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ASIE_STADT / 환상도시_2

이익재展 / photography   2008_0104 ▶ 2008_0123 / 월요일 휴관

이익재_환상-도시_Phantasie-stadt_Galleria_람다 프린트_127×15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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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104_금요일_06:00pm

기획_샘터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신비적 관음주의. 메트로폴리스. 인간의 부재 ● 이익재는 밤만 되면 서울의 밤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하루 종일 북적이던 서울의 밤거리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도시 밖으로 토해내며 조용한 휴식의 시간을 맞는다. 그 시간에 이익재는 메트로폴리스의 서울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보여 줄대로 다 내보여 껍질만 드러나 보이는 서울의 풍경에 이익재의 카메라의 시선이 집중을 한다. 이익재에게 밤과 서울은 눈과 마음, 그리고 이성을 즐기기 위한 장소이자 친구이다. 즐긴다는 것은 쾌락이다. 사진 찍기의 본질은 본다는 것이다. 특히 어두운 도시의 사물들을 비밀스럽게 훔쳐보는 기분은 아마도 그만의 특권이리라. 그렇다면 이러한 관음주의적 훔쳐보기를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보게 되는 걸까? 다 떠나고 없는 이 거리에서.

이익재_환상-도시_Phantasie-stadt_Shinsegae-2_람다 프린트_127×152cm_2007

여느 때와 다름없는 도시의 하루.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바람은 솔솔. 왠지 가만히 있어도 콧노래가 절로 나는 기분 좋은 저녁. 한 손엔 아이스크림을 다른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폭풍이 몰려오고 지진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저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도로에서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 사망자와 부상자가 가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곧이어 앰블런스가 출동, 그러나 사고지점 앞에 있는 다리가 붕괴되어 오갈 수 없는 상황. 바다는 거대한 해일이 되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하늘은 이미 잿빛 하늘이 된지 오래다. 아이스크림을 샀던 가게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귀가할 차량도 전복돼 버렸다. 주위에는 신음소리와 시체들이 즐비하고 이미 희망 따위는 더 이상 도시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 어느 영화나 게임의 프로그램에서나 있음직한 이러한 사건이 이익재의 사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의 존재만 사라진 부재의 공간을 빛이 채우고 있을 따름이다. 발터 벤야민의 얘기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그의 복제품에서는 리얼리티의 부재가 어떻게 정치적인 예술 개념으로 변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에게 대상물은 존재의 흔적이겠지만 보여진다고 해서 사실은 아니다. 사실은 늘 뒤엉켜 리얼리티를 상실한 존재로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익재는 이 리얼리티의 부재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의 렌즈를 통과해서야 비로소 복제되고 존재물로서의 생명력이 생기게 된다. 이익재의 사진은 밝고 예쁘다. 후기 산업사회의 처절하게 아름다운 기념물에 그는 시선을 빼앗긴다. 그는 젊다. 루이비통, 샤넬, 갤러리아 백화점, 팝콘, 아이스크림, 파사쥬, 크리스마스 거리등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밝은 조명을 받고 있는 화면의 이면에 서울 메트로폴리스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 존재한다. 낮과 밤, 존재와 부재, 빛과 어둠, 사실과 허구, 낯설음과 익숙함의 이중적 구조에서 그의 사진은 부유한다.

이익재_환상-도시_Phantasie-stadt_Primus Cinema_람다 프린트_102×127cm_2007

원래 도시는 왕궁 소재지인 정치 중심지로서의 도읍과 상업 중심지로서의 저자거리의 역할을 함께 지니고 성립하였으며, 따라서 근대 이전의 도시는 이 두 가지의 기능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오늘날의 도시발달은 산업혁명 후의 기계문명에 힘입은 공업 제품의 대량생산 및 그 제품의 대량거래, 대량 수송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와 같은 도시의 발달은 고용 기회를 증대시키고, 고용증대는 많은 사람들의 도시에로의 이입을 가져오게 했다. 따라서 자급적인 경제에서 상품경제로 발달 되어감에 따라 유통의 기능이 증대되고, 원료의 직접, 제품의 분산, 노동력의 공급 등에 편리한 교통상의 요지가 공장의 입지나 상거래의 중심지로 선택되어 생산, 유통에 필요한 시설이 갖추어 지게 된다. ● 메트로폴리스의 발달로 꿈과 희망을 품은 계층의 이동은 새로운 계급을 만들게 된다. 도시의 거대한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받치고 있는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현대인의 패러독스를 그는 무의식적으로 인지한다. 이익재의 모든 작품에는 어떤 부자연스러움의 존재를 나타내는 명확한 지각의 순간이라는 것이 발견된다. 다시 말하면, 도시에 대한 이익재의 시점은 낯설음으로 가득찬 것이며, 그 형상들은 어쩌면 인공적이며 전형적(manneristic)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환상-도시 phantasie-stadt Primucinema 2007」은 기본적으로 평면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는 1/2 면 분할의 전형을 종종 볼 수 있는데, 화면 위의 시네마 풍경들은 그림 속의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고, 그 아래 텅빈 공간은 인간부재의 정점이며, 그 전체를 그의 인공적 빛이 연결하고 있다. 그는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디를 주시해야 하는지 그 명확한 소재(material)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익재_환상-도시_Phantasie-stadt_Spring_람다 프린트_127×127cm_2007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그것을 보는 사람을 빨아들여 버릴 듯한 매혹적인 토포스가 되어 사람들을 술렁거리게 하고 흥분시킨다. 인공적으로 투여된 광선은 이미지를 극도로 선명하게 만들고, 관객과 사진 사이를 특별한 관계로 만들어 놓는다. 이익재의 작품은 사진의 전통적 관습을 따르고 있지만, 영화와 회화이기도 하며 광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들은 모두를 거부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러한 방법론을 통하여, 어떤 보이지 않는 현재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시각적 이중 구조의 형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익재의 사진이 따뜻해 보이는 것은 그 안에 진하게 녹아 있는 도시에 대한 애정과 소통 때문일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메트로폴리스의 밤거리에서 이익재는 도시의 또 다른 흔적들을 찾아 남몰래 지금도 어딘가를 훔쳐보고 있을 것이다. ■ 이종호

Vol.20080103c | 이익재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