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

Scene and the Unseen   2007_0627 ▶ 2006_0715

윤영혜_eating flower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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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627_수요일_05:00pm

김봄_김선미_윤영혜_이우림

갤러리 쌈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내 아랫길 Tel. 02_736_0088 www.ssamziegil.co.kr

장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_ Scene and the Unseen ● 시각 예술의 근원적 행위이자 매체의 하나인 평면회화는 현대미술 속에 '뉴리얼리즘'으로 정의되는 또 하나의 이즘ism을 넘어 동시대 미술 속에서 보다 폭 넓게 존재한다. 본 전시『장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 Scene and the Unseen』에서는 젊은 작가 4인 - 김선미, 김봄, 이우림, 윤영혜 -의 페인팅과 드로잉 작품을 통해 현대 미술 속에 나타난 재현과 이미지의 조합, 그리고 서사와 알레고리로 이어지는 이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 각기 다른 방식의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그리기'의 작업을 구현하는 이들 4인의 작가는 단순히 실재하는 대상을 재현하는 '회화의 환영적 재현'보다는 전체 또는 장면을 구성하는 이미지 요소들을 하이퍼리얼한 기법으로 묘사하면서 화면 전체를 연극적으로 연출하거나 재구성한다. 부연하자면 대상을 화면 안에 재현함에 있어 이들은 이미지의 극대화 또는 극소화, 묘사된 풍경의 일부 생략과 단순화 그리고 특정 이미지의 반복과 오버랩 등을 통해 초현실적이며, 연극적인 알레고리를 만들어낸다. ● 연극에서 한 장면을 구성하는 소품(prop)을 포함한 모든 시각적 요소들이 제 각기 함축적이며 필연적 존재 이유를 갖고 있다는 연출가 피터 부룩(Peter Brook)의 말처럼 이들이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이미지들과 의도적인 연출 역시 재현된 이미지의 이면에 존재하는 구체적이며 동시에 모호한, 열린 완결의 나래이티브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윤영혜_eating-flower_캔버스에 유채_162.3×130cm_2006

윤영혜 ● '꽃'이라는 대중적이며 일반적인 소재를 그려냄에 있어 윤영혜는 대상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대조적으로 화면 주변부 디테일의 과감한 생략을 통하여 이미지의 극대화와 연극적 연출 효과를 의도한다. 일루전으로 야기되는 3차원적 공간감과 더불어 윤영혜의 정물 시리즈들은 대상과의 거리에 따른 이미지 크기의 극대화와 다양한 시점의 변화 등으로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테이블의 식기 위에 음식 대신 흩어지거나 시든 채 놓여진 꽃들은 식욕과 같은 욕망의 상징으로서 그것들이 일시적으로 존재하고, 채워지며 허망하게 사라지는 바니타스 정물화의 전통을 환기시킨다. 또한 페르소나가 부재하는 침묵 속에 정지된 듯한 장면은 내재된 욕망과 긴장감이 유발하는 여러겹의 알레고리를 만들어내며 관객의 시선을 화면으로 끌어들인다.

이우림_숲속에서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06
이우림_몽(夢)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06

이우림 ● 이우림의 페인팅 시리즈에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뒤섞인 듯한 몽환적 공간 속에 중성적(epicene) 페르소나 또는 오브제가 등장한다. 대상의 환영적 재현이라는 구상 회화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이우림의 작업은 바랜 듯한 색채와 생략과 단순화를 통해 그려낸 풍경과 인물을 감싸고있는 직물의 강렬한 패턴의 섬세한 묘사를 통하여 화면 안에 미묘한 대조를 만들어낸다. 시공간의 영역을 넘어선 이우림의 제3의 풍경 속에는 외로움, 그리움, 회환, 기쁨, 희망, 절망의 감정들이 침묵 속에서 혼재하며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가 말하는'구멍 난 이미지'를 통해 보는 사람의 눈 앞에 입을 벌린다는'어떤 심연'을 보여준다.

김봄_조립된 산수-탑골공원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46×46cm_2007
김봄_조립된 산수-섬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97×130cm_2007

김봄 ● 김봄은 실재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이미지를 그리기 방식으로 재조합한「조립된 산수」시리즈의 작품을 선보인다. 먹 드로잉과 부분적인 채색작업으로 완성되는 김봄의 산수시리즈는 도시 속의 모뉴먼트, 역사적인 건물, 빌딩 숲과 공공장소의 일부분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면서도 간결하게 묘사하며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풍경의 스펙터클을 익숙하고도 낯선 이미지 편린의 조합으로 담담히 담아낸다. 원거리에서 대상을 바라본 듯한 화면 구성과 실재 이미지의 생략과 재구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풍경 속에는 부분과 전체, 풍경의 실재와 허상, 과거와 현재, 디테일과 스케일, 변화와 정지가 공존한다. 하나의 장면이나 풍경을 보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제각기 다른 시각과 감동을 갖는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김봄의 조립된 산수 시리즈는 푼크툼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동시대의 풍경일 것이다.

김선미_사물 그리기 2006-01_종이, 볼펜_143×143cm_2006
김선미_사물 그리기 2007-01_종이, 볼펜_38×38cm_2007

김선미 ● 김선미는 어릴 적부터 수집해온 물건들을 오랫동안 써온 일기를 적듯이 손에 익은 볼펜을 주 재료로 완숙한 테크닉으로 묘사한다. 세밀하게 묘사된 오브제들은 화면 안에 랜덤하게 흩어지거나 의도적으로 재구성되며 일루전적인 거리감이 제거된 체 화면 전반에 흩어진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은 일상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때때로 주변에 배치된 오브제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모종의 연계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같이 화면 전체를 구성하는 이미지의 섬세한 묘사와 주(主)와 부(副)가 경계 없이 오버랩 되는 이야기들은 서사(narrative), 함축, 스토리텔링 등을 담아내는 김선미의 시각 언어가 된다. 사물을 통해 시간과 이미지에 관한 기억들을 조합한다는 폴 오스터(Paul Auster)의 말처럼 김선미는 '그리기'를 통한 자신과 사물과의 대화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한편 관객들에게 세밀하게 재현된 오브제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끼워나가는 일종의 퍼즐 맞추기를 제안한다. ■ 양옥금

Vol.20070628a | 장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