는 일차적 매체에 즉시적 우연성(실제 작업과정에 있어서 고도의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이라는 기법적 실험을 조화시킴으로써 분청자나 백자의 투박함과 단아함의 어우러짐이라는 전통도자 특유의 은근한 맛을 현대회화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이는 우연의 결과가 아닌 치밀하게 연구되고 계산된 것으로서 작품의 조형적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화면을 가득 채운 소담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풍경 역시 사생과 임의적 구성을 병행하며 실제와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아울러 그에게 있어 예술적 영감의 우물인 자연은 작업의 뼈대를 이룬다. 주로 설경을 연상케 하는 그의 화면은 안온하게 잠겨 있는 설산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면으로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필선의 궤적들은 거친 듯 유려하며, 유연한 듯 견고하다.

차규선_폭포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227×181cm_2007
차규선_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100×225cm_2007
차규선_景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도자흙_181×227cm_2007

다원성과 다매체를 주요 표제로 삼고 있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차용(borrowing)과 전용(diversion)은 그 중심 전략의 하나다. 롤랑 바르트는 일찍이 '저자의 죽음'을 선언하며 상호 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그 논거로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개념이 함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절대적 창의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창의성이란 그것의 절대성을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쌓아온 돌담 위에 작은 돌 하나를 더하는 데 있다. 차규선의 작업에는 다양한 회화적 기법과 장르적 양상이 혼재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실 다양성의 혼융이라는 차원에서만 본다면 그의 작업은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다. 단지 동시대 유행적 경향의 하나라는 일반적 흐름에 편입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결코 그와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돌 하나를 빚어내고 있다. 한국적 미의 정서를 이반하지 않으면서도 고루하지 않게 그 미학적 뿌리를 올곧게 현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시적 우연성과 단아한 역동성이라는 미적 성취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이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우직한 정공법을 선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성취다. ■ 윤두현

Vol.20070619b | 차규선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