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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개인展   2007_0929 ▶︎ 2007_1010

김예은_Doze_혼합재료_22×30"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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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29_토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0-17번지 우남빌딩 2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뭉게뭉게 피어나는 보랏빛, 다홍빛, 노란빛 색깔 연기들... 그 뒤편으로 조용히 움직이며 피어나는 모락모락 먹구름... 그 사이로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늑대 한 마리가 뛰어간다. 사뿐사뿐, 줄무늬 칠부바지를 입은 이 늑대 녀석이 해괴한 물체를 들고 춤을 추듯 뛰어간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해괴한 물체의 정체가 한 눈에 파악되지 않는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외계 동물 로봇의 사체...? 몇 마리쯤이나 될까. 뒤죽박죽 뒤섞인 이 사체 대가리들을 살펴보니, 이것들은 끔찍하다기 보다는 깜찍하다. 김예은의 Sly라는 작품이다. Sly라는 단어에는 교활한, 익살스러운, 은밀한 등의 뜻이 담겨 있다. 조금도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이 외계 동물 사체 대가리들을 들고 나르며, 녀석은 어쩌면 저렇게 충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걸까? 그 미소가 결코, 교활하지만은 않다.

김예은_Sly_종이에 수채, 먹, 과슈_22×30"_2007
김예은_Anticipated Approach_종이에 수채, 먹, 과슈_11×14"_2006

김예은은 어린 시절,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군사지역 안에 살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삭막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그 곳은 작가에게는 풀과 꽃과 나무와 순진한 짐승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평화로운 놀이터와 같았다. 그 곳에는 탱크나 헬기 같은 망가지고 버려진 군사 기기들이 널려 있었는데, 이러한 버려진 기기들과 그 파편들은 김예은에게는 롤러코스터가 되기도 하고, 우주선이 되기도 하였다. 그 곳이 어리고 작은 그에게는 말 그대로 환상의 세계,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성인이 되어 도심 한 가운데 살아가며 전해 듣는 뉴스와 정보를 통해 다시금 그 곳을 떠올려본다. 내가 경험한 그 곳과, 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그곳, 그 어느 쪽이 진실일까? 만일 둘 다 틀리지 않는다면, 혹시 사람의 숫자만큼 각기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세계와 같이 기억에 숭숭 구멍이 뚫려버린 것 같다. 무엇이 진짜 세계이고 무엇이 왜곡된 기억 속의 이미지일 뿐인 것일까? 아득하기만 하다.

김예은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25×25cm_2007

인간의 뉴런에 각인된 유년의 기억들이 세월을 따라 왜곡되고 편집되어 진실로부터 점차 멀어진다는 것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유년의 기억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또한 다가온 미래가 그닥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좋지 못한 기억은 서랍 속에 꽁꽁 감추고 싶은 것이 무의식의 본능이라는 것도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탱크와 헬기의 잔해가 나뒹구는 김예은의 유토피아로 돌아가보자. 그 곳이 과연 평화롭고 아름다운 놀이터에 불과했을까? 오색 연기 너머로 꾸물거리며 피어오르는 먹구름의 기운처럼, 아마도 그에게 공포의 전율이 아예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김예은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07

"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내 삶에서 나왔습니다.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인물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내가 아는 사람이거나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람들입니다." 200년여 전에 태어나 150편이 넘는 주옥같은 동화를 남기고 떠난 안데르센이 남긴 편지 가운데 한 토막이다. 창작하는 이에게 성장기의 기억처럼 소중한 소재이자 재산이 또 있을까? 잉크와 과슈, 수채물감으로 그려진 기이하고 모호한 김예은의 드로잉을 바라보노라면, 영원히 마를 것 같지 않은 그의 서늘하고도 정겨운 유년의 윗목 저편에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유년의 기억들도 하나, 둘 발견된다.

김예은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25×25cm_2007
김예은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07

김예은의 최근 작업은 BBC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발견한 놀라운 펭귄의 비행 장면에 관한 것이다. 조류이면서도 뒤뚱거리며 걷는 것 밖에 못하는 줄 알았던 펭귄이 바다 속으로 뛰어 들더니 물속에서 멋지게 비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저 헤엄을 칠 줄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은 이미 초고속으로 유영하는 제트기였다. 맥주병이었던 그가 미뤄두기만 했던 오랜 프로젝트로 수영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우스꽝스럽지도 버둥거리지도 않는 바다 속 제트기 펭귄처럼 멋지게 날아오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물결을 느끼고 물빛을 머금은 그가 꿈꾸는 내일의 비행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 유희원

Vol.20070929d | 김예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