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th year

구도일展 / KOODOIL / sculpture   2008_0109 ▶ 2008_0115

구도일_Weapon Bag_철, 스테인리스 스틸_55×60×15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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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_2008_0109_수요일_06:00pm

스페이스 아침_SPACE ACHIM 서울 종로구 화동 138-7번지 Tel. +82.2.723.1002 mooze.co.kr

거친 표면 속에 숨겨진 의미 ● 내 생각으로 화가나 조각가나 여하간 작품을 한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겉으로 조용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이 만나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안쓰럽고 또 대단해 보이기도 하는 모순된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다 표현할 수 없어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 혼자 생각하곤 한다.

구도일_It flows_철, 스테인리스 스틸_210×100×100cm_2007

작가 구도일은 철을 용접하여 붙여 형상을 만드는 철조작업을 한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이미지 상으로 보았을 때 도통 모르겠다라는 생각이었다. 보통 작품에서 어떤 흐름이 있기 마련인데 그의 작품에서는 생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도구들 같은 것들로 나열한 느낌이었다. 맥락을 잡기 힘든 그의 작품에서 나는 무엇을 건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은 바로 이 수다였다. 필자는 작가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표현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수다라고 말하고 싶다. 가벼운 느낌이 드는 단어로 작가의 심오한 생각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냐고 질책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들어보시라.

구도일_Axe_철, 스테인리스 스틸_225×110×50cm_2007

구도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이 들어 주기를 바란다. 자랑하고 싶고, 말하고 싶고, 알아주기 바라는 것. 이것이 그가 작가로서 관람자들에게 진짜로 바라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작가는 모순되게 구도일이라는 사람을 다 알게 된다면 그것도 싫다고 했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남에게 내 것을 다 보여주기 싫은 마음.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감정일 것이다. ● 그는 그런 자신처럼 작품 안에서 모순을 표현한다. 구도일은 조각을 전공했지만 회화도 여러 점 제작했다. 그 회화 작품 중 하나가 「조각을 위한 드로잉」(2007) 인데 그림에서 이러한 감정을 표현한다. ● 형태적으로 볼 때 네모 안에 원이 차지하고 있다. 사각 틀 패널 위에 자주색 계열 색을 칠하고 다시 띠로 네모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네모 안에는 원이 그려져 있고 그 네모 안에는 총이 있다. 네모와 원은 형태적으로 볼 때 반대적인 요소가 모여 있다. 각이 진 네모와 곡선의 완성인 원은 태생적으로 모순이다. 그 원 내부에는 구도일의 욕망을 의미하는 총이 들어 있다.

구도일_Ladle_철, 스테인리스 스틸_210×80×80cm_2007

총은 정신분석학에서 볼 때 남근을 의미한다. 남근은 바로 욕망을 의미한다. 하지만 구도일에게 총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택된 도구가 아니다. 그는 다른 작품에서 국자, 다리미, 바둑판과 같이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들을 작품 안에 불러들여 차용한다. 그에게 총이란 이러한 국자, 다리미, 바둑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경찰관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집에 총이나 수갑과 같은 물건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총이나 국자나 생활의 도구일 뿐이다. 「조각을 위한 드로잉」에서 보면 또 다른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페인팅 작업을 할 때 락커 페인트를 겹겹이 뿌려가며 작업한다. 드리핑 기법은 추상표현주의 작가 폴록의 기법과 매우 유사하지만 그의 드리핑은 선묘라기 보다 점묘에 가깝다. 방울방울 모인 점들이 모여 원을 이루기도 하고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페인트 색들을 연한 색을 사용해서인지 이 그림의 두께감이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겹 정성스레 쌓아 올린 시간의 궤적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관람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만 잘 알아차릴 수 없는 의뭉스런 표현들을 좋아한다. 직접 드러난 형태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관객들의 선입견을 부수고 싶어한다. 더 나아가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잘 알지 못하기를 원하는데 바로 이런 모순들로 그의 작품을 위장한다.

구도일_Gun_철_165×92×92cm_2007

구도일이 그린 평면 작품은 조각 작품의 표면들과 매우 닮아 있다. 초기 작품인 「우린 같지만 너와 난 다르다」(2006)를 보면 상형문자들을 본떠 만든 기호들로 마치 드로잉처럼 용접 기구를 사용해 작품 표면을 채웠다. 작품에 드러난 문자들은 화면 위에 물감 자국으로 변형된 것일 뿐 그는 여전히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자기의 진짜 속내를 털어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본어 같기도 하고 고대 한자 같기도 한 문자들은 구도일의 문자다. 문자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나름대로 의미를 추측하고 오해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진정한 뜻은 모르는데도 글자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려는 상대방에 대한 조롱도 함께 표현하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과 함께 모호한 이중적 의미를 지닌 철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자를 형상화한 「Ladle」(2007), 국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It Flows」(2007)이다. 국자를 뒤집어 놓은 형상은 사실 그가 시간의 흐름을 물로 비유한 작품이다. 대접에서 흐르는 물을 형상화 한 작품인데 그의 국자와 너무도 닮아 있다.

구도일_It goes round_철, 전동장치_60×170×60cm_2007

마지막으로 본고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Gun」(2007) 이다. 「Gun」은 사각 철판에 총 형상을 그려 다시 파내고 그 파낸 조각들은 모아서 용접 작업으로 조합했다. 이제 그는 자기의 이야기를 이전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설명하고 싶어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더 교묘하게 감추었다. 조각 작품들은 작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이전까지 내부는 완벽하게 닫혀 있었다. 조각 작품 안쪽은 무엇인가 들어갈 수 없는 견고한 장소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표면에 닫혀 있던 면들을 뚫어 내부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작가의 내면을 열고 상대방에게 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우린 같지만 너와 다르다」에서 문자로 감추었던 그만의 욕망들을 이제 총이라는 정확한 모양으로 보여준다. 철판에서 파낸 총 형상들은 뒤집고 재 조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바꾸었다. 그 조각품을 다시 안이 훤히 들여다보는 내부에 설치했다. 한데 합쳐진 총 집합체는 이미 총인지 알 수 없고 불빛이 한번 더 그 형태를 왜곡한다. 관람자는 내부에 있는 형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안쪽에 있는 형태는 바로 욕망의 결집이다. 그가 이전에는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내었다면 이제는 더 모호한 장치들로 감추는 것이다.

구도일_Window_철, 스테인리스 스틸_175×185×60cm_2007

구도일은 무언가를 압도하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크기에서 압도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상적인 것에서 이탈하여 탈 맥락화된 도구들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 이번 「30th year」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가 이제까지 전개해 온 위장 개념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이전에 진행했던 제작 방식도 여전히 눈에 띤다. 하지만 아직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기보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말문을 연 그가 앞으로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사뭇 기대된다. 이번 개인전이 이야기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다음 구도일의 전시를 기다리게 한다. ■ 이주리

Vol.20080107b | 구도일展 / KOODOIL / sculpture