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그린다

임현진 회화展   2007_0807 ▶ 2007_0821 / 일요일 휴관

임현진_PSALMS 8_캔버스에 유채_61×73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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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07_화요일_05:00pm

빛갤러리 기획초대전

빛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Tel. 02_720_2250 www.vitgallery.com

임현진, 별을 향해 오르다 ● 임현진의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나는 마치 하늘 위에 올라 있는 것 같았다. 사방에 걸린 그림들이 모두 찬란한 하늘의 광경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로 둘러친 대형 두루마리랄까, 창공이 파노라마처럼 그의 작업실을 에워싸고 있었다. 실제는 아니지만 구름에 둥둥 떠 있을 때의 황홀함, 짜릿함, 어떤 동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이런 기분에 작품을 하는 걸까?

임현진_PSALMS 19-Ⅰ_캔버스에 유채_45×110cm_2007
임현진_PSALMS 27_캔버스에 유채_162×112cm_2007

나는 평소 요즘 그림들이 '하늘을 잃어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몸'이니 '욕망'이니 하는 것에 사람들은 목숨을 걸면서 정작 중핵적인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람은 꼭 돈과 음식만으로 사는 존재는 아니다. 인간은 마음과 영혼을 지니기에 보다 높은 가치, 즉 초월적인 가치에 잇대어져 있는 존재다. 몸은 고작 먹고 마실 것에 시선을 빼앗길 뿐이지만 영혼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내다본다. 임현진의 작품은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마음의 고백에서 출발한다.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시고 세상의 모든 것을 지으셨다는 믿음 속에 그의 예술의 출발점이 있다. 천지는 사랑과 섭리로 이루어진 하나님의 작품이요 만물의 광대한 설계 속에 우리를 위한 자리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아로새겨져 있다. 다 같은 하늘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작품은 각 작품마다 내용이 죄다 틀리다. 대부분 그의 작품은 성경의 본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성경의 내용을 고지식하게 그대로 옮기기 보다는 본문내용을 경건하게 묵상한 다음 어느 한 부분을 특별히 강조하는 편이다. 자기 신앙의 고백 위에서 일정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임현진_1 CORINTHIANS 15_캔버스에 유채_210×260cm_2007
임현진_PSALMS 102_캔버스에 유채_90×190cm_2007

「시편 27」은 성소의 아름다움과 그곳에 거하기 원하는 작가의 소망이 깃들어 있다. 초록으로 뒤덮인 대지위에 꿈결같은 하늘이 몸을 살짝 기대고 있다. 「시편 19」는 하늘이 여호와의 영광을 드러내는 황홀한 광경을 묘출하고 있다. 작품은 신비의 베일에 둘러싸여 이성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이성이 참된 진리와 생명으로 도약한 후에야 비로소 이를 수 있는 풍경을 담고 있다. 「시편 102」는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그분의 무궁하심과 불멸성을 담은 작품이다. 끝 모르게 펼쳐진 하늘이 경이와 신비로움으로 가득해 우리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또「시편 37」은 의를 해같이 나타내시며 평화를 펼치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우심을 나타낸다. 뿌옇게 지상을 뒤덮은 산 위로 떠오른 '광명한 빛'이 지상의 유일한 희망이요 영존하는 가치의 탄착점임을 보여준다. 보랏빛과 파랑빛이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리는「시편 8」은 시편기자의 신실한 고백을 옮긴 것이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시 8:1) 사진기에 버금가는 솜씨로 구름 속에 산란하는 빛의 효과를 잘 묘사하였다. 「로마서 1」은 하늘과 대지를 7:3의 비율로 분할하고 있다. 자칫 불균형하게 보일 수 있는 이런 구도는 17세기 화란파(Dutch art)의 화가, 그중에서도 칼빈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구도이다. 광활한 하늘을 통해 섭리와 은총의 무한성과, 상대적으로 협애한 땅을 통해 인생살이의 덧없음을 강조할 때 기용하던 구성법이다. 임현진 역시 이런 맥락 속에서 하늘의 무한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늘을 통해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롬 1:20)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극히 큰 하나님의 위엄과 피조세계의 나약함을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임현진_PSALMS 19-Ⅱ_캔버스에 유채_45×110cm_2007
임현진_HEBREWS 11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07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세상을 보는 통로는 바로 믿음이다. 믿음은 지나가는 불확실의 파도들이 우리를 삼켜버리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흔들림없는 확신을 제공해준다. 그런 믿음은 월트 휘트먼에게 '영혼의 방부제'요 렘브란트에게 '생명의 DNA'요 고흐에게는 '창조력의 불씨'가 되었다. 그러면 임현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인간이 소망하는 것의 실체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가 된다.(히 11:1) 그에게 믿음을 지워버리면 세상은 설계도 없이 지어진 집이요 외계와 같은 완전히 이질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에게 근본적인 방향성과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그에게 믿음은 '별을 향해 오르는 계단과 같은 것이다.'(드마르코) 그가 하늘을 통해 하나님의 의로우심과 아름다움, 그리고 무한한 섭리를 볼 수 있는 것은 믿음이란 계단 덕분 때문이다. 그에게 믿음은 '신앙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키우는 동력이요 거룩한 감정을 증진시키며 의혹을 불식시키면서 더 높고, 넓은 세계로 나가는, 위대한 모험의 발로가 된다. 그래서 그의 모험은 더욱 신나고 흥미롭고 삶에 활력을 준다. ■ 서성록

Vol.20070807a | 임현진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