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류지선 개인展   2007_0905 ▶︎ 2007_0921

류지선_버드나무에 부는 바람1_비단에 지우개가루와 아크릴채색_61×146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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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5_수요일_05:00pm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02_739_1405 www.gallerydoll.com

이 전시는 지우개 가루를 주된 매체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7회 개인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형적 결과물과 방식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이전의 전시가 하얀 캔버스를 바탕으로 하여 강한 흑백의 대비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자 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바탕과 이미지를 사용하여 풍부하면서도 자연스런 느낌을 연출해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소재에서도 갇혀진 동물을 주로 다루던 것과 비교하면, 전시의 제목인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서 알 수 있듯이 버드나무와 소나무 등을 주된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차이점을 볼 수 있다. 이 나무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의 일부분이며 한국인의 정취가 깊이 담겨져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강가의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의 흔들리는 모습은 서정적 분위기와 여유를 풍기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통제를 기반으로 물질적 가치와 개발을 우위에 두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 자연적인 대상들의 존재는 위협받고 미약해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전시제목은 이와 같은 대상의 서정성을 내포하면서도 바람에 흩어지는 존재의 가벼움도 의미하는 중의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류지선_소나무1_한지에 지우개가루와 아크릴채색_117×80.5cm_2007 류지선_버드나무에 부는 바람4_한지에 지우개가루와 아크릴채색_116×91cm_2007
류지선_버드나무에 부는 바람3_비단에 지우개가루와 아크릴채색_90.5×50.5cm_2007
류지선_소나무2_한지에 지우개가루와 분채_73×91cm_2007

나는 지움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인 지우개 가루를 이용하여 다시 형태를 구현함으로써 사라지고 있는 대상들의 역설적인 존재감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불완전한 실루엣의 형태로 재현된 나무들은 더 이상 현실속의 생생함이 아니라 '과거의 정서적 대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버드나무」연작에서는 현대문명과 여가를 상징하는 자동차나 오리배 같은 인공물과의 대비를 통해 이런 의미를 더 뚜렷이 드러내고자 하였다. 같은 화면내의 인공물에 비해 나무는 비교적 거대한 크기로 표현되지만 사실적인 표현의 정도나 색의 사용 등으로 본다면, 정작 그 존재감의 비중은 크기와 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나무」에서 금박의 화려한 솔방울들은 번식과 생존을 위한 강렬함을 의미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소나무가 처한 위기상황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지우개가루로 재구성된 나무형상은 부재의 존재를 의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플라톤의 시각으로 정의하자면 그림자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지난 전시의 동물연작이 버려지는 하찮은 지우개 가루를 이용해 억압받는 동물의 사이비적 존재감을 표현한 것이라면, 나무연작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물질적 욕망의 추구에서 파괴되고 있는 자연의 존재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류지선_그리워하다_캔버스에 지우개가루와 아크릴채색_112×145.5cm_2007
류지선_키스_캔버스에 지우개가루와 한지_100×80.5cm_2007
류지선_행진2_한지에 지우개가루_100×50cm_2007

이처럼 지우개 가루를 이용하여 대상에 대한 연민 또는 부정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모나리자와 같은 대중적 아이콘이 사용된 작품이나 얼룩말 연작에서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작품「그리워하다」에서 자유의 여신상은 신자유주의와 연관된 비판적 시각을 투영하고 있는 소재인데 그것을 향해 날아드는 화려한 나비와의 대비를 통해서 현실에 대한 희화(戱畵)적 시선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평면적인 패턴으로 보이면서도 입체적 대상이기도 한 얼룩말은 그 자체가 중의적이며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온다. 「키스」는 마주보는 다른 하나의 얼룩말을 실루엣으로 겹쳐서 처리함으로써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의 부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 류지선

Vol.20070911b | 류지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