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진산수 유람기

임택 개인展   2007_0901 ▶︎ 2007_0920 / 월요일 휴관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3_디지털 프린트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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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1_토요일_05:00pm

심여화랑 이전 개관전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여화랑 서울 종로구 사간동 37-1번지 Tel. 02_739_7518 www.simyogallery.com

당대의 감성으로 옮겨온 산수를 유람하다 ● 임택이 제시하고 있는 '옮겨진 산수 유람기'라는 주제는 동시대의 감성으로 표현해낸 풍경 즐기기이다. 그는 전통을 잇는다는 명분을 가지고 고전을 박제화 하는 관념산수의 관념성을 비트는 의미에서 입체 산수풍경을 만들었고, 그것을 다시 디지털 프린트로 출력해내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패러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 속 산과 바위 풍경에 인형이나 실재인물 사진을 배치함으로써 자연 속에 뛰어든 인간의 유희를 담아내고 있다. 동료화가들과 화첩기행에 나서곤 하는 임택은 표현 방법은 달라도 산수풍경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작품에 담아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큰 틀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임택의 '옮겨진 산수 유람기'는 작가 자신의 실재 산수에 대한 체험을 가미한 패러디인 셈이다. 그의 합성 이미지는 고전과 현대의 꼴라주인 동시에 작가의 경험을 꼴라주하는 것이며, 나아가 경험 너머의 판타지를 꼴라주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당대의 감성으로 옮겨온 산수를 즐기는 과정인 것이다.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4_디지털 프린트_2007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5_디지털 프린트_2007

임택의 디지털 프린트 작품은 설치작품과 실재풍경을 촬영하는 것과 관객참여 프로그램, 온라인 상에서의 이미지 채집 등 다양한 경로를 거친 얻은 이미지들을 합성한 결과물이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다듬어서 겹쳐놓는다. 이러한 작업은 포토샵 툴을 사용한 디지털 합성작업으로 진행하는데, 다양한 시공간을 경과한 다시점(多視點)의 이미지들이 한 화면 안에 배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몇 가지 관건들이 임택 사진의 묘미이다. 우선 설치작품을 실사 촬영한 산과 바위의 표현이 특유의 종이 재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실재의 산과 바위에 비해 매우 절제된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임택의 설치작품에는 볼륨에 따른 명암이 있을 뿐 색이나 마티에르가 거의 없다. 따라서 최소한의 볼륨만으로 형성된 입체를 찍은 산과 바위의 골격 위에 합성되는 여타의 이미지들은 그 배경에 비해 훨씬 더 컬러풀하고 현란하며 다채로울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배경의 미니멀한 설정에 비해 여타의 대상들, 가령 나무와 사람, 자동차와 비행기와 배, 꽃, 해와 달, 새와 곤충 등의 이미지들은 컬러풀하며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산의 뒤편을 이루는 하늘 표현들 또한 역동적인 구름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는가하면, 연두색이나 노란색을 써서 풍경의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6_디지털 프린트_2007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7_디지털 프린트_2007

그는 기존에 발표했던 설치작품의 익숙한 시점을 180도 틀어서 전혀 다른 각도에서 포착함으로써 하나의 입체 작품이라도 포착하기에 따라서는 수많은 이미지 생산이 가능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생산력을 십분 활용하기도 한다. 평면을 입체로 끌고 나온 데 이어 전자적으로 부호화한 이미지 생산은 이렇듯 임택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그에 부합하는 생산력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간 그는 이미 고전 베끼기를 넘어서 원본을 생산하는 작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 예로 인사미술공간에서의 설치작품은 집 뒤편 등산로를 재현한 것인데, 그 공간을 채운 인간 군상들 또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고전을 고정된 텍스트 개념이 아닌 유동하는 가치의 개념으로 전환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상당수도 이미 고전의 구조로부터 따온 입체이기는 하나 카메라의 시선에 의해 전혀 다른 풍경과 장면으로 재구조화 했다. 임택의 패러디는 비판적 성찰이 결여된 혼성모방인 패스티쉬와 구분되는 유머와 창의력이 넘치는 패러디로 자리 잡았다.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13_디지털 프린트_2007
임택_옮겨진 산수유람기0716_디지털 프린트_2007

임택이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사진 작업으로 전환한 것은 고전 다시 읽기가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이다. 임택의 작업은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화답이다. 디지털 문명은 이미지 생산의 목표와 공유방식을 뒤바꾸어 놓았다. 전자적으로 부호화한 이미지 생산은 수천년에 걸친 시각예술의 자산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무한하게 추가하는 요소이다. 그것은 일품성의 신화를 복제가능성에 따른 탈신화로 전환하는 데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더 이상 천재적 작가주체의 유일무이한 창조주체로서의 역할에만 기대지 않고 창작의 주체와 향유의 주체가 상호 교감을 전제로 새로운 창의력을 발산하는 문화민주주의의 맥락을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임택은 지금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으로 온전히 임택 고유의 스타일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설치이든 사진이든 간에 임택은 예술가에게 숙명과도 같은 창의력과 독창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역과 국가, 인종, 민족 등 모든 이질적인 것의 경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이미지의 가능성을 매우 차분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재발견하고 있다. 요컨대 임택의 작업은 설치와 조각, 그림과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아가 예술을 둘러싼 여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다. 나아가 그의 작업은 고전의 맥락에서 출발하되 20세기 이전 문명의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넘어서는 디지털 문명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것이며 그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 김준기

Vol.20070903f | 임택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